원주의료기기 산업 초창기, 대학과 기업의 기술협력은 활발하게 일어났습니다.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은 기업과 제품개발에 매달렸고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는 필요한 장비를 대여해주고 상용화까지 지원했습니다.

목표와 비전을 공유했고 서로 의기투합해 가능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요? 의료기기 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대학들이 원주의료기기와 어떤 협력을 모색하는지 원주시는 어떠한 산업육성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글 싣는 순서

1.원주의료기기산업 태동
2.한계에 다다른 특화산업
3.대학과 원주시의 산업 육성
4.첨복단지와 정부정책 방향
5.유럽의 실리콘밸리 드레스덴
6.산·학·연·관 지역경제 구심점 

메디치 가문의 정신을 원주의료기기 산업에…연세대 링크사업단

평범한 이탈리아 메디치(MEDICI) 가문이 유럽 르네상스의 한복판에서 수많은 예술가를 후원하고 이를 통해 시대를 지배했던 것처럼, 연세대 원주캠퍼스도 교육부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단장: 김희중, 이하 링크사업)을 통해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부흥을 꿈꾸고 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산학협력 선도모델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했고, 2016년까지 주요 성과를 창출하는데 목표를 정했다. 연세대는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산업기술시험원 등과는 차별되면서도 대학이 잘 할 수 있는 신기술개발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엑스레이(X-ray) 기기를 개발한 리스템은 연세대 링크사업단과 협력이 활발한 기업이다. 컴퓨터단층촬영장비(CT)는 인체 내부조직을 자세히 볼 수 있지만 방사선 피폭량이 많고, 엑스레이는 피폭양이 적은 대신 화질이 흐린 단점이 있었다. 선량은 적게 주면서 화질은 또렷한 기술을 연세대와 함께 개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인자동차와 같이 최첨단 장치에 장착되는 컴퓨터 메인보드는 불량률이 제로에 가까워야 한다. 과거에는 공장에서 몇몇을 선별해 불량률을 검사하곤 했다. 하지만 연세대는 전수검사를 하면서도 생산 일정에 차질을 주지 않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이 같은 기술이 철저한 임상시험과 인증을 요하는 의료기기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김희중 단장은 "산학기술협력 이외에도  ▷글로벌 산학협력 프로그램 운영 ▷창업산학협력 추구 ▷융·복합 산학협력 등 네 가지 운영 방향을 가지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주기적으로 의료기기산업 유관기관, 기업체 대표자, 대학, 지자체 등이 협력하는 모임을 운영하고,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강화해 원주 의료기기 산업발전을 도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차원에서의 의료기기 창업유도

연세대 링크사업단은 학생창업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연구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화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덕분에 의료기기 개발에 대한 의지가 교수부터 학생들까지 캠퍼스 곳곳에 넘쳐난다. 지난 8월초, 39개 창업팀을 육성중이며,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특허까지 획득한 팀도 있었다. 

연세대 창업동아리 JE(대표: 조재민·의공학부)가 대표적이다. 연세대 의공학부 대학생과 대학원생 6명이 족부재활스트레칭기를 개발했다. 해외에서는 'CPM'이라는 전문재활기기가 있지만 국내에서는 JE 가 첫 번째로 개발했다. JE 진형원 학생은 "족부 재활을 위해서는 스트레칭이 필수적인데 국내 의료기기 시장엔 안마기는 있어도 재활스트레칭기는 없다"며 "1학년때부터 조재민 대표와 함께 했고 링크사업단에서 4천여만원 지원받아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세대를 통해 R&D부터 시제품 제작같은 하드웨어 구축까지 지원을 받았고, 특허나 인증지원도 받을 예정이다. 동아리 이름을 'JE'로 정했는데 글로벌 업체인 GE처럼 세계에서 인정받는 의료기기 업체가 되기 위해 JE로 이름 지었다고 했다.  

고령친화 의료기기 산업의 기틀 마련…상지대 한방의료기기산업진흥센터

2012년 UN이 발표한 세계인구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인구는 2010년 전체인구의 7.3%(5억3천만명)에서 2050년 16.2%(15억5천만명)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국내 노인인구도 2010년 11%에서 2040년 32.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관련 산업이 빠르게 육성되고 있고 의료기기 산업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상지대 한방의료기기산업진흥센터(센터장: 황도근, 이하 산업진흥센터)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한방과 양방을 융합한 새로운 지역 의료기기산업 틀을 구축하고 있다.

산업진흥센터는 2006년 설립당시 한방의료기기 업체를 키우고, 한방의료기기 신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며,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역산업을 육성하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전체 의료기기 산업 중 한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1%에 불과하고 의료기기제품 또한 총 10여개에 불과해 목표구현이 쉽지 않았다.

그동안 설진기, 맥진기, 자침기 등을 개발해 특허까지 획득했지만 의료기기 수요자인 한의사들은 제품을 외면했다. 황도근 센터장은 "맥을 삼차원 모형으로 디스플레이해 정확한 파동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시장에서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한의사들이 손으로 할 수 있는 제품을 굳이 기계를 들여 살 필요를 못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진흥센터가 개발한 기술들은 그대로 사장되지 않고 다른 산업에 접목되는 성과를 거뒀다. LG전자 스마트와치에 이상석 교수의 맥진기술이 활용되는 성과를 냈고 황도근 센터장이 개발한 자기장 치료기는 스페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주목받는 양·한방 치료기술로 소개되고 있다. 황 센터장은"혈액 속의 철 성분을 이용해 자기장 치료기를 만들면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의료기기가 된다"고 소개했다. 

양방은 몸이 잘못되거나 바이러스가 침투한 후, 즉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찾아내고 치료한다. 하지만 한방은 지난 3천500여년의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체질을 분석해 몸의 질병 가능성을 미리 진단할 수 있다.

예방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양·한방 기술이 결합한다면 최고의 의학적 결과물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 이는 고령화 의료시장에 선제 진입할 수 열쇠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도근 센터장은 "원주시와 협력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준비를 차근차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앱과 자동자 부품산업 의료기기의 융합…한라대와 강릉원주대

한라대학교 스마트창작터(센터장: 서현곤 교수)는 스마트폰 앱(웹)과 콘텐츠 제작 등, ICT(정보통신기술)유망 지식서비스 분야의 예비창업팀을 육성하고 있다. 지역 대학생과 일반인, 기 창업자들에게 맞춤형 특화교육을 제공하고 있는 것.

2011년부터 올해 말까지 총35개의 창업팀이 육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현곤 센터장은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는 3천339만명에 달하고 이들은 하루에 96분정도 모바일 인터넷을 사용한다"며 "온라인 상거래 시장만 해도 44조원에 달하는데 원주 의료기기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라대 스마트창작터와 원주의료기기 기업들과는 협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스마트창작터의 지원을 받지는 않았지만 태장동 아이엠헬스케어는 스마트폰과 연동한 신체정보측정기를 선보여 1천억원 대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서현곤 센터장은 "스마트 사업을 시작하면서 원주의료기기 업체들이 스마트폰 웹과 연동한 기술개발을 시도한 적이 많았다"며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시장이 커지고 수많은 개발자들이 양성되면 원주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커지는 것도 시간문제다"라고 말했다.  

강릉원주대도 링크사업단을 통해 원주의료기기산업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강릉원주대 링크사업단은 원주 자동차부품업체와 협력해왔다. 자동차부품 제조에 필요한 정밀기술들이 의료기기 산업과 융합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릉원주대 링크사업단에는 교수 230명, 학생 5천747명, 산학협력중점교수 121명, 가족회사 70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산학협력 Cell' 'Open Tech' 'All Set'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해 기업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김사량 링크사업단 부단장은 "체계적인 기업진단과 맞춤형 기업지원을 통해 가족회사의 매출이 28%, 고용창출은 39% 향상되었다"며 "아직까지는 자동차부품산업을 중점 지원하고 있지만 의료기기 업체와 협력적 발전방안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국 생산 20%·수출 30% 달성할 것"
인터뷰 / 정광화 원주시 경제전략과 의료기기담당 

원주시 의료기기산업 산·학·연·관 네트워크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2003년 11월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를 설립하고 10년 후 기업도시 내 첨단의료기기컴플렉스센터를 건립하여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세·상지·강릉원주대에 의공학과가 설치됐고 원주의료고도 전문 의료기기 인력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강원권본부, 강원지방중소기업청, 의료기기개발촉진센터, 강원테크노파크, 강원도산업경제진흥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강원본부가 기업입지조성과 기업지원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강원의료기기산업협회와 태장농공단지협의회, 동화산업단지운영협의회 등도 원주의료기기클러스터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원주의료기기 산업 육성책은? 

원주의료기기 산업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전략과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주를 의료기기 생산·수출 거점으로 도약하기 위한 첨단의료기기 생산수출단지 지원사업이 대표적이다.

의료기기 국제인증 프로세스 개발과 장비구축, 인증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5년간 총 4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데,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권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4년부터 충청북도와 협력해 기업에게 R&D와 기술지원,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강원의료기기 스타트업 지원사업도 있다. 창업기업이 공장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고, 연매출 20억원 미만 소규모 업체들은 제품개선을 통해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작년 소닉월드는 이 사업을 통해 매출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 국내·외의료기기 전시회 지원을 통해 수출활동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원주시가 추구하는 의료기기산업 미래상은?

첫째, 대한민국의 의료기기의 생산과 수출 제1도시로 도약하는 것이다. 전국 생산 20%, 수출 30%가 될 수 있도록 산업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해 산업을 지속 육성시킬 것이다.

이를 위해 '원주의료기기발전비전 마스터플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둘째, 타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하여 원주시가 의료도시, 건강도시로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 의료분야는 타 산업과의 융·복합 효과가 가장 큰 분야이고, 그중에서도 의료기기는 의료산업의 근간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물인터넷(IoT)도 스마트폰과 연계된 생활용 의료기기나 건강관리 시스템 등의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ICT와 연계된 의료기기산업을 주도할 계획이다. 원주혁신도시는 의·생명과 관련된 공공기관이 집적되기 때문에 이들 기관과의 협력을 통하여 의료·건강도시의 면모를 갖추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