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갈거리사랑촌에서 열린 퇴임미사에서 곽병은 원장(오른쪽)이 꽃다발을 받고 있다.

'어려운 이웃과 함께한다'는 정신으로 지난 24년간 갈거리사랑촌을 운영해온 곽병은(62) 원장이 운영자의 옷을 벗고 이제 '봉사자'의 길을 선택했다. 

곽 원장은 '원주의 슈바이처'로 불릴 만큼 의사로,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데 힘써왔다. 지난 7일 갈거리사랑촌 내 술미공소에서 소박한 퇴임미사가 치러졌고,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는 곽 원장을 갈거리사랑촌 '명예원장'으로 위촉했다.

곁에서 함께 일하며 배워온 사회복지사들과 시설 거주자들, 마을주민들은 아쉬움의 눈물을 보였다.

곽 원장이 의사로 일하며 모은 사재 5천만원으로 흥업면 대안2리에 갈거리사랑촌을 설립한 것은 지난 1991년 8월.

신앙의 모태가 된 할머니의 세례명을 붙여 노인 공동체시설 '아녜스의 집'을 지었고, 의사로 살며 가난한 이들을 무료로 수술해주고 쌀과 연탄을 나누며 살다간 부친의 세례명으로 지적장애인 시설 '베닉노의 집'을 만들었다.

곽 원장은 의사인 아내 임동란(60) 여사와 1989년부터 25년간 부부의원을 운영하며 갈거리사랑촌을 꾸려왔다.

대안리 노인과 주민에게 시설을 개방해 매년 노인잔치와 나들이 행사를 열었고, 주민들과 마을소식지를 함께 만들 뿐 아니라 동네 노인들의 '사랑방'으로 '시설의 사회화'를 이룬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노숙인을 위해 중앙동에 무료급식소 '십시일반'을 개소했으며, 이어 학성동에 노숙인 자립시설 원주노숙인센터를 설립했다. 그렇게 넓혀간 갈거리사랑촌 복지사업은 한국 최초 복지형 협동조합인 갈거리협동조합을 창립하고, '봉산동 할머니의 집' 설립 등 꾸준히 이어져 왔다.

또한 곽 원장이 선산의 조상 묘를 이장해 갈거리사랑촌 한 편에 초창기 거주하다 세상을 떠난 노인 10명의 합장 납골묘와 똑같은 모양으로 조성한 것은 갈거리사랑촌 식구들과 자신의 가족을 '한가족'으로 여긴 이유에서였다.

곽 원장은 "그동안 후회 없이 열심히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 지내며 일해 온 것 같다"면서 "옷 하나 벗었다는 것뿐이지 앞으로도 봉사자로서 이웃들 곁에서 살아가는 것은 똑같은 마음"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일일이 찾아뵙지 못했으나 그동안 도움 주신 주변 분들에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곽 원장은 최근 아내 임 씨와 함께 갈거리사랑촌으로 거처를 옮겨 아녜스의집에 입소했으며, 앞으로 해당시설과 지역사회 봉사자로 살아갈 계획이다.

곽 원장은 원주시민대상, 대힌민국인권상, 동곡상, 사회복지 분야 최고상인 아산상 대상 등을 수상한 바 있으며, 아산상 시상금 중 7천만원을 기탁해 지난해 '빈의자 의사회(원주 빈곤층 의료지원 자원봉사 의사회)'를 만들었다.

한편 곽 원장은 과거 1996년 사회복지법인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 갈거리사랑촌을 기증한 바 있으며, 앞으로 갈거리사랑촌 및 산하 시설과 복지사업의 운영은 원주가톨릭사회복지회에서 맡게 된다. 원장은 장주기요셉재활원장을 맡고 있는 홍금표 신부가 겸직한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