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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 누리야학 교장, 문 닫을 위기에서 기사회생

이민성 기자l승인2015.10.12l수정2015.10.2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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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할 생각은 없었는데 70대 할머니께서 25살 청년에게 초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면서 굉장히 많이 우셨어요.

할머니께서는 지난 40~50년간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할 곳이 없었다며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고, 평생의 한을 풀어줘 고맙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기억이 지금까지 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김재용(38) 누리야학 교장이 10여년 전 야학에 처음 발을 들였던 때를 회상하며 말을 꺼냈다. 

김 교장은 삼척대(현 강원대 삼척캠퍼스) 건축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2년 지인이 몸담던 야학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부탁을 받고 삼척 풀빛야학에서 처음으로 어르신들을 만났다.

지금은 풀빛야학이 없어졌지만, 그의 야학에 대한 열정은 지금까지 이어지며 누리야학을 위기에서 구해내기도 했다. 그는 "정말 잠깐 일하려고 했던건데, 그 깨달음으로 이 세상이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절실히 느꼈다"며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원주로 돌아와서는 건축현장 관리직으로 재직했다. 그러면서 원주 누리야학에서 야학에 대한 열정을 이어갔다. 그는 "건축 현장에서 일하느라 전국을 다니면서 야학 수업에는 잘 참여하지 못했지만, 인연의 끈은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면서 "결국 건설 현장의 삭막한 삶을 버리고 재무설계사의 길을 걸으며 누리야학에 머물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누리야학의 교장을 맡게 된 건 2013년 겨울부터다. 가장 큰 시련은 작년 겨울 닥쳤다. 야학에 대한 정부 예산이 중단된 2006년 이후 강원도와 원주시에서 지원해주던 야학 예산이 끊기게 된 것. 원주시와 강원도는 청소년 예산으로 야학을 지원했지만, 도내 야학에 청소년이 없는 만큼 청소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 교장은 운영 예산 지원 중단보다 공간이 없어지게 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한다. 

누리야학이 있던 시민복지센터는 원주시 소유의 건물인 데다 원주시에서 운영비를 지원받아 임대했기 때문에 지원이 끊긴 상황에서 고액의 임대료를 낼 방법이 없었다. 그는 "봉사를 위해 모인 단체인데 봉사를 하기 위해 행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며 "주위에서도 그만두라는 만류가 많았고, 스스로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나 1977년부터 시민들을 위해 재능기부 봉사를 해 온 누리야학인데, 원주시에서 공간을 빼앗음으로써 결과적으로 봉사활동을 막았다고 분개했다. 김 교장은 "나는 혁명가도, 자선사업가도, 실업가도 아니지만 원주시의 주인인 시민이 원주시로부터 배척받아야 하는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수소문 끝에 저렴하게 공간을 임대받았다. 뿐만아니라 지역 업체가 누리야학 소식을 듣고 지정 후원으로 50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SNS를 통해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후원회도 일부 가동되며 5천원에서 1~2만원씩 후원을 받아 누리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야학에서는 내가 가르치는 시간보다 배우는 시간이 훨씬 많다"며 "겸손을 배우고, 신뢰를 배우고, 어른들을 통해 지혜를 배우고, 그 시간을 통해 나 자신을 배우며, 보람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이민성 기자  sungnew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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