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기기 기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원주의료기기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입니다.

산업이 성숙되면서 성장세 감소는 필연적이지만, 원주는 지역 안팎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성장속도가 감소한 측면이 더 커 보입니다.

아직은 의료기기 산업의 선두주자로 불리우고 있습니다만 첨복단지를 비롯한 타지역의 성장세가 빨라 그 격차 또한 줄어들고 있습니다. 위기를 맞고 있는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현실을 진단해 보았습니다.

1.원주의료기기산업 태동
2.한계에 다다른 특화산업
3.대학과 원주시의 산업 육성
4.첨복단지와 정부정책 방향
5.유럽의 실리콘밸리 드레스덴
6.산·학·연·관 지역경제 구심점 

거북이 성장률

의약품·의료기기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Espicom Business Intelligence'는 2012년 발표한 'Worldwide Medical Market Forecasts to 2017'보고서에서, 세계 의료기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8%로 발표했다. 2007년 1천949억 규모였던 시장이 2012년엔 2천898억불로 성장했다는 분석이었다. 

헬스케어 및 에너지 시장조사 업체인 'GlobalData'도 2020년 세계 의료기기 시장규모를 5천675억달러로 보았는데, 이는 2014년 말 3천180억달러보다  2배 가량 증가한 수치이다.

문제는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성장률이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주 의료기기는 지난 5년간 매출액에서 5.7% 성장에 그쳤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의료기기산업 성장률이 8.4%를 기록해 세계 성장률과 나란히 가고 있지만, 원주 성장세는 상대적으로 둔화되고 있었다.

과거 10년간의 수치를 보아도 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2006년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국내생산과 수출액을 합해 총 1천53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108개 업체가 매출 3천764억원을 기록해 5년간 2천228억원이나 산업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2014년 말 원주의료기기 산업은 139개 업체가 4천96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1천199억원의 성장을 하는데 그쳤다. 

업체 수는 2006~2010년 43개 업체가 증가했고 2010~2014년 31개 업체가 증가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2006~2010년엔 1천293명의 일자리가 창출됐지만, 2010~2014년은 324명만 늘어났다.

매출액 증가치는 1/2, 고용은 1/4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그룹 삼정KPMG는 원주 의료기기산업의 둔화 원인을 "기업 제품군의 부가가치가 낮고 뿌리산업 부재로 인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이 한계를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기기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의료기기 업체의 폐업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취약요인이다. 제조업 대비 의료기기 기업의 창업률은 높은 편이지만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폐업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지역산업 생태계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삼정KPMG는 창업보육센터 네트워크시스템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토대로 2007년부터 2012년까지의 의료기기 창업률과 폐업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의료기기 산업의 창업률은 2010년 8.4%를 정점으로 2012년 7.2%까지 낮아졌지만, 폐업률은 2007년 19.3%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2012년 말에는 52.9%까지 치솟았다.

원주에 지난 5년간 31개 업체가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고 창업 후 5년 이내 폐업률이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창업기업들을 지원할 만한 충분한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삼정KPMG는 하지만 원주는 이러한 기능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창업 기업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창업보육센터가 원주에 4개소나 있지만 운영실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인 S등급을 받은 곳은 없다고 했다.

영세한 의료기기 업체가 많은 것도 당면과제이다. 원주의료기기 139개 업체 중 95개(68%) 업체는 연 매출액 10억원 미만이다. 5억원 미만의 업체도 82개(59%)나 된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전체 종업원이  10명 이내이다. 원주 의료기기산업의 2/3가 영세업체인 것이다. 이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서 기업의 안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다. 삼정KPMG는 생산액 100억원 이상 기업의 생산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지만 100억 미만은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고 밝혔다.

원주의료기기 산업이 한 단계 성장하려면 2/3에 달하는 작은 기업들이 중기업이나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씨유메디칼시스템 전상윤 본부장은 "수도권 기업들이 원주에 가면 기업하기 좋다는 인식을 받을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창업기업, 5년·10년 기업, 장기적으로는 50년 기업까지 단계별로 기업이 겪는 애로점을 파악하고 이에 걸 맞는 맞춤지원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슈퍼경쟁자들의 등장

원주 의료기기산업을 위협하는 국내·외 슈퍼경쟁자들의 등장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올해 공개한 '2014년 의료기기 생산 및 수출, 수입실적 보고자료'에 의하면, 강원지역 의료기기 생산액은 지난해 말 5천7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경기남부 지역 1조1천296억원에 이어 2번째로 규모가 컸다. 경기남부와의 생산액 격차는 지속적으로 벌어지고 있지만 서울이나 부산, 대전·충남 지역이 강원을 추월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 2위 수성도 쉽지 않게 됐다. 

더군다나 정부는 의료기기 산업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인식하고 대구와 오송에 첨단의료복합단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첨단의료산업분야 최고역량을 갖춘 글로벌 R&D 허브구축'이라는 비전하에 2013년까지 지원기반을 구축하고, 10년이내 글로벌 시장에 진출 가능한 신약·첨단의료기기 분야 제품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2038년까지 8조6천억원의 거대 자금이 투입되는 대단위 사업이다. 삼정KPMG는 "지금까지 원주 의료기기산업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대구와 오송에 선도적인 위치를 유지해왔지만, 기업수의 경우 이미 대구에 추월당하였고 고용인력과 총생산액의 격차는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독보적 제품으로 세계시장 선도해야"
인터뷰 / 윤형로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초대 원장 

▲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윤형로 초대 원장.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성장 비결과 침체 원인은?

그 시절엔 서로 의기투합이 잘 이루어졌다. 원주시, 연세대학교 구성원들, 대학원생들, 기업들 모두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꿈을 가지고 의기투합했다.

의료기기산업이 침체 됐다고 하는데 공유할 수 있는 꿈이 없어지니까 의기투합이 잘 안 되는 것이다. 원주 의료기기가 앞으로 어떻게 커나갈 것인지, 우리가 어떻게 기업을 키워나갈 것인지 그것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이 변화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각각의 주체에서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고 그 에너지를 응집하고 교류하면 산업이 활성화 될 수 있다. 

원주가 폭발적인 성장을 한 것은 지역에서 기업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고 키워 창업을 유도했고, 외부기업을 유치하면서 급격한 성장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러한 일들이 지지부진하니 성장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창업을 이끌어 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리더가 있어야 하는데 재단도 시도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원주의료기기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은?

글로벌화에 있다. 국내시장은 좁기 때문에 해외시장이 아니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지금 재단이 이 일을 도와주고 있다.

세계 시장을 보면 매출액 수백억원 하는 기업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경우가 있다. 특정분야의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강소기업을 육성해야 하다. 그런 비전을 재단이 제시하고 기술력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들의 인력수급 문제가 심각하다.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그 기술력은 인력으로부터 나온다.

원주는 지금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있다. 고급인력을 못 구하니까 기술혁신을 못하고 기술혁신이 어려우니 시장창출을 못한다. 시장창출을 못하니 임금수준이 낮아지고 고급인력들은 멀어지게 된다.

고급인력을 유인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 봉급이 낮다면 원주시가 기본급을 제외한 인센티브 지원을 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력한 자석 주위에 금속들이 모이는 것처럼 원주의료기기 산업을 일으킬 수 있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지금도 각 주체간의 에너지는 충분하지만 이것이 응집되지 못해 성장세가 둔한 것이다.

다행히 재단이 이런 작업들을 시작했고 기업·대학·원주시를 포함한 지원기관 간 네트워크 교류를 통해서 의기투합 과정을 복원하고 있다. 의료기기 산업 발전이 관성을 가지고 스스로 커 나갈 수 있도록 원주시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