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블린은 문학관련 축제가 연중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과거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한 시민들의 노력이지만 이제는 더블린의 일상이 됐다.

기획취재 '문학으로 꿈꾸는 창의도시 원주'를 6회에 걸쳐 연속 게재합니다. 원주투데이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공예와 음식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전주시와 이천시 등 국내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영국의 노르위치, 아일랜드 더블린 등 대표적인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에서 그들이 지역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성과와 비전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원주시가 2019년을 목표로 문학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추진중인 가운데 창의도시로 가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또 지속가능한 원주의 미래는 어쩐 모습이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 창의도시로 가는 길
2. 공예 창의도시 이천
3. 음식 창의도시 전주
4. 문호들의 고향 더블린
5. 출판산업의 중심 노르위치
6. 문학이 숨 쉬는 땅 에든버러

50만명이 거주하는 아일랜드 공화국의 수도 더블린은 창의성과 재능 있는 작가들이 먼저 연상되는 도시다.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된 것은 2010년이지만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더블린은 그 자체로 '문학도시'로 통한다.

전 세계인을 감동시킨 더블린 출신 거장들은 호명하기 조차 힘들 정도로 많다. '율리시즈'를 통해 더블린은 물론 아일랜드를 문화의 이름으로 세계에 알린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해 '걸리버 여행기'의 조나단 스위프트, 19세기 말 유미주의(唯美主義, Aestheticism)를 대표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 등이 그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조지 버나드 쇼, 사무엘 베케트, 윌리엄 예이츠, 세이머스 히니도 더블린 태생이다. 더블린의 오랜 문학적 전통과 창의성은 매캔 칼럼, 로디 도일, 세바스천 베리 등 현대의 쟁쟁한 작가들로 이어지고 있으며, 그들은 현대적 감각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으로 지금도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사회·경제적 파급효과 기대

더블린 경제의 핵심은 문화와 관광산업이다. 더블린 유네스코 창의도시(Dublin Unesco City of Literature)에 따르면 2009년 560만명이 더블린을 방문했고 지역 경제에 미친 효과는 17억 파운드(한화 3조원)에 이른다. 수많은 관광객을 이끄는 더블린의 힘은 바로 문학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다양한 도서 행사를 통해 더블린에서 출판된 도서들을 홍보할 수 있고, 이는 다시 도서 매출 증가로 환원된다.

더블린을 중심으로 성장한 출판업 및 도서 수출 산업도 활발하다. 2009년 더블린의 출판사 및 서점의 고용 인원은 570여명이다. 이는 아일랜드 전체 출판업 인원의 96% 수준이며, 이들은 업계 전체 매출의 82%인 8천700만 파운드(한화 1천500억원)를 차지한다.

더블린 유네스코 창의도시 디렉터 제인 엘저(Jane Alger)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가입 이후 창의도시 가입으로 인한 효과를 분석하고자 했지만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부분이어서 아직까지 계량된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도 "하지만 2010년 아일랜드가 IMF 구제금융 체제에 들어간 이후 더블린 경제가 확실히 나아지고 있으며, 역사적으로 중요한 문학 유산이 사회와 시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 더블린을 대표하는 작가들. 메리온 스퀘어 한편에 위치한 오스카 와일드 동상 앞은 평일에도 수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문화적·사회적 자산과 활용

오랜 문학적 전통과 유명한 작가들과의 인연은 더블린의 가장 큰 문화 자산이다. 문호들을 기념하기 위해 더블린은 1991년 유럽 최초의 작가박물관을 건립했다.

더블린 대표 작가들의 책, 편지, 초상화, 개인 소장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아일랜드 문학의 역사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더블린은 또한 아일랜드 국립 도서관, 예술도서관인 체스터 비티 도서관을 비롯해 아일랜드의 가장 오래된 공립도서관인 마쉬 도서관 등 23개의 공공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밖에도 제임스 조이스 박물관, 트리니티 대학에 비치 된 '켈스의 저서(The book of kells)' 등 문학 관련 관광지가 즐비하다.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가 사제로 재직했던 성당과 헨델의 '메시아'가 초연된 거리, 현재는 레스토랑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극작가 숀 오캐시가 세례를 받았고 맥주회사 기네스의 창립자인 아서 기네스가 결혼식을 올린 성 패트릭 성당, 더블린 중심을 흐르는 리피강변에 자리잡은 수 많은 템플 바(Temple Bar)들은 지금도 관광객들의 발길을 더블린으로 불러 모으는 이유다.

제임스 조이스 센터(The James Joyce Centre Dublin) 관리책임자 마크 트레이너(Mark Traynor)는 "특정일을 '컬쳐 나이트(Culture Night)'로 지정해 박물관, 성, 교회, 전시관에 무료 입장할 수 있도록 하거나 책 속의 상황을 재현하는 '블루밍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문화 자산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며 "소설 속 사건 등 작가의 작품을 가지고 운영하는 강좌나 워크숍, 문학관련 워킹투어도 관광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년 열두달 이어지는 문학 축제

더블린은 문학관련 축제가 연중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과거의 영광을 지속하기 위한 더블린 시민들의 노력의 산물이지만 이제는 더블린의 일상이 된지 오래다.

전세계 문학인들을 더블린으로 모이게 하는 '더블린 작가 축제(Dublin Writers Festival)'와 '더블린 도서 축제(Dublin Book Festival)'를 비롯해 우리의 한 도시 한 책 읽기와 같이 시민 전체가 한 권의 책을 읽는 '원 시티, 원 북' 캠페인도 진행한다. 시민 모두가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춤추고 즐기며 작품 속 더블린의 이야기를 축제로 풀어낸다.

이 밖에도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율리시즈'의 배경이 되는 날을 기념하는 '블룸즈데이(Bloomsday)'와 '아일랜드 문학 축제(Irish Language Literature Festival)' 등 다양한 행사들로 더블린의 문화를 풍성하게 하고 있다.

특히 영어로 발행된 소설에 수여하는 '국제 임팩 더블린 문학상(International IMPAC Dublin Literary Award)'은 한 작품에 주어지는 상금이 가장 많은 문학상이라는 유명세 못지 않게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더블린 유네스코 창의도시 디렉터 제인 엘저는 "매년 열리는 더블린 작가 페스티벌과 북페스티벌, 시민들 모두가 한 권의 책을 읽는 '원 시티, 원 북' 등은 더블린을 문학의 중심지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이라며 "인프라를 확충하고 시민들에게 더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 못지 않게 유네스코 창의도시사업이 시민들의 삶에 어떤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는지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관광객 증가하고 작가 지원도 확대"
더블린 유네스코 창의도시 이끄는 디렉터 제인 엘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더블린을 6년째 이끌고 있는 제인 엘저(55·Jane Alger)는 도서관 사서가 본업이다.

어린이들에게 책 읽기를 장려하거나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는 일이 그녀가 해 온 일이다. 퇴근 후 인근 도시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그룹과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를 알게 된 제인은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평소 더블린을 문학으로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온 그녀에게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모든 고민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길이었다. 즉시 인근 도서관 사서들에게 내용을 리서치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은 뒤 기획서를 작성해 시정부를 설득했다.

그녀가 자신있게 일을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더블린이 가진 자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4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비롯한 수많은 작가들과 그에 못지 않은 생활 동인들.

23개 공공도서관과 25개 문학 단체. 더블린이 문학적 황금기였던 1960년대 작가들을 그리워하며 기리는 수많은 사람들. 더블린 시민들의 생활이자 문학이 꽃피운 장소인 템플바 문화 등. 지역이 가진 자산은 차고 넘쳤다.

그렇게 시작된 더블린 유네스코 창의도시는 기성 작가를 활용해 작가 지망생들을 지도하고, 매년 3명을 선정해 출판부터 홍보, 판매까지 지원한다.

출판사와 연계해 수필과 소설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각급 학교 및 도서관과 우수도서를 선정하고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더블린 시민들의 생활문화인 템플바에서 이뤄지는 낭독회와 발표회, 작가와의 만남도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추진하면서 관광산업 부흥과 작가 지원, 어린이들을 위한 책 읽기 운동 활성화 등을 기대했다"는 그녀는 "창의도시 가입 이후 관광객이 늘어났고 작가들에게도 더 많은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다른 창의도시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