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쁜길로 빠지지 않았을까요? 복싱을 만난 것은 제게 행운입니다".

우리나이로 올해 37세. 국내 현역 아마추어 복싱 선수 중 최고령인 홍무원(원주시청) 선수의 말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아마추어 복싱 선수 중 그보다 선배는 없다. 같은 나이의 동기가 두 명 더 있지만 모두 중량급이다.

체중조절이 경기력을 크게 좌우하는 복싱경기에서 불혹을 눈 앞에 둔 나이에 50㎏대 초반의 체중을 유지해야 하는 경량급 선수로 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다는 증거다. 

홍무원은 지난달 원주에서 사전경기로 치러진 제96회 전국체육대회에서 플라이급 금메달을 획득했다. 5년만에 목에 건 전국체전 금메달이자 자신이 전국체전에서 획득한 8번째 금메달이다.

자신보다 10년, 15년 이상 어린 선수들과 주먹을 주고 받으면서 왼쪽 눈에는 시퍼런 멍이 훈장처럼 자리 잡았다. 한 눈에 보기에도 심하게 부어 올랐지만 "복싱 선수라면 일상적인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도 "맞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가족들을 되도록이면 경기장에 오지 못하게 한다"면서 씩 웃고만다. 

그가 샌드백을 처음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학성중 1학년 때인 24년 전이다. 대성고를 졸업한 2000년 곧 바로 원주시청에 입단했고, 군 복무를 위해 상무(국군체육부대)에 적을 두고 있던 2년여를 제외하곤 14년간 원주시청 유니폼을 입고 링 위에 올랐다.

그동안 전국체전에서 획득한 메달만 금메달 8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 등 11개에 이른다. 비록 같은 팀 동료이자 절친인 김정주(현 국가대표 코치)에 가렸지만 인도네시아대통령배복싱대회 우승, 아시아복싱선수권대회 준우승, 아테네 올림픽 8강 진출 등 국제무대에서도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내년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최종 목표는 다음 전국체전이다. 자신의 마지막 체전이 될 내년에 마지막 메달을 고향 원주에 선물하고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다는 설명이다. "메달 색은 중요하지 않다"는 그는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