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역사회의 비영리법인에서 활동했던 교직원 두명이 직장에서 해고됐다. 겸직금지 위반이라는 이유다.

이를 통해 이득을 취한 것도 아니고 지역사회에 봉사를 한 셈인데 해고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지방노동위원회도 해고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이같은 몰상식은 시작에 불과했다.

최근 필자의 SNS에는 상지대학교 사진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다. 5명의 교직원들의 해고를 포함한 중징계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목소리부터 교수와 학생, 교직원들이 버스를 타고 세종정부종합청사에서 집회하는 장면, 추석인데 집에 가지 못하고 야외에서 합동차례를 지내거나 자장면을 나눠 먹으면서 천막 농성하는 장면들이다. 

특히 교실에 있어야 할 책상과 의자가 복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사진만 봐도 학교 상황이 어떤지 연상된다.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한 것이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수천만원의 빚을 져가며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수업거부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한 것이다. 그들은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25년 전 필자는 직장을 다니다가 학교에 들어갔다. 눈이 펄펄 내리던 겨울 장학증서가 찍힌 합격증을 보며 뿌듯하게 교문을 나섰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하지만 낭만은 그때뿐, 대학 4년 내내 수업거부와 집회의 반복이었다.

당시 교수채용비리와 학생용공조작 사건 등 온갖 비리로 얼룩진 상지학원의 어두운 그늘은 이미 유명해진 사건들이다. 이 모든 의혹의 중심에는 현재나 과거에나 설립자로 자처하는 김문기 씨가 있었다. 달라진 사실이라면 지금은 아들들이 성장해서 상지학원 이사로 왔다는 사실 뿐이다. 

당시에도 우리가 외쳤던 것은 상식이 통하는 학교였다. 누구나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학사행정, 교수채용, 학교운영이었다. 주위에서는 긍정적인 시선도 많았지만, 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데모만 한다는 핀잔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상식이 통하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외침이 잘못된 욕심인가요?"를 거리에서 심지어 서울의 지하철 안에서도 목놓아 외쳤던 기억이 난다. 

그들이 없었던 20여년이 안되는 세월 동안 상지대학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학교에 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중부내륙의 명문으로 발돋움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민주사학으로 자리매김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요즘 많은 대학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었도 상지대학은 나름 잘 유지되었다. 하지만 김문기 씨가 복귀한 최근 몇 년 사이, 다시 학교는 이른바 쑥대밭이 되어 버렸다. 동문들의 자존감도 일시에 무너져 버렸다. 또다시 상식이 통하지 않는 학교가 되어 버린 것이다.

학생들은 언제 끝날지 알수 없는 미래를 담보로 거리로 내몰렸다. 해직된 교직원들과 교수들은 직장을 잃었다. 내부의 교직원들은 지금은 해고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내일은 또 누가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는 잠재적 불안 속에서 생활해야 한다.

이게 정상적인 학교인가? 요즘은 오너십이 강한 기업들도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무자비하게 운영하지 않는다. 조직원들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생존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지학원은 해고의 칼자루를 조직원들을 대상으로 무자비하게 휘두르고 있다. 그들은 이런 대학에서 할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결국 대학구조개혁 평가 결과 하위등급을 받고, 대학 홈페이지는 다운되고 많은 학생들이 유급으로 치닫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어쩌면 당시의 상황을 유추해서 보면 김문기 씨는 학교의 이런 현실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설립자라면 학생들의 고민과 대학의 안위를 살피는게 도리일텐데, 이런 상황을 수수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다.

지역의 미래는 인재 육성과 맥을 같이 한다. 지역사회가 인재들을 잘 키워내지 못하면 지역도 퇴보한다. 지역사회가 상지대학교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의 사태를 미온적으로 대처해 직무를 태만히 하고 있는 교육부를 압박해 빠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미래인 학생들이 빨리 교실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문병선 서곡생태마을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