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일, 강원도와 양양군이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 신청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에 승인이 났다.

국립공원지역 내에서도 케이블카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케이블카 필요성의 첫째 이유로 탐방객 증가로 자연훼손이 심하다는 것과 그 외 장애인, 노약자의 이용권, 관광객유치, 신규일자리 창출 등의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면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탐방객이 줄어들고 자연훼손도 덜하게 되는 것인가? 자연훼손이 안되려면 등산객이 줄어야 하지만 등산하려는 사람은 여전히 과포화 상태이고, 게다가 케이블카 관람객도 생기게 되니 등산객은 더 많아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지금도 자연훼손이 심한데, 도리어 케이블카를 설치하고 사람들을 더 모으려하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늘어나는 등산객으로 인한 자연훼손으로 설악산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대청봉 정상부의 돌밭은 당초부터 돌밭이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원래는 낮은 키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던 정상부였지만 많은 등산객으로 인해 다 깎여 나가 땅속의 돌이 드러난 것이라 한다. 

설악동에 가면 흑자수익을 낸다는 권금성 케이블카가 있다. 인터넷 검색을 해 보면, 정상부에 나무 한 그루 없이 온통 바위뿐인 권금성도 옛날에는 천년을 산다는 주목이 우뚝 서 있는 것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접어두고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사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케이블카를 놓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적 이득이 생길 거라는 기대감이다. 대기업들이 설악산 꼭대기에 호텔을 짓겠다고 나서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산양도 있고, 유네스코 생물권보호구역으로 선정된 설악산국립공원에 막무가내로 관광시설을 할 수 없으니, 자연훼손을 막기 위한다는 앞뒤가 안 맞는 핑계로 설치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

그럼 경제적 이득이 있다면 모든 일을 다 할 것인가? 우리는 돈이 된다는 말에, 일자리가 생긴다는 말에 온 산천을 파헤치고 있다. 돈이 된다면 앞뒤 가리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사는 몇몇 기업들이, 일자리는 몇 명의 생계방편으로 끝이 나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죽어버릴 것이다.

그 경제적 이익도 들여다보면 조작으로 부풀린 관광객 수와 경제성 분석이라는 숫자놀이일 뿐이다. 전국의 20여개가 넘는 케이블카 중에서 수익이 되는 곳은 서울 남산, 설악산 권금성, 경남 통영 단 3곳뿐이다.

설령 돈이 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 개발된 설악산은 보기 흉한 첨탑과 강선이 늘어져 있는 산이 될 것이다. 오색케이블카가 설치된다고 하니 전북 진안의 마이산에도 케이블카를 놓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젠 전국의 산하가 케이블카로 덮일 판이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될 때 전문가라는 분들이 경제적 이익을 이야기했다. 4대강을 하게 되면 강 위에 관광용 배가 떠다니고 주변에 많은 이들이 경제적 이익을 볼 것이라고 선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녹조가 온 강을 뒤덮고 숨이 막혀 죽은 물고기와 그 악취에 사람들이 진저리를 친다. 한반도 지형으로 유명한 회령포와 내성천의 넓은 모래톱은 이제 풀밭으로 변해가고 있다.

굽이쳐 휘돌아가는 강물의 백사장이 보여주던 아름다움이 사라져 버린다면 회령포나 내성천은 더 이상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장엄한 산의 맛을 느끼는 것은 그야말로 때 묻지 않은 자연 그 자체를 볼 때이다. 첩첩이 등줄기를 드러내고 아스라이 먼 곳이 펼쳐진 광경, 그 위에 손에 닿을 것 같은, 몸을 뉘면 푹신함이 감쌀 것 같은 운해가 넘실대는 장면은 두고두고 추억하게 된다. 그런 산꼭대기에 줄지어 첨탑이 서고 케이블이 늘어져 있다면 과연 누가 보러 올 것인가?

몇 년 전에 지역의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설악산을 무박 2일로 다녀온 적이 있다. 금요일 밤 늦게 모여 점검하고 자정에 양양 오색약수터로 출발했다. 새벽 2시 조금 넘어 도착했는데 이미 오색약수 등산로 부근에는 주차 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로 차들이 북적이고 있었다.

3시가 조금 지나 등산로가 열리고 사람들이 오르기 시작하는데 거의 두 세 걸음 간격으로 줄지어 올랐다. 돌밭으로 이루어진 설악산 정상에는 발을 디딜 수가 없었다. 어림잡아 2백여 명이 넘는 등반객들이 너도나도 대청봉이라는 글씨가 써진 봉우리에 올라 인증사진을 찍는데 줄을 서 기다리는데도 한참 걸렸다.

그렇지만 모두들 네 시간 가까이 걸어서 산 정상을 올랐다는 사실에 즐거워했고, 지금도 아이들은 그때 이야기를 하면 감흥에 젖는다. 이렇게 땀 흘리며 힘들게 얻은 모든 가치를 돈으로 바꿀 수는 없다. 우리 모두의 설악산을 흉물스런 첨탑이 늘어서 있고 어느 기업의 호텔 앞마당으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이상훈 무위당을 기리는사람들의 모임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