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년 '전주 천년의 맛잔치'로 출발한 '전주 비빔밥 축제'. 이제는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축제로 국내외 관광객을 전주로 불러 모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전주시 한옥마을 태조로 특설무대에서 전주시 33개동이 함께한 비빔 퍼포먼스.

기획취재 '문학으로 꿈꾸는 창의도시 원주'를 6회에 걸쳐 연속 게재합니다. 원주투데이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공예와 음식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전주시와 이천시 등 국내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영국의 노르위치, 아일랜드 더블린 등 대표적인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에서 그들이 지역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성과와 비전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원주시가 2019년을 목표로 문학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추진중인 가운데 창의도시로 가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또 지속가능한 원주의 미래는 어쩐 모습이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 창의도시로 가는 길
2. 공예 창의도시 이천
3. 음식 창의도시 전주
4. 문호들의 고향 더블린
5. 출판산업의 중심 노르위치
6. 문학이 숨 쉬는 땅 에든버러

전주는 예로부터 다양한 식자재가 생산되고 교차한 고장이다. '완산(전주의 옛 이름) 10미(味)', 또는 '완산 8미'로 대표되는 좋은 식자재를 바탕으로 맛과 멋을 즐긴 풍류의 고장이면서 토반의 양반 음식이 전수된 곳이기도 하다.

또한 장이 발달해 쌀과 곡물로 만든 떡과 죽을 비롯해 고추장, 젓갈, 장아찌 등 발효식품이 유명하다.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는 푸짐한 상차림으로 맛과 향이 풍성한 한정식. 청포묵과 전주미나리, 소고기 등 30여 가지 재료가 들어간 전주비빔밥.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콩나물국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식 문화로 맛의 고장이라 불린다.

전주시는 전주가 가진 자산인 음식문화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21세기 문화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일찍부터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전주음식상품개발, 산업화, 교육, 홍보, 축제 등이 그 것이다. 2001년 이후 연평균 4회에 걸쳐 해외에서 개최되는 세계적 식품행사에 참여해 홍보관을 설치하고 비빔밥과 한식 시연 및 시식회를 가졌으며, 2008년에는 뉴욕에서 한국음식축제를 개최했다.

'한스타일박람회'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음식 관련 행사에 참여해 고장의 음식을 적극 알리는 일에도 힘썼다. 이와함께 '세계발효식품엑스포'와 '비빔밥축제', '전통주 경연대회' 등 국제 혹은 전국 규모의 다양한 음식 행사를 개최했다.

이일홍 전주시 관광산업과장은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될 수 있었던 이유를 "음식산업이 가진 잠재력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신성장동력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시민이 중심이 된 네트워크 구축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선정될 수 있었던 그 중심에는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대표: 송재복)의 활약이 있었다. 전주시정발전연구소를 통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이 제안되자 음식전문가와 일부 영업점, 대학교수 등을 중심으로 2008년 결성된 '전주음식창의도시 워킹그룹'이 그 출발점이다.

워킹그룹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위한 준비와 지표개발, 세미나, 포럼 등을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시민들에게 알리고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활동이었다. 2010년에는 워킹그룹을 확대 개편해 범시민 차원의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조직을 결성했다.

음식점은 물론 음식에 관심있는 시민, 언론인, 시의원, 대학교수, 상공인 등이 참여해 시민차원의 포럼과 세미나 등을 개최했다. '전주(완산) 10미'를 가지고 음식개발 시연회를 갖고, 추진사업 발굴을 위한 의견수렴활동도 전개했다.

시민네트워크의 활동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지정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2013년 500여명의 단체와 개인회원으로 확대된 시민네트워크는 법인화를 추진하는 한편, 전주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음식업소간의 교류를 추진하는 '전주음식상호네트워크 활성화사업'을 비롯해 '찾아가는 전주비빔밥 체험행사', 식기류 전시회인 '전주그리움의 식기전'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다.

전주비빔밥축제기간 국제회의인 '6개국 초청포럼'을 주관하고 전주시내 24개 단체가 참여하는 '안심먹거리운동'을 전개한 것도 시민네트워크였다. 이밖에도 시민이 가진 음식솜씨를 발굴하기 위한 '시민음식솜씨발굴사업' 및 6개월간의 연구결과를 통한 '향토음식확대사업' 주민공청회, '경기전 제례음식관련 포럼' 등을 주관하는 등 시민과 관을 잇는 가교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송재복 대표는 "음식창의도시로서의 브랜드 이미지와 가치는 결국, 전주 맛과 청결 지키기, 음식에 대한 자긍심 키우기 등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참여와 관심으로부터 비롯되기 때문에 음식 창의도시의 발전은 음식관련 전문가, 음식업 종사자, 음식에 관심이 있는 시민들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발빠른 행보 세계적인 음식도시로 도약

전주시는 2007년 '전주 천년의 맛잔치'로 출발한 '전주 비빔밥 축제'를 비롯해 대규모 음식관련 축제를 열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국 방문의 해'를 맞아 한국음식관광축제를 열기도 했다.

전주 맛 장인 경연대회, 향토 음식 품평회 및 경연대회, 전주 가양주 경연대회, 전주 10미 경진대회 등 전국 단위의 전통음식 요리경연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한식 전문가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가 된 2012년에는 전주국제한식조리학교를 개교해 한식 조리 인재 양성에 더욱 힘쓰고 있다.

최근 일부 조직개편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타 지방 자치단체에는 없는 '전통문화국'을 설립하고 산하에 '전통문화진흥과'와 '한브랜드과'를 만들어 전통 도시 추진 업무를 총괄하도록 한 것도 주목된다. 특히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식계'라는 실무부서를 두고 전주가 세계적인 '음식 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교류도 적극 추진중이다. 2012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창의도시 연례회의를 시작으로 세계미식연맹 결성을 위한 MOU 체결, 일본 가나자와와 니가타 세계포럼, 2013년 이탈리아 볼로냐 창의도시 연례회의 참석과 창의도시 국제포럼 개최 등 다양한 국제교류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경원동 한옥마을 인근에 한국전통문화전당을 개관했다. 2008년부터 465억 원을 들여 1만9천㎡ 부지 위에 연건평 1만7천여㎡ 규모로 건립한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전통문화의 대중화, 산업화, 세계화를 실현하는 전주 한문화의 창조융합 거점이다. 전통문화산업 창조인력을 양성하고 전통문화의 가치를 재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내부에는 한지와 공예 등 전통문화산업과 함께 유네스코 음식 창의도시관이 설치됐으며, 전주의 맛을 체험할 수 있는 시루방(음식조리교실)과 인력 양성 등에 활용될 교육실, 세미나실, 뷔페식 비빔밥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전주 문화적 역량 세계가 인정

이일홍 전주시 문화산업과장은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으로 인해 "전주시의 문화적 역량을 국제사회에서 인정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의 동반 발전과 지역민의 문화자산에 대한 가치 재인식 및 애향심 고취 등 직·간접적 효과도 기대된다 게 이 과장의 설명이다.

전주의 이미지 향상과 도시 마케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 "즉각적으로 가시적인 수준의 경제적 이익과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시민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후 주목할만한 변화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주대 산학협력단이 발표한 2013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주의 일반 음식점은 2010년 6천328개소에서 2013년 7천136개소로 8.7% 증가했으며 2010년 350만명이던 한옥마을 관광객은 2012년 493만명, 2013년 508만명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700만명을 내다보고 있다. 특히 같은기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10만명에서 23만명으로 두 배 이상 큰 폭으로 증가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전주시와 전주의제21추진협의회가 올해 발간한 '2015 전주시 지속가능지표 평가보고서'에서도 2014년 전주한옥마을을 찾은 체류형 관광객은 17만3천357명(외국인 9천2명 포함)으로 2010년과 비교해 4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시는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앞으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라는 명성에 걸맞은 인프라와 환경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제는 전주음식과 전통문화자산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고 관련분야 활성화로 이어나가 도시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 과장은 "한식의 허브로서 한국전통문화전당 내에 한식 및 창의도시 업무를 담당할 음식창의센터를 구축해 전반적인 발전방향을 수립하고 추진할 계획"이라며 "전주음식의 맛을 이어오는 음식명인과 명소, 명가 등을 발굴해 유네스코 음식창의업소로 지정하는 등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브랜드 강화에도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의도시 성공은 가입 이후가 중요"
송재복 시민네트워크 대표

유네스코 전주음식창의도시 시민네트워크 송재복(61·호원대 교수) 대표는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 전주의 오늘을 만든 장본인이다. 창의도시 가입을 처음 제안한 것도, 워킹그룹을 만들어 현재의 시민네트워크로 발전시킨 것도 모두 그가 중심이 돼 해 낸 일이다. 

현직 교수인 그가 창의도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전주시정발전연구소장을 맡고 있던 지난 2008년이

다. 부수고 새로짓는 획일적인 도시개발에 염증을 느끼고 있을 때 지역의 문화자산을 창의적으로 활용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창의도시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도시가 가진 문화적 가치와 경험, 지식, 노하우를 공유하고 시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라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송 대표는 "창의도시는 시민이 중심이 되고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새로운 도시재생모델"이라며 "지역이 가진 자산의 경쟁력을 높여 발전시켜나가는 데 시민이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8년째 창의도시에 매달리고 있는 그는 창의도시는 지정보다 지정 이후가 더욱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지속가능한 창의도시 만들기는 창의적인 사업의 선택과 적절한 예산 배분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전제한 송 교수는 "대부분 단체장들이 창의도시로 지정되면 사업집행에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경계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송 대표는 "유네스코가 전주시를 음식창의도시로 지정했다고 해서 전주시의 '미식분야(gastronomy)'가 완성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단지 음식도시로서 역사성, 예술성, 문화성을 갖춘 도시라는 것을 공인받았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오래된 문화적 자산, 좋은 식재료, 음식 맛과 조리법, 음식인력양성 사업, 그리고 음식축제 등을 잘 보존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발전시키는 창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송 대표는 "주민의 창의능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과 제도적인 기반확보, 역량강화를 위한 주민참여와 토론문화 확산, 자치단체와 주민, 전문가간의 거버넌스를 통한 다양한 아이디어 추출과 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