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자종합테마파크 '세라피아(Cerapia)'는 공예 창조도시 이천의 중심이다. 도자기 전시 및 연구센터이면서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예 창의도시 이천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기획취재 '문학으로 꿈꾸는 창의도시 원주'를 6회에 걸쳐 연속 게재합니다. 원주투데이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공예와 음식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전주시와 이천시 등 국내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또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와 영국의 노르위치, 아일랜드 더블린 등 대표적인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에서 그들이 지역의 문화자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고, 성과와 비전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원주시가 2019년을 목표로 문학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을 추진중인 가운데 창의도시로 가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 또 지속가능한 원주의 미래는 어쩐 모습이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1. 창의도시로 가는 길
2. 공예 창의도시 이천
3. 음식 창의도시 전주
4. 문호들의 고향 더블린
5. 출판산업의 중심 노르위치
6. 문학이 숨 쉬는 땅 에든버러

경기도 이천시는 특별한 자연재해가 없고, 농축산물 재배환경에 있어 천혜의 입지를 지니고 있어 역사적으로 웬만한 외부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이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수도권 입지 억제 및 상수원 보호정책 등의 각종 중첩규제로 도시 스스로가 발전을 꾀하는 데는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도시의 비전이 필요하던 시기에 이천시가 눈을 돌린 곳이 유네스코 창의도시였다. 창의도시 준비 팀을 만들고 과감히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2009년 3월 이천시의 미래를 '문화도시'로 표방하고 40년 만에 시의 마크를 'ART 이천'으로 변경하면서 '세계 속의 문화도시 이천'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후 가입 추진 1년 7개월 만에 공예 및 민속예술 분야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인구 20만 국내에서도 작은 소도시에 불과했던 입지적 환경이 단번에 세계인이 주목하는 도시로 웅비하게 되는 역사적 전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달라진 위상 세계도시들과 교류 활발

창의도시 가입 이후 가장 큰 변화는 국제사회에서 이천시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은미 이천시 창의교류팀장은 "창의도시 네트워크 가입 이후 국제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졌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해외 도시들과 교류를 추진해도 해당 도시들의 반응이 시큰둥 하거나 비협조적이었다면 창의도시 지정 이후에는 먼저 교류를 제안해 오거나 적극적으로 찾아오는 등 입지와 위상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천시는 태양과 예술의 도시 미국 산타페를 비롯해 일본의 대표 공예도시 가나자와, 이집트 최남단 도시 아스완 등 해외 창의도시들과 활발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유네스코 창의도시'란 명칭은 비단 유네스코 창의도시들 뿐만 아니라 소위 문화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선진도시들과의 국제교류에도 커다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천시는 2010년 유럽도자도시연맹(UNIC, Urban Network for Innovation in Ceramics) 가입을 통해 한국의 도자 문화를 유럽 전역에 알릴 수 있는 기반을 얻게 되었고, 아울러 미국 버지니아 주에 위치한 알렉산드리아, 페어팩스시 등과의 국제교류를 통해 미주 전역으로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관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른바 '세계 속의 문화도시 이천'을 만드는데 유네스코 창의도시가 그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 명성 얻자 작가들 해외진출 기회

지난해 이천시 도예가 및 공예작가의 작품 3점이 유네스코와 세계공예협회(World Crafts Council)가 공동주관하는 우수 수공예품 인증서를 획득했다. 4년간 세계공예협회가 주관하는 각종 국제박람회 및 전시회를 통해 전시 및 홍보할 수 있는 자격을 얻게된 것이다.

또 인증서를 받은 수상작 3개 작품을 포함, 11개 작품이 중국 난퉁에서 개최된 난퉁국제공예대전(the Nantong International Crafts Competition) 본선에 진출, 세계 각국의 공예품들과 그 우수성과 예술성을 놓고 당당히 경합을 벌였다.

작가들의 해외전시도 활발하다. 이천시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시(LA카운티 소속)에 위치한 아모카 도자박물관(America Musium of Ceramic Art)에서 '이천, 한국 도자전통의 부활'이란 주제로 400여 점의 이천도자기를 선보이는 특별전을 개최했고, 프랑스 '메종오브제 파리' 참여 등 공예·도자 분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들어서도 유럽 도자문화의 중심 프랑스 리모주시에서 열린 리모주 박람회에 이천 도자명장 7인의 작품을 선보였으며, 캐나다 오타와 도예협회와 민간교류의 물꼬를 터 내년 6월에는 2주간 오타와 주요 지역을 순회하며 워크숍을 열고 한국 전통 도자의 정수를 알릴 계획이다.

이천 도자공예의 중심 도자종합테마파크

도자종합테마파크 '세라피아(Cerapia)'는 공예 창조도시 이천의 중심이다. 이천시가 도자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 명성을 공고히 하자 경기도가 이곳에 세계도자센터를 설치, 각각의 도자관련 행사를 하고 있던 이천과 인근 여주, 광주를 연계한 도자세계를 구축했다.

이천 세라피아란 명칭은 2010년 이천이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로 지정되자 2011년 도자센터 일대를 도자기 조형 테마파크로 조성하면서 탄생했다. 세라피아는 세라믹(ceramic)과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도자로 만든 세상'을 의미한다. 도자기 전시 및 연구센터이면서 '세계도자비엔날레'가 열리는 공예 창의도시 이천의 얼굴 역할을 하고 있다.

'세라믹스 창조센터'는 세라피아의 핵심이다. 이곳에서는 세계적인 도자 전시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을 직접 지켜볼 수 있다. 1층의 창조공방에는 도자와 유리공예 작가들의 작업실이 이어져 있고 개성 넘치는 작품들도 전시돼 있다.

특히 창조공방과 레지던시 홀을 통해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을 지원해주고 있다. 예술가들은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되고, 방문객들은 그 현장을 가까이에서 보고 소통할 수 있어 더욱 매력 있는 장소가 되고 있다. 시민들이 직접 작품을 만들어볼 수도 있다.

흙으로 즐겁다는 의미의 '토락(土樂)교실'이라 이름 붙인 도자체험관에서는 직접 도자를 만들거나 핸드페인팅, 타일액자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비엔날레 기간 중에는 국제 공모전, 기획 전시와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 및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 센터에서 진행된다.

창조센터 옆 붉은색 건물은 '토야지움'이란 수장고형 미술관이다. 도자 전문도서관 '만권당'과 복합 컨퍼런스 공간 '만화당' 등 교육과 학술, 휴식 등 복합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많은 도자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창의도시 지정 이후 산타페·가나자와 등 해외교류 활발
공무원 재능기부 공예인 대상 '글로벌 교실' 운영 눈길

재능기부로 공예인에게 외국어 교육

공예 창의도시 이천시가 국내 창의도시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 중의 하나는 적은 예산으로도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점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천시는 지난해부터 지역 공예인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신청을 통해 매기수 20여명을 뽑아 상·하반기로 나눠 5개월간 매주 월요일은 중국어를, 수요일은 영어회화를 교육한다.

국제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작가들의 해외진출이 늘어나자 현지인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작가들에게도 외국어 구사 능력이 요구됐기 때문에 시작한 일이다.

강의 내용은 철저하게 전문용어 중심이면서 실전 위주로 구성해 운영한다. 재미있는 것은 강사 전원이 현직 이천시 공무원이라는 것. 공무원들이 자발적인 재능기부를 통해 교재 제작부터 강의까지 책임지고 있다.

고령의 작가들을 위해 강의내용을 녹음해 제공하는 수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수강생 연령은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지만 수강생 70% 이상이 수료할 만큼 강의에 참여하는 작가들도 열심이다.

글로벌 교실을 제안하고 직접 강의까지 맡고 있는 오재환 씨는 "강의 시간을 통해 작가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게 되면서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고 피드백을 통해 정말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며 "몸은 조금 피곤할 수 있지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창조도시 이천의 미래 이천도자예술촌

세라피아가 창의도시 이천의 현재라면 신둔면 고척리 일원에 조성하고 있는 이천도자예술촌은 국내 최고의 공예마을을 표방하며 창의도시 이천이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다.

이천도자예술촌은 40만㎡ 부지에 220명의 다양한 공예인들이 함께 거주하도록 설계됐다. 본인이 제작해 판매하는 공방마을과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상업마을로 구성돼 있다.

공예인들은 이곳에 자신만의 공방과 집을 짓고 생활하면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된다. 올해부터 제작시설 공방이 본격적으로 착공될 예정이며, 현재 200여명이 입주를 예약한 상태이다.

이은미 이천시 창의교류팀장은 "모든 제작시설이 완공되고 2017년 입주가 완료되면 도자예술촌은 국내 최고의 공예마을로서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수도권 최고의 관광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해외진출 발판 작가에게 기회"
김성태 송월요 대표

이천의 대표적인 도자기마을인 사기막골에서 송월요를 운영하는 김성태(54) 도예가. 그가 운영중인 송월요는 4대를 이어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요장(窯場)이다. 10대 후반에 부친 송월 김종호 선생을 통해 도예에 입문한 그는 35년째 청자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송월요는 무균열청자로 유명하다. 무균열청자는 송월요에서 80년도부터 선보이기 시작한 기술로 색감과 강도, 영원함을 특징으로 꼽는다. 전통 도자의 새로운 획을 그은 부친의 기술과 신념을 이어가고 있는 김 도예가는 도자에 새로운 색을 입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통 도자에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시켜 2013년에는 제13회 대한민국 청자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흙에다 생명을 불어넣는 일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김 도예가는 이천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로 지정된 후 가장 큰 변화를 "도예가들에게 해외 진출의 발판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에서의 활동은 경기가 좋지 않을 경우 한계가 있는데, 해외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김 도예가는 이천시 지원으로 미국, 중국 등지에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현지에서 시연을 통해 한국을 알리고, 한국 전통도자의 우수성을 전파하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었지만 새로운 시장과 그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힘이 되는 경험이었다.

"2013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도자연수 프로그램인 '도자도제 프로그램'도 작가들에게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고 언급한 그는 "개인적으로는 꿈조차 꿀 수 없었던 기회가 주어지고 있어 도예가들도 물레를 돌리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면서 "현재 조성중인 도자예술촌이 완공되고 해외 교류가 더 활발해 진다면 전통 도자의 명맥도 잊혀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