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건강가정지원센터 '모두가족 품앗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축된 공동육아 모임 '너나들이'. 올해 초부터 매주 목요일 한 집에 모여 놀이, 교육, 육아정보 공유 등 공동육아를 진행하고 있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보육환경은 사실상 위기에 놓여있다.

많은 가정이 맞벌이를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를 낳자마자 '보낼 곳'을 찾아야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결국 부모는 보육시설에 크게 의존하지만 보육교사의 근무조건은 너무 열악하다.

부모는 어느새 '보육 소비자'가 되어 보다 나은 보육의 책임을 남에게 옮겨놓은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때다. 또한 이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 

부모와 교사, 보육시설, 넓게는 마을이 함께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자'는 목표로 보육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육아 현장을 만나봤다. 공동육아를 통해 다시금 보육의 참 뜻을 새겨볼 수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지역사회 보육환경을 바꿔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공동육아의 역사, 원주 소꿉마당
2. 어린이집을 넘어 마을 공동체로
3. 공동육아 어린이집 탐방
4. 국공립어린이집, 직장보육시설 위탁사례
5. 지역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

첫 번째 보육책임자는 '부모'

공동육아 현장을 취재하며 기자가 만난 아이들의 생활은 어린이집이란 보육시설이 확산되기 전 과거 우리 사회의 보육환경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아이들은 마을 또래들과 어울려 자연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자연의 모든 것들이 장난감이 됐던 때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려주는 밥은 당연히 아이들에게 안전한 먹거리였으며,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이웃과 마을주민들이 어울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상이었다.

공동육아 현장에서 중요한 문화로 여기는 '절기행사'도 과거에는 동네사람들이 함께하는 마을 행사였다.

이렇게 볼 때 보육환경의 변화는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모가 모두 경제 활동에 뛰어들게 됐지만 보육에 대한 대책 마련은 부족했던 문제, 그와 더불어 공동체성을 잃어간 우리 사회변화에서 시작된 것이다.

맞벌이를 해도 가정을 꾸리기 힘든 모순적 사회구조에서 사람들은 점차 아이를 적게 낳기 시작했고, 국가는 급기야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식의 출산장려정책을 세웠다.

출산장려금을 비롯해 각종 보육지원을 확대했으며, 보육료 지원도 늘렸다.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 과정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한 것도 교육비 부담을 줄인 정책이었다.

그러나 그 전에 부모 중 한 사람이 보육을 담당하고도 생계유지가 가능해지는 사회적 구조와 여건을 조성해주고, 부모의 육아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동시에 부모는 보육의 첫 번째 책임자가 부모라는 인식을 회복하고 맞벌이를 하는 환경에서도 보육시설에 부모의 의견을 개진하고 참여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부모의 의견 수렴과 소통, 참여가 많아지는 보육시설은 자연스럽게 안전한 환경으로 변해 갈 것이며, 국공립시설이 적고 사립시설에 치우친 현실에서도 보육시설간의 바람직한 경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보육시설의 현실

우리사회가 아이들의 '행복'이 아닌 '안전'문제로 보육환경을 걱정하고 있다. 아동학대가 늘고 있지만 어쩌면 그것은 아이들은 소중하게 다뤄져야 하지만 보육교사의 처우는 신경 쓰지 않은 구조에서 시작된 문제다.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해야하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보육교사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보다 장시간 많은 아이들을 돌봐야한다는 피로감이다. 보육교사들은 하루에 10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동안 아이들과 지낸다.

어린이집 운영 일반원칙에 따르면 교사 대 아동비율이 만0세의 경우 1:3, 만1세 1:5, 만2세 1:7, 만3세 1:15, 만4세 이상 1:20으로 규정하고 있다. 만2세를 따져볼 때 3~4세 아이들 7명을 혼자 보는 격이 되고, 4~5세 아이들 15명을 감당하는 것이다.

자녀를 낳아 길러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해당 연령대에 아이 한 명을 돌보는 것도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다. 다른 연령도 교사가 눈코 뜰 새 없는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공동육아 위탁운영 시설 마포구립성미어린이집 진선경 원장은 "어린 연령의 아이들이 이렇게 긴 시간을 실내에서 집단생활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아동학대"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육교사가 근무 시간의 대부분을 아이들을 감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육의 질'이 위협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같은 근무여건에서 교육에 대한 연구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무리가 되겠으며, 따라서 교육의 질은 보육교사의 열의와 역량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밖에도 집단생활에서 자신의 아이만 생각하는 부모의 요구사항, 작은 상처에도 교사를 몰아붙이는 부모의 민감함 등 보육교사가 부모에게 시달리는 것 또한 큰 스트레스가 된다.
 

"교육공동체 공감대 형성돼야"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라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사립 보육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에게 규정 이상의 교사 채용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부모들이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낮거나 보조교사를 적극 활용하는 어린이집을 선호한다면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낮은 편임에도 활동이 많은 시간대에 보조교사 운영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어린이집 차원에서는 야외 활동 및 실습 등에 부모 참여를 이끄는 것도 손을 더는 방법이 될 수 있다.

보육노조가 수년 간 요구해 오고 있는 '8253정책'도 보육교사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김기나 해와달공동육아어린이집 원장은 "8시간 근무 현실화를 위한 2교대제 도입과 5시간 보육, 3시간 평가와 준비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라며 "이렇게 되면 오전, 오후로 교사가 교대하되 가장 바쁜 점심시간에는 두 교사가 함께 일하며, 수업을 준비하고 평가하는 시간까지 분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놀이 환경 바꿔라

대부분의 부모들이 정형화 된 수업 보다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출하며 놀이를 즐길 수 있기를 원한다. 그런 활동에서 아이가 어떤 것에 흥미나 재능을 보이고, 또 어떤 창의력이 나타났는지를 알기 원한다. 자연에서 뛰어노는 시간을 갖는 것도 부모들이 대부분 선호 하는 부분이다.

연중행사로 부모를 초청하는 날에도 '행사를 위한 행사'를 만들기보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공연을 위해 아이들이 많은 시간 힘들게 연습하기보다 그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춤을 추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뜻 깊은 추억이 될 수 있다.

소통창구 마련하고 문턱 낮춰라

김원종 꿈꾸는공동육아어린이집 원장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일반 어린이집과 차별화 되어있는 중심에는 '소통'이 있다"면서 "부모들과 교사가 소통하는 것은 아이의 문제를 공유하면서 부모와 교사가 서로 이해, 공감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현장에서 눈에 띄는 또 한 가지는 부모가 수시로 편하게 드나들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어린이집은 아이가 등·하원 할 때 외에는 부모가 드나드는 일이 거의 없고, 방문 시에도 벨을 누르고 기다리면 아이의 담임교사가 나와 부모를 응대하는 편이다.

그러나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인 것만 확인하고 누구나 어느 때고 문을 열어주고 부모는 아이들이 활동하고 있는 교실까지 편하게 드나든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들은 보육자로서  책임을 다해 인격적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 몸에 베이게 되고, 부모들은 교사를 지적하기보다 힘든 보육현장을 감당하는 것에 격려와 고마움을 전한다.

이현주 청소년수련관 관장은 "안전 대책으로 CCTV 설치를 말하지만 그것은 책임과 처벌을 따지기 위한 것이지 아이들의 안전한 보육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조치는 되지 못한다"면서 "감시와 같은 체계가 없이도 보육기관을 신뢰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다른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참여해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이 대부분 맞벌이를 하면서도 보육에 참여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일반 어린이집에서도 얼마든지 부모 참여가 가능하다. 보육시설에서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는다면 부모들이 의견을 모아 건의 하는 것도 좋다.

바쁘고 시간이 부족해 불가능 할 것 같지만 부모들마다 참여할 수 있는 시간대와 재능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얼마든지 큰 부담 없이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부모 참여는 아이와 부모에게 많은 장점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위에서 언급한 소통이나 안전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자체의 역할

먼저 지역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중소 도시에 해당하는 인구 규모에도 크고 작은 아동학대 사건이 지속되고 있지만 보육시설의 환경을 개선하려는 시의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실제로 느끼고 있는 불안과 걱정이 크다는 것을 파악하고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아동학대 증가에 대해 책임 있는 태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보육시설 및 부모의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서울시가 최근 마을 주민이 함께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공동육아 공동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보육환경이 위협 받는 현실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 공공형 보육이 기존 보육환경의 문제들을 해결 할 뿐 아니라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동육아 공동체 30여곳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약 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며, 지원 분야는 공동육아(함께돌봄, 품앗이), 동네 육아사랑방, 빈곤·다문화·조손 등 돌봄 계층을 위한 부모 활동 및 지원활동, 마을 어르신과 함께 하는 전래놀이 및 예절 배우기 등 다양한 공동체와 사업이 포함됐다.

이러한 지원이 있어 서울지역의 부모들과 마을주민들이 새로운 보육환경을 개척해 가고 있으며, 활성화를 통해 건강한 보육환경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원주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시작으로 마을공동체를 이뤄 온 서곡교육네트워크 및 서곡생태마을의 구성원들로부터 인큐베이팅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문병선 서곡생태마을 사무국장은 "춘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소꿈마당 졸업조합원들이 준비부터 정착까지 도움을 자처했다"면서 "어린이집, 방과 후 교육 등 원주지역에 공동육아가 확산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는 고민을 늘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