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의 도시환경을 돌아볼 때 안타까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교통, 주택 등도 문제지만, 시각적으로 무질서한 환경도 심각한 수위에 이르렀다. 

그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은 무질서한 상업적 간판들이나 게시물들이다. 그나마 새롭게 개발된 신시가지는 인텔리전트 빌딩들이 있어 덜한 편이지만, 구시가지나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주택단지 상가건물들은 공해 수준이다.

건물 전체가 간판으로 도배되다시피 한 현상이 과거엔 주로 도시만의 현상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무차별적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이 현상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몰개성적인 도시상황으로 적지 않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때는 이러한 혼란스러운 풍경을 우리 사회의 발전적 자화상으로 자위하며 용인하기도 하면서 그런대로 인내하여 왔다. 그런 시각 환경을 역동적으로 번영하는 도시다운 풍경으로 인식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러한 무질서한 시각 환경은 적지 않은 공해가 되고 있다. 이제는 도심의 거리도 걷고 싶은 쾌적한 거리로 재탄생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우리는 예술, 특히 미술의 사회적 공공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미술이 할 수 있는 일을 다각적으로, 적극적으로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개선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원일로가, 중앙로가, 그리고 문화의 거리 등이 정말 걷고 싶은 거리인지 자문해 보고 문제점을 찾아 과감하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우선은 도시 시각환경의 정비이다. 즉 간판의 정비가 시급하다.

현재 거리간판으로 인한 문제점을 몇가지 짚어 보면, 간판이 너무 많아 혼란스럽고 입간판의 난립으로 보행이 방해받고 과도하게 외래어를 사용하거나 색상도 갈수록 현란해지고 크기도 대형화하고 있다.

잘 지은 건물도 원래 모습을 찾기 힘들 정도이다. 상황이 이런데 건축사들이 미적감각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을 설계하려는 의욕이 생길 수 있겠는가?

이제 개선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문화도 창출하려는 노력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때문에 아름다운 간판 가꾸기 운동을 위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간판과 도시환경, 주민의 삶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해 공론화를 유도하고, 시민이 참여하는 아름다운 간판만들기를 위한 문화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주거지역, 상업지역, 교육지역 등 특정지역을 포함하는 몇개 지역을 지정해 현행 간판의 문제점 및 새로운 간판모형에 대한 주민요구를 조사하고 전문가와 함께 모형을 개발해 특성별로 바람직한 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관련 법규 또한 정비하여 조례로 정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가끔 매체에 소개되는 외국의 잘 정비된 거리를 보면 정말로 걷고 싶어진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차일거리를 수놓은 노트북 크기의 철제간판들은 거리를 영화촬영 세트장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관광객들은 거리와 간판을 배경삼아 연신 카메라셔터를 누른다.

프랑스 파리 상젤리제 거리에는 빨간색 바탕에 황금색 등 총천연색 간판을 걸 수 없다고 한다. 문화재가 많은 시내 경관을 고려해 옥외광고물 색상을 흑백으로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압구정동, 마포구 서교동 홍대 앞 거리, 동대문구 혜화동 대학로도 아이디어와 세련미가 돋보이는 간판들이 즐비한 패션 간판의 명소이다. 

간판공해는 단순히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식이 달라져야 한다. 환경친화적이고 시민을 편하게 해주는 간판, 그러면서도 필요한 정보를 전해주는 간판, 이제 그 같은 간판문화가 싹을 틔워야 한다.

간판은 곧 그 도시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강원도가 바람직한 간판문화 정착을 위해 인센티브를 주는 '아름다운 간판 공모전'을 원주시 차원에서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걷고 싶은 거리,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간판뿐만 아니라 고려 되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함께 고민해볼 가치가 있는 명제라고 생각한다. 원주 시내를 걸으면서 쾌적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권대영 원주예총 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