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원주에 정착한 호주 출신 팀 롤린스(Tim Rawlins·49) 씨가 참신한 예술활동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팀 씨는 아내 김은주(41) 씨, 두 딸과 함께 원주에 살면서 자유로운 표현이 돋보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팀 씨는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빅토리아 예술대학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호주에서 예술활동을 하던 그는 경제적 여건과 개인사정 때문에 꿈을 접고 2002년 겨울 한국으로 건너와 영어강사로 일했다. 한국생활 초창기, 대전에서 같은 일을 하던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것이 그에게 전환점이 됐다.

팀 씨는 아내와 함께 대전, 인천, 강릉 등 여러 곳에서 영어강사로 일했으며, 두 딸을 낳아 단란한 가정을 이루게 됐다. 팀 씨가 원주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는 아내의 동생이 원주에 살고 있었고, 수도권에 비해 복잡하지 않은 환경이 마음에 들어 정착하게 됐다. 

이러한 와중에 팀 씨는 예술에 대한 갈증을 지니고 있었다. 일 하면서 가정을 꾸리느라 여유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틈틈이 그림을 그리면서 위안을 삼았다. 콜라주, 판화, 일반 페인팅 작품 등 생각이 이끄는 대로 다양한 작품을 완성했다.

주로 콜라주 작품을 많이 시도했는데, 잡지책의 사람이나 사물 사진을 캔버스에 오려붙인 뒤 배경에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과 글을 그려 넣는 방식으로 완성한 작품들이 많다. 이 외에도 프라모델 제작, 게임 기획에도 두각을 나타내는 등 다재다능하다.

남편을 지켜보던 아내 김 씨는 든든한 후원자로 거듭났다. 남편이 한국에서 전업작가로서 활동하는 모습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

팀 씨는 아내의 응원 덕분에 1년6개월 전 단구동 청솔1차아파트 건너편에 작업실을 만든 이후 자신의 꿈에 성큼 다가갔다. 게다가 지난달 말에는 중앙동 문화의 거리 내 창작스튜디오에서 작품 20여점을 모아 자신의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 서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작품 판매 수입만으론 생계유지가 힘든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팀 씨가 원주에 오기 전 인천에서 2년간 작업실을 가지고 예술활동을 했는데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의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4년 전 팀 씨가 인천에서의 생활을 뒤로한 채 처음 원주에 왔을 땐 작업실은 꿈도 못 꾸었고, 또다시 영어강사로 나서야 했다. 

그러나 거듭된 노력에 힘입어 원주 정착 3년 만에 새로운 작업실을 꾸리게 됐다. 대부분의 생계비는 홀로 영어강사로 일하는 아내 김 씨가 마련하고 있지만 남편을 지지하는 마음만큼은 확고하다.

김 씨는 "남편이 그림을 그리는 모습이 영어를 가르칠 때 보았던 모습보다 훨씬 즐거워보였기에 그의 결정을 존중했다"며 "작업실에서 꿈을 이뤄가고 있는 남편을 볼 때마다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팀 씨는 "아내와 가족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예술활동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도전정신을 가지고 예술활동에만 전념해 인정받는 예술가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