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수년전 발달장애인을 위한 모 특수학교 졸업식에 참석한 적이 있다. 졸업식장에서 교장선생님은 학교를 떠나는 고등부 학생 일부와 전공부 학생들에게 사과 발언을 하셨다.

그 내용인즉, '학교에서 이제까지 열심히 배우고 가르쳤지만, 사회 속에서 할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그냥 내 보내게 되어 참 미안하다'는 것이었다. 졸업 후 갈 곳이 없는 발달장애 졸업생들에 대한 미안함과 아쉬움을 담은 솔직한 말씀으로 필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학령기를 보낸 장애인, 특히 발달(지적, 자폐성)장애인의 미래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씀이다. 학령기를 보낸 부모들은 자녀가 졸업한 뒤 '학교에 다닐 때가 그나마 좋았다'고 이구동성이다.

졸업 후 직장에 보낼 곳이 없어 집에 혼자 있게 되고, 비록 보낸다고 해도 단기간에 그치거나 단순한 소일거리에 불과한 일을 거듭하여 직업이란 의미를 거의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 첫째가 학령기에 적절한 직업재활 지원을 받지 못한데 있을 것이다. 물론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지닌 능력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보다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교육체제를 통하여 집중적이고 당사자 중심의 직업재활 교육을 실시하는데 미흡하였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간단한 예로 우리 원주권내 특수교사 중에서 전공분야가 직업교육인 특수 교사는 거의 전무하다시피하다. 또한 직업 탐색을 위한 교육과정 역시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을 위한 공교육적 개입이 보다 실질적이고, 적어도 발달장애인의 경우 교육의 중심은 거의 전적으로 직업재활 또는 직업교육에 초점을 두는 과감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둘째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다양한 직업 개발이다. 현재 발달장애인을 위한 직업이란 것이, 또 특수학교에서 하고 있는 직업 훈련이란 것이, 단순 조립이나 육체노동에 의존한 작업활동실을 위한 훈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발달장애인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고부가가치 생산품을 개발하고, 그러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사회적 지원체계가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지역상품을 개발하여 판매한다거나, 예술작품을 지역 상품(예; 카드 등)의 표지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인들이 수익성이 적어 하지 않는 일을 발달장애인들에게 소일거리로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과 다른 특성을 강조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의 직업을 개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발달장애인 중 노동력이 부족하거나 사회적응능력이 선행되어야 할 발달장애인을 위한 배려이다. 성인 발달장애인의 경우 아직도 생활지도가 필요한 사람도 있고, 직업훈련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체계와 직업훈련을 위한 사회적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더불어 직업을 함께 하는 통합체제가 효과적일 수 있다. 왜냐하면 모방을 통한 학습만큼 저비용고효율도 드물기 때문이다.

필자는 발달장애인이 사회에 통합되어 살아야 한다는 대명제에는 지역사회가 마땅히 동의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제 부터는 그 방법을 함께 모색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발달장애인의 잠재 능력에 따라 가장 낮은 수준부터 평생교육을 지원하고, 다음으로 직업훈련을 지원하며, 당사자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갖도록 하여 경제적으로 독립함으로써 사회에서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는 지역사회 모델을 조속히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도 쉼표 없는 노래를 부르듯 힘겨운 하루를 보내는 학령기를 보낸 성인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최기창 상지영서대 사회복지과 교수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