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와달어린이집은 지난 5월 28일 어린이집 뒤편 해와달숲에서 원생, 부모, 교사가 함께한 '5월의 숲 공연'을 진행했다.

내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보육환경은 사실상 위기에 놓여있다. 많은 가정이 맞벌이를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자녀를 낳자마자 '보낼 곳'을 찾아야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결국 부모는 보육시설에 크게 의존하지만 보육교사의 근무조건은 너무 열악하다.

부모는 어느새 '보육 소비자'가 되어 보다 나은 보육의 책임을 남에게 옮겨놓은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할 때다. 또한 이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되찾아야 한다.

부모와 교사, 보육시설, 넓게는 마을이 함께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자'는 목표로 보육에 참여하고 있는 공동육아 현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공동육아를 통해 다시금 보육의 참 뜻을 새겨볼 수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지역사회 보육환경을 바꿔나가는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싣는 순서
1. 공동육아의 역사, 원주 소꿉마당
2. 어린이집을 넘어 마을 공동체로
3. 공동육아 어린이집 탐방
4. 국공립어린이집, 직장보육시설 위탁사례
5. 지역 보육환경 개선을 위한 과제

공동육아 어린이집이란

공동육아 협동조합 어린이집은 공동육아에 뜻을 함께하는 부모들이 직접 설립하고 운영해가는 어린이집이다. 자연친화적 가치를 추구해 자연을 놀이터로 삼으며, 공동체 생활을 지향한다.

지역의 생활협동조합들과 연계해 친환경 먹거리를 취급하는 등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부모 조합원은 아이들이 입학할 때 출자금을 내고, 졸업할 때는 그것의 일부를 기부하고 되찾아가는 구조로 운영한다.

아이들은 체험적인 활동을 주로 하고 스스로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서 하는 자유놀이 시간이 많다. 부모들은 운영자이면서 교사를 도와 가능한 부분의 보육활동에 참여하거나 아이들의 먹거리와 놀거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부모들에게 어린이집은 언제나 열려있고, 부모들끼리 또 교사와 함께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아이들의 보육 터전을 만들어 간다.

이사회와 정기총회, 운영위원회 및 분과별 모임, 그리고 매월 교사와 함께하는 방모임까지 대화와 의견 조율은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부모들은 시설관리와 재정관리 등 운영 전반을 맡으며, 교사들은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의 업무 없이 아이들을 보육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현장에서 각자 저마다의 생각을 표현해 놀이를 하고, 궁금한 사물을 관찰하는 등 자유롭게 활동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 지난 13일 해와달어린이집 아이들과 교사가 숲에서 개미를 관찰하고 있다.

해와달어린이집

해와달어린이집은 서울 동작구 상도4동 국사봉 산자락 주택가들 사이에 위치해 있다. 넓은 마당을 지나 뒷문으로 숲이 이어지고, 국사봉으로 향하는 산책로와 연결된다. 지난 2006년 노후한 건물을 허물고 아이들이 활동하기 좋은 3층 높이의 새 보금자리를 지어 생활환경이 쾌적해졌다.

2001년 운영을 시작했는데 조합원 37가정의 41명 아이들, 그리고 원장과 보조교사 등을 포함해 총 9명의 선생님이 함께 지낸다.

조합원 가정은 대부분 인근 지역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삭막한 아파트촌 보다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어린이집 마당과 숲이 좋고, 부모들도 아파트 밀집지역에 살지만 공동육아 덕분에 동네끼리 소모임을 하며 이웃이 되고 공동체 생활을 함께 하고 있다.

아이들의 일과는 체조로 시작해 과거 '서당식 교육법'에서 배워 온 천자문 암송으로 이어진다. '암송'을 위한 매개로 천자문을 이용한 것으로 '통소리'를 내는 것이 우리 몸의 기 순환을 돕는 등 건강에 유익하기 때문이다.

오전, 점심을 먹은 뒤 낮 시간, 집에 돌아가기 전 오후시간까지 아이들은 바깥에 나가서 논다. 아이들은 마당 구석구석에 흙으로 '작품'을 만들어 놓았고, 뒷문을 나서며 만나는 숲에는 매일 모습을 바꾸는 나무와 풀, 곤충 등이 있어 언제나 흥미롭다.

▲ 해와달어린이집 마당에 걸린 아이들 우산과 우비.

아이들도 도시생활을 하다보면 실내 환경이 익숙해지기 때문에 바깥활동을 많이 하도록 꾸준히 권장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바깥활동이 자연스러워져서 아이들이 실내놀이를 하고자 할 때 자유롭게 드나든다.

때문에 지금은 바깥놀이 시간에도 1명의 교사가 어린이집에 남아 실내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보육을 맡는다.

김기나 원장은 "아이들은 마음껏 뛰어놀고 호기심을 표출하는 것이 본능이기 때문에 바깥활동이 충분해야 한다"며 "바깥활동을 하면 아이들이 짧은 시간이지만 정적인 시간을 누리며 실내 활동에도 집중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은 매년 김치나 장아찌 등 먹거리 뿐 아니라 천연 모기 퇴치제나 로션, 장난감 등을 모임에서 함께 만든다. 이러한 활동은 어린이집에서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공동 작업을 통해 부모들 간 협동심과 소통을 도와준다.

부모들과 교사가 함께 대화하는 방모임에서는 공동의 문제를 논의하기도 하고, 한 아이의 문제로 전체가 함께 의논하기도 한다.

내 아이의 문제를 공유하고, 또 다른 아이의 문제를 '내 아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부모들은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진 아이들을 이해하게 되며, 동시에 성장해 간다.

부모들은 아이의 문제가 곧 부모 자신의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활동은 대부분 모든 공동육아 협동조합에서 일어나고 있다.

해와달어린이이집에는 매년 절기행사와 명절행사, 부모와 함께하는 크고 작은 놀이 활동 외에 '졸업생 터전 되살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있다. 여름과 겨울 방학에 졸업생들이 어린이집에 와서 아이들과 자고 놀며 이틀간 함께 보내는 프로그램이다.

김 원장은 "재밌게도 졸업한 아이들이 오면 꼭 어린이집을 다니던 시절에 즐겨했던 놀이를 다시 해보면서 추억을 찾는다"며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생활했던 것에 대한 즐거움을 되새겨 가기도 하고, 매년 졸업생과 졸업조합원이 공동육아라는 교육적 가치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봉강북공동육아협동조합 꿈꾸는어린이집'이라 불리는 이유는 도봉구와 강북구의 경계인 우이동 지역 북한산 자락에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에서 유일한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으로 지난 1998년부터 운영되어 왔다.

▲ 꿈꾸는어린이집 원생들이 지난 6월 한지를 염색해 단오부채를 만들기 위해 천연염료인 애기똥풀을 뜯는 모습.

꿈꾸는어린이집

'도봉강북공동육아협동조합 꿈꾸는어린이집'이라 불리는 이유는 도봉구와 강북구의 경계인 우이동 지역 북한산 자락에 어린이집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에서 유일한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으로 지난 1998년부터 운영되어 왔다.

어린이집은 2층 건물과 넓은 흙마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변에 북한산 산책로와계곡, 5곳 정도의 나들이 장소가 있다. 말바위쉼터, 노는 텃밭, 텃밭마을…아이들이 장소마다 특징을 찾아 이름을 붙여놓았다.

27명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데 공간이 협소해 정원이 27명이다. 때문에 대기자가 많은 편이다. 조합원 가정은 26가정이며, 담임 4명에 보조교사 등 교사 7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낮은 편이지만 그중에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 교사와 아이가 1대1로 만나는 시간이 보다 많다고 할 수 있다.

바깥 활동을 통해 체력과 자립심 길러… '삼각산 재미난마을' 있게한 초석 마련

어린이집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텃밭에는 아이들이 기르고 있는 수박과 방울토마토, 호박, 가지 등이 한창 열매를 맺고 있다. 아이들이 이것들을 심기부터 시작해 길러서 수확해 먹기까지의 과정은 자연과 생명, 먹거리의 소중함을 배우는 산교육이 된다.

또한 꿈꾸는어린이집 아이들은 서울 도심에서 '계곡 물놀이'라는 특권을 누리고 있기도 하다. 김원종 원장은 "여름이 되면 산책로 인근 계곡으로 물놀이를 나갈 수 있어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며 "북한산 산책로와 인근 숲에서 사계절의 변화를 오롯이 느끼면서 벌레를 잡고, 채취하는 등 자연놀이터를 만끽한다"고 말했다.

▲ 밭의 수박이 알차게 여물었다. 꿈꾸는어린이집 아이들은 농작물 파종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체험한다.

야외 활동과 나들이, 산행이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력이 길러지고 4~5세 어린아이들도 누구의 도움없이 바깥 활동을 잘해낸다.

정형화 된 놀이도구를 쥐어주는 것 대신 자연에서 놀이감을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좋은 활동이 된다.

김 원장은 "나뭇가지 등으로 장난감을 만들면서 엄청난 상상력을 집대화 시킨다"면서 "아이들이 매일 이렇게 상상력을 발휘하고 생각을 펼쳐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고 설명했다.

꿈꾸는어린이집은 터전 주변을 벗어나 멀리 나들이를 나가는 경우도 많다. '터전살이' 때는 교사들과 아이들이 터전에서 1박을 하면서 밤늦도록 놀면서 시간을 보내고, '들살이'는 교사와 아이들이 멀리 나가 숙박을 하면서 놀이를 하며 체험활동을 진행하는 시간이다.

부모들은 자신들의 도움 없이 집 밖에서 숙박을 하고 돌아오는 어린 자녀들이 대견스럽기만 하다. 이러한 경험 덕분에 7살 아이들은 졸업여행을 교사들과 함께 2박3일씩 다녀온다. 그만큼 아이들의 자립심이 길러진다는 얘기다.

부모들은 어린이집을 운영할 뿐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드나들면서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고, 성장한다고 입을 모은다. 때문에 아이들이 졸업을 하고도 애정을 갖는 졸업 조합원들은 명예조합원, 특별조합원 등으로 지속적인 참여를 이어가기도 한다.

꿈꾸는어린이집 조합원들은 '삼각산 재미난마을'이라 불리는 우이동 일대 공동체마을을 탄생시킨 초석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졸업을 앞둔 7세 아이들의 부모 조합원들이 17명 아이들을 시작으로 대안학교인 '재미난학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 꿈꾸는어린이집 부모들이 소모임에서 만든 인형.

그 이후 이곳 어린이집 졸업생과 인근 지역의 아이들이 재미난학교를 다니게 되면서부터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 갔으며 지금의 '삼각산 재미난마을'에 이르게 했다. 현재 마을에는 목공소와 카페 등 공동시설 공간과 다양한 주민 모임이 운영되고 있다.

 

한미희 기자  mhhan@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