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어떤 일을 보면서 판단하기 어려울 경우가 있다. 특정한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제각기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자기 주장이 옳다고 할 땐 어느 쪽 입장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난감할 경우가 많다. 요즘 원주시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쟁점들을 보면 소위 이 같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번 원주시의회에서는 신림면 구학리에 조성되는 여산골프장 부지 내 시유지 사용허가 건으로 진통을 겪었다. 

주된 내용은 구학리 일대 시유지 19만1천916㎡를 3년간 사업자에게 임대한 후  골프장 인가를 받게 되면 이를 사업자에게 매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임대비용은 연간 1천만원이며, 허가가 나면 임대 시유지 전체를 사업자에게 2억원에 매각한다고 한다. 

골프장반대대책위 사람들은 시민 모두의 재산이라 할 수 있는 시유지 사용허가와 향후 매각계획과 관련해 특혜임을 주장하고, 원주시의회가 이를 결정한다면 모든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그 결정 과정을 떳떳하게 공개투표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며 항의하는 바람에 의회결정 과정이 4시간 가까이 걸렸다.

이 일로 인해 원주시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폭력행사에 대해 엄정한 법질서를 지키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은 문막화훼단지 조성사업에 열병합발전소의 SRF 연료 문제와 관련해 찬반 양쪽이 대립하면서 서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다들 화훼단지 조성과 관련해서는 생각이 같은데 어찌보면 지속적인 난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차적인 사안에 부딪히는 것이다.

게다가 환경부에서 LNG 사용을 권고한 것을 두고 서로의 입장에서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발전소를 짓는 것보다 화훼단지의 토지수용부터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보다보니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골프장을 짓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이익이 생긴다고 밤샘 농성은 물론 원주시의회 회의장에서 목청을 높이는 것일까? 골프장을 반대하면 본인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생길까?

또 열병합발전소의 SRF 연료 사용과 관련해 찬성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각각 어떤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을까?

보통 분란이 있는 일을 결정할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의 이익을 바라지 않고 행하였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떳떳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인 이익을 앞세울 땐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말을 돌리거나 쭈뼛거리게 된다. 하긴 염치없는 일들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쉽지는 않을 일이다. 

무위당 선생님이 남긴 글 중에 '큰 계산은 계산이 없네'라는 글이 있다. 또 이런 글도 있다. '이불계이통(以不計以通) - 계산하지 않으면 통한다.', '당기무사(當己無私) - 당연히 스스로 사사로움이 없어야 한다'

모두를 위해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은 세심하게 일을 해 나가지만 자기의 이득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의 희생도 기꺼이 감수한다. 그것은 오로지 대의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자기의 이익이 없더라도, 주변에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일을 행한다. 그것이 곧 나를 포함해 모두를 살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두 사례는 엄밀히 말하면 성격은 다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일련의 일들에서 한번 생각해 볼 것은 '진정 우리 원주를 위하고 대다수 사람들을 위한 공익이 어떤 것인가'이다.

모두들 절박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삶이 좀 여유로워지고, 지역경제도 살아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서로가 대립되는 입장에서 벗어나, 당장의 이익을 생각지 말고 먼 미래에도 꾸준히 우리와 우리 자식들의 삶에 힘이 되는 방안이라면 조금 늦게 가도, 지금 당장 무엇이 만들어지지 않아도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이상훈 무위당을기리는사람들의 모임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