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乙은 丙으로부터 300만원을 빌리면서, 남편 甲의 허락없이 차용증에 甲을 연대보증인으로 하여 甲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및 전화번호를 적고 甲의 도장을 날인하여 丙에게 주었다. 3개월이 다 지나도록 乙은 위 돈을 丙에게 갚지 않았다. 丙은 甲으로부터 위 3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을까? 

A/ 위 사안의 경우 甲이 乙에게 연대보증을 허락한 사실이 없으므로 丙은 연대보증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甲乙이 부부인 사실에 주목하여 乙이 위 300만원을 丙으로부터 빌린 것은 甲乙부부의 공동생활을 위한 것이고 乙은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통상의 사무(즉, 가족의 의식주에 관한 사무 및 의료비의 지급, 자녀의 양육·교육 등)에 있어서는 배우자인 甲을 대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므로 이른바 '일상가사대리권'에 기초한 갑의 연대책임을 주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판례는 ① 아파트구입비용 명목으로 금전을 차용한 경우 그와 같은 비용의 지출이 부부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주거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한 반면, ② 부부의 일방이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어 사회통념상 대리관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배우자가 당연히 채무의 부담행위를 포함한 모든 법률행위에 관하여 대리권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으며, ③ 妻가 집에 둔 남편의 도장과 등기권리증 등을 가지고 남편의 위임을 받았다면서 남편 소유의 부동산에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안에서는 이례적인 경우로 일상가사의 범위를 넘는 것으로 판단한 것이 있습니다. 

결국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은 그 범위가 일상가사에 한정되므로 위 사안에서 丙이 甲에게 일상가사대리에 따른 연대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乙이 위 300만원을 빌린 것은 통상의 일상가사를 위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빌린 돈의 사용처를 알 수 없는 등 乙이 부부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돈을 빌린 것으로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면 부부일상가사대리권에 의한 甲의 연대책임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경우에도 乙의 행위에 대하여 甲이 그 행위에 관한 대리권한을 주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이른바 표현대리로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가능성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