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법인 상지학원이 김문기 총장 해임을 의결했으나 그 전에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상지대 비대위는 김 전 총장이 절차적 하자를 들어 해임 취소를 요구할 수 있게 하려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상지학원은 지난 9일 이사회를 열고 김 총장 해임을 의결한 결과를 닷새 뒤인 14일 교육부에 통보했다. 앞서 교육부의 총장 해임 권고를 무시하고 정직 1, 2개월을 각각 징계 처분한 것에 대해 교육부가 받아들이지 않고 해임을 계고하자 이사회가 이번엔 징계위원회 의결을 생략하고 총장 해임을 의결한 것이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이사회가 종전에 정직 1,2개월을 의결할 때와 마찬가지로 총장 해임에 있어서도 징계위원회 의결이 우선 절차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생략했다고 주장했다.

정상적인 해임 절차는 지난달 19일부터 정기 2개월 정직처분이 진행되고 있으므로 기존 징계에 대한 직권취소 후 징계위를 소집하고 당사자 출석소명 및 징계위 의결을 거치는 게 순서라는 설명이다.

비대위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사회가 징계상 절차적 하자를 만들어 김 전 총장에게 법적 소송의 빌미를 제공해 복귀할 길을 열어 놓은 것"이라며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부의 계고를 이행한 것으로 위장해 이사회까지 보존하려는 꼼수"라고 밝혔다.

실제로 과거 2007년 동덕여대가 징계위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를 열어 당시 송봉호 총장을 해임했으나 이후 교원소청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로 해임이 취소된 전례가 있다. 때문에 비대위는 교육부에 "정상적인 해임 절차를 밟지 않은 상지학원에 대해 교육부의 계고를 불응한 것으로 판정하고 청문절차를 거쳐 임시이사를 파견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비대위에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총장을 해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려왔으며, 비대위는 그럴 경우라도 징계위원회를 거쳐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총장의 징계는 사립학교법 제 61조에서 정한 교원의 징계와 동일한 절차를 거처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에도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총장을 해임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지난 16일 교육부는 "이사회 3분의 2 이상 찬성할 경우 총장을 해임할 수 있다는 사립학교법 적용이 가능한지 여부와 비대위가 주장하는 내용을 포함해 법률적 자문을 구할 계획"이라며 "열흘에서 보름정도 후에 자문 결과가 나오면 법률 검토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비대위에 따르면 지난주 기존 총장실 공간을 '설립자실'로 바꿔 김 전 총장이 '설립자'로 출근하고 있으며, 총장실은 기존 접견실을 새로 꾸몄다. 상지학원 이사회는 지난 13일 총장직무대행에 이현규 산림과학과 교수를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