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면동 주민자치회는 주민조직화 차원으로 진행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마을만들기가 기반이 된다.

마을의 리더들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하고, 마을의 이해와 요구를 실현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는 끊임없는 상호과정의 반복이 주민자치회를 강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이다.

주민조직화를 통해 지역민 사이에 뿌리를 튼튼히 내려야 진정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현재 광역정부 차원에서 활발하게 결성되고 있는 주민자치회 연합회가 지역민이 아닌, 허공에 뿌리를 내리는 조직으로 성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형식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

이런 우려는 전국의 3천487개 읍면동 가운데, 단지 31개 읍면동을 대상으로 행정자치부에서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며, 이 시범사업도 많은 어려움에 놓여 있다.

뿌리가 돼야 할 주민자치회가 성장하지 않은 가운데 기초자치단체도 아닌 광역자치단체 단위의 주민자치회 연합회가 결성돼 나가는 상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 연합회가 주민자치회의 옥상옥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012년 12월 1일 한국에서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됐다. 이로부터 1년여 후인 2013년 12월 31일 전국 3천210개의 일반협동조합과 111개의 사회적협동조합이 인가됐다. 이 중에는 분명 튼실하고 좋은 성과를 내는 많은 협동조합들이 있지만, 사업아이템 부족과 개점휴업상태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활발한 협동조합 설립 붐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연합회는 일반협동조합 14개와 사회적협동조합 1개만이 인가됐을 뿐이다. 이는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우선인 협동조합의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주민자치회 연합회 31개의 시범사업이 성공리에 잘 진행되고, 향후 전국 3천487개 읍면동으로 주민자치회가 잘 성장하도록 씨앗이 틔워지고,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외곽을 튼튼히 해주는 그런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

주민자치회라는 형식이 갖춰져 나가는 만큼 형식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전국에 산재돼 주민과 함께 움직이는 현장조직의 고민이기도 하지만 주민자치회 연합회와 같은 연합조직이 고민하며 내용을 만들고,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마을 공동체 돼야

박근혜 정부는 국정과제로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촉진 전략하에 시민사회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행정자치부에서는 최근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읍면동 주민자치와 관련한 주민자치회는 어떻게 자리매김 돼야 하는 것인지, 현재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일부 조항에 근거해 추진되고 있지만 31개 시범사업 후에 독자적인 법률을 만든다고 하는데, 앞의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법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바로 주민자치 제도화 또는 입법화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하고 대표하는 과정을 통해, 정부와의 관계에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자치회 관련 법률도 행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법과 연계·통합돼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앙정부와 기초자치단체 또는 읍면동 주민자치회 및 지역공동체 현장을 연계하는 노력을 강화하고, 지역공동체 차원에서 다양한 자율적 주민자치의 경험들이 읍면동 단위에서 주민대표와 행정과의 관계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의도적이고, 목적지향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또 주민자치회 구성 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또는 그와 유사한 활동에 참여한 지역리더들의 참여가 강화되도록 조례에 명시하거나, 유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러한 노력을 위한 주민자치회 연합회의 역할을 찾아보면 어떨까?

주민자치를 위한 각 주체들의 역할을 고민해보자. 주민자치회도, 주민자치회 연합회도, 무엇보다 주민자치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주민도, 행정도, 지원조직도 각각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동체의 관점에서 고민해보자.

더디 가도 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공동체, 주민이 주체가 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일조하는 주민자치회와 연합회, 행정이 됐으면 좋겠다.

김천지 원주시주민자치 위원장협의회장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