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메르스, 메르스", 은하철도999의 여주인공 메테르는 알아도 메르스는 어느 나라 말인지? 사람들이 이름도 낯선 전염병 때문에 불안에 빠져 있다.

여론조사결과 우리 국민들은 세월호사건보다 메르스를 더 불안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 수는 비교할 수 없게 차이가 나지만 메르스는 언제든 나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훨씬 큰 것 같다.

메르스는 청정강원도 비켜가지 않았고 원주 역시 발병자가 일찌감치 발생하더니 지역사회의 불안이 심해졌다. 그 여파로 일부 학교는 2주간 휴교조치가 내려졌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기피하다보니 어디를 가도 한산하고 상인들은 초죽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그 사이 아주 많은 일들이 스리슬쩍 벌어졌다. 그간의 총리후보자들 중에서도 단연 으뜸으로 문제가 심각하던 황교안 장관이 드디어 청문회를 통과해 '메르스총리'로 탄생했다.

삼성병원은 치외법권을 자랑하더니 그 많은 감염자를 전파하고서야 병원 일부 폐쇄를 결정하고 그룹의 오너는 미국으로 가버렸다. 죽으면서까지 리스트를 남긴 성완종 사건은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간 사람들은 다 무혐의로 처리되고 오히려 엄한 사람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이 진노하셨다. 

메르스 사태에 대해서는 애써 별일 아니라고 국민들이 너무 겁을 먹은 것이고,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장하는 서울시장이 문제라고 각을 세우더니 급기야는 국회법 개정을 가지고 배신의 정치를 논하며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정치적 선거수단으로 삼아 당선된 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 주셔야 할 것"이며 "이제 우리 정치는 국민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치를 하는 정치인들만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주문이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는 대통령 탈당설까지 흘러나오고 유승민 의원의 사과에도 노여움은 더욱 강해졌다. 그러자 국회법개정에 찬성했던 여당 국회의원들이 홍해를 가르듯 비박과 친박으로 나뉘어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를 가지고 내홍 중이다.

지금 새누리당 모양새가 바로 패권주의와 줄서기의 전형이 아닌가? 대통령이 심판의 책무를 넘겨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난 이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우린 삼권분립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항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는 있지만 배신이니 심판이니 이런 협박성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국회의원들 역시 국민을 대표해서 권한을 위임 받았다면 그 책임을 다 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중심에 둔 새로운 정치를 논하는 대통령이 어째서 지금 모든 국민이 불안해하고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메르스사태 보다 일개 여당의 원내대표 거취에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메르스 발병률이 높은 나라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게다가 이 원인이 허술한 국가의 방역체계 때문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최초 발생병원을 공개 하지 않은 잘못된 초기 대응과 우왕좌왕 일관성 없이 사태를 축소하려는 대책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의 분노를 보면서 이제는 헛웃음이 나온다. 

지난해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국민은 큰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무능한 정부가 국민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드는가를 똑똑히 확인했다. 그 아픔이 아물기도 전에 국민들은 다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각자도생을 가슴에 새길 수밖에 없었다.

훌륭한 리더는 위기에 빛을 발한다. 그리고 우리는 다행인지 이번 메르스사태를 통해 두 리더의 다른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한 리더의 대응모습은 원주도 자유롭지 않다.

그나마 메르스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섰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제 우리의 주권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행사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더는 쉽게 잊지 말고 엄중한 심판으로 선택에 대한 책임을 우리도 져야하겠다.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유선 강원여성연대 공동대표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