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주관한 '2015국제과학수사박람회'가 지난 5월27일 행정자치부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개회식을 갖고 3일간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개최됐다.

박람회는 중동·아시아지역 17개국 과학수사 관련 고위 관계자들이 참여한 국제심포지엄을 비롯해 국과수가 보유하고 있는 각종 최신 과학수사 장비를 전시하는 행사로 진행됐다.

그런데 인구 33만의 중소도시 원주에서 종전엔 꿈도 꾸지 못했던 국제행사가 열린 것은 국과수 본부가 원주혁신도시로 이전해 왔기 때문이며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 억제를 위한 공공기관 지방이전 즉 혁신도시 사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박람회는 아직 해당기관들이 50% 정도만 이전해와 원주시민들이 비교적 혁신도시를 실감하지 못하는 가운데 열려 혁신도시에 대한 존재감을 상당히 높였다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착수한 혁신도시는 12년의 긴 세월이 흘러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병행돼야 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시책은 전혀 추진되지 않고 있다. 혁신도시는 국토의 균형발전 뿐 아니라 지방분권 즉 지방자치 발전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바탕으로 시작한 시책이다.

정부는 처음 혁신도시를 추진하면서 현재와 같은 수도권중심 또는 중앙집권제로는 더 이상 국가의 미래와 경제발전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이는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국민소득이 3만 달러에 도달하지 못하고 10여년 이상 정체돼 머뭇거리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1991년 지방자치를 도입한지 벌써 24년, 한 세대가 지났다. 그러나 지방자치는 그 이후 한 치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오히려 애초에는 제외했던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를 뒤늦게 2006년에 도입해 기초단체를 사실상 정당(중앙)에 예속시켰다. 

또한 지방자치의 요체인 지방재정권이 사실상 지자체에는 없다. 때문에 기초단체의 재정자립도가 10%니 20%니 하면서 마치 지방 스스로가 죄인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라 전체예산의 80%를 움켜쥔 중앙정부가 20%의 예산으로 허덕이는 지방정부를 예산배정이란 칼을 들고 사실상 '갑질'을 하고 있다.

지역 국회의원은 중앙 예산을 많이 따오는 것이 임무인 것처럼 오도되고 또 당선되고 나면 그들도 중앙의 '갑질'을 흉내 내기 일쑤다. 국가예산이 80:20에서 60:40 정도의 비율만 되도 무상급식과 노인연금 등을 지방에서 충분히 해결하고도 남는다고 한다. 지방자치 24년 동안 중앙에 예속된 지방재정권은 제도적 개선이 전혀 없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올해 들어 정부는 증세논란을 피하기 위해 지방에 예산을 떠넘기고 있다. 때문에 가뜩이나 재정이 빈약한 강원도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행자부는 강원도내 기초단체별로 현재 3천500원∼4천원인 주민세를 1만원으로 인상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미수 징수금의 최고 200％까지를 페널티로 환산해 총 65억 원의 교부세를 감액하겠다고 으름장이다.

또 지난해까지 100% 국비로 지원하던 국가지원 지방도로 사업비도 금년부터 계속사업은 90％, 신규 사업은 70％로 축소하기로 방침을 바꾸는 바람에 강원도는 금년에 30억 원을 지방재정에서 추가로 떠안게 됐다.

국과수 행사가 원주혁신도시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과 마찬가지로 혁신도시의 존재를 실감케 하는 인물이 있다. 요즘 원주시내 식당 등에서 가끔 보게 되는 코미디언 자니윤(윤종승) 씨다. 한국관광공사 상임감사인 그의 출현은 널리 알려진 유명세 덕에 관광공사와 혁신도시의 존재를 실감케 해주고 있다.

임기 후에도 그가 원주에 눌러 살지는 모르지만 서울 사람과 지방사람 사이에는 중앙과 지방이 차이가 나듯 사실상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혁신도시를 통해 중앙과 지방이 서로 협력하고 함께하며 '갑질' 없는 세상을 이루는 시금석이 되어 전국을 골고루 혁신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권영문 전 언론인  wonjutoday@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