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잡곡, 고구마, 감자 등 농업 유전자원을 영구 보존하기 위한 종자은행이 설치된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는 1억5천만원을 들여 농업유전자원관리실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곳에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가장 많은 2천여종의 종자가 보관될 예정이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농촌진흥청과 일부 광역지자체를 제외하면 현재 전국에서 가장 많은 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재래종이었던 수수꽃다리는 '미스김 라일락'이란 품종으로 국내에 역수입되고 있다. 1947년 캠프잭슨에 근무하던 미국 군정청 소속 식물 채집가가 수수꽃다리를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한 뒤 '미스김 라일락'이란 품종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재래종이었던 작약도 현재 화훼농가들이 구근을 수입해 재배하는 실정이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종자로 인해 분쟁이 벌어지면서 종자 분쟁은 소리없는 전쟁으로 통하고 있다"면서 "종자를 안전하게 보존하고, 개량해 농가에 보급하고자 농업유전자원관리실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림농협 잡곡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토종잡곡 종자확보 및 증식에 꾸준히 노력해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도 종자의 중요성을 인식, 그동안 종자 확보에 몰두해 2천여종을 확보할 수 있었다.

농업유전자원관리실은 원주시농업기술센터 뒤편 버섯재배사와 저온저장고를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고구마, 감자 등 구근류와 잡곡은 단기저장실에 보관하며, 1∼2년 안에 퇴화되는 단명종자와 희귀종자는 캡슐에 넣은 뒤 영하 20℃의 냉동실에서 영구 보관된다. 이밖에 예냉실과 전처리실 등이 설치된다.

단순 보존에 그치지 않고 종자를 증식하거나 개량해 농가에 보급할 예정이다. 또한 지정면 조엄선생 기념관에 고구마 품종전시포를 설치하는 등 테마에 부합하는 품종전시포 설치사업을 병행한다. 아울러 농가에서 보관하고 있는 종자를 기증받는 종자기증운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개량종자는 시험재배 후 농가에 보급해 농가들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농가에서 희망하는 유망종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종자 확보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