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시장 사거리 한가운데에 설치된 원주시 도로원표(진표). 구 차량등록사업소 앞에 위치한 도로원표 조형물(이표). 남부시장 진표의 위치와 타지역까지의 거리를 표시했다.

도로변 이정표에는 특정지역까지의 거리가 표시돼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거리를 측정하느냐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각 지역과 도시의 거리를 산정하기 위해 설치한 기준점으로, 지자체 마다 하나씩 있는 '도로원표'다.

원주시의 도로원표는 남부시장 사거리 한가운데 있다. 차량 통행량이 많아 확인이 어렵지만 교차로 중심을 자세히 살펴보면 직경 50㎝ 크기의 원형 황동판이 설치돼 있다. '도로원표'와 '원주시'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고 설치 날짜인 '1999년 12월 31일'이 기록돼 있다. 이정표에 표시되는 거리는 바로 이 지점을 기준으로 측정한 것이다.

또 하나의 도로원표도 눈길을 끈다. 종합운동장에 위치한 구 차량등록사업소 바로 앞에 도로원표라고 적힌 석재 조형물이 있는데 흡사 3층석탑처럼 생겼다. 춘천 82㎞, 강릉 119㎞ 등 타지역까지의 거리도 적혀있다

이처럼 도로원표가 2개인데 어느 것이 진짜일까? 남부시장 사거리 도로원표가 진짜다. 도로원표는 보통 1개소에 설치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교차로 등에 위치해 통행에 지장을 줄 경우 도로에 동판을 삽입시키는 방식으로 설치해 '진표'라고 지정하며, 이 지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인근의 빈 공간이나 지역 내 상징적인 공간에 조형물을 세운 뒤 '이표'라고 부른다.

실제 종합운동장 앞 조형물 도로원표에는 남부시장 사거리 도로원표 위치를 가리키는 '방향: 명륜동 27-6'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그렇다면 남부시장 사거리가 어떻게 원주시의 지리적 교통 중심지가 된 것일까? 통상적으로 도로원표는 각 지역의 교통 요충지나 행정적, 문화적 중심지 등 상징적인 곳에 있다. 우리나라 최초 도로원표는 서울에 설치됐는데 일제시대인 1914년 경성부 광화문통(현 세종로 광장) 중앙에 있었다.

대다수 지자체들은 지난 1997년 이후 지정학적 중심지에 도로원표를 설치해 과거엔 모호했던 시·군간 거리를 명확하게 측정할 수 있게 됐다.

남부시장에 도로원표가 설치된 것은 과거 교통의 중심지였고 역사적인 가치가 높았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 남부시장 사거리는 현재 노선이 바뀌었으나 과거에는 원주에서 충주 방향으로 향하는 국도19호선과 제천 방향 국도5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요지였다.

또 1983년 주상복합아파트로 건립한 남부시장을 중심으로 상권이 크게 발달됐으며,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시대 강원감영의 남문이 위치해 남문거리 일대엔 시장이 형성돼 있었다.

지난 1999년 원주시 건설과에 근무하면서 도로원표 작업에 참여했던 원삼희 경제전략과 주무관은 "당시 모든 지자체들이 도로원표를 의무적으로 설치했는데 원주시는 남부시장 사거리에 설치했다"며 "당초에는 현 무실동 청사 인근에 도로원표를 설치하려 했으나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무산됐으며, 지리적 고증 등을 거쳐 현 위치로 정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