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스하키경기장 재배치를 위한 원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위원장: 현원섭 원주시이통장협의회장)는 지난 22일 강원경제인대회 및 신년인사회가 열린 호텔 인터불고원주에서 아이스하키경기장 재배치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펼쳤다.(오른쪽 사진) 범대위의 거듭된 요구에도 최문순 도지사가 면담에 응하지 않자 항의차원에서 전개한 것으로, 이날 호텔인터불고원주 앞 도로변에는 아이스하키경기장 재배치를 거부하는 강원도와 조직위, 최 지사를 겨냥한 현수막 20여개가 내걸렸다. 행사 참석을 위해 원주를 찾은 최 지사가 장영숙 원주시체육회 사무국장 등 범대위 인사들의 면담 요청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왼쪽 사진)

이쯤 되면 해도 너무한다. 강원도와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원주시 '홀대론'에 대한 이야기다.

원창묵 시장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고 했으며, 아이스하키경기장 재배치 원주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현원섭 원주시이통장협의회장은 "실망스럽다"고 잘라 말했다.

원주시와 강원도가 지난 23일 아이스하키경기장 재배치를 두고 의견을 교환했다. 강원도가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와 함께 올림픽 경기장 재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를 원주시에 설명하겠다며 마련한 자리였다.

그러나 함께 참석키로 한 조직위원회에서는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대해 김미영 도지사 정책특별보좌관은 "조직위원장이 나서 분산 개최나 재배치는 없다고 수차례 발언했는데, 재배치 가능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에 갈 필요가 없다고 내부정리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2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협의는 양측의 입장차만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그동안 강원도와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재배치 불가 이유로 꼽은 행정처리 절차부터 설계·공사기간까지 논란이 된 전 부분에 걸쳐 원주시와 강원도의 공방이 오고 갔지만, 그 뿐이었다.

최문순 도지사가 하루 전 범대위 위원들에게 "재배치를 왜 할 수 없는지 원주시와 시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다"면서 "강원도와 조직위의 설명을 잘 들어보라"고 장담했지만 강원도 공무원과 시공·설계·감리업체 관계자들은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강원도는 IOC와 협의, 사업계획 변경에 따른 심의와 승인을 거쳐야 하는 등 행정절차를 밟는데만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판단되며, 절대공기 등을 감안할 때 재배치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미 강릉에 착공한 경기장도 2017년 테스트 이벤트 기간까지 완공할 수 있을지 염려되는 상황에서 원주로 재배치할 경우 더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설명이다. 원주시가 경기장 건립지로 검토중인 캠프롱의 토양오염 문제와 토지매입 기간도 걸림돌로 지적했다.

이에대해 원주시는 기초조사결과 캠프롱 부지 중 경기장 건립 예정지는 토양오염이 미미하고 토지매입비도 3/4를 이미 지급한 상태라고 밝혔다.

또 불필요한 토목공사 등이 필요없어 공사기간을 충분히 단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무엇보다 부지가 넓어 기존 설계대로 경기장을 앉히더라도 진출입로 문제나 환경성 검토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주장이다.

만일 캠프롱이 안된다면 이미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았고 교통영향평가는 변경만 하면되는 한라대에 건립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시했다.

"강원도만 의지를 갖는다면 1천270억원이란 예산을 절감하면서 사후 활용문제까지 해결된다"는 원주시의 주장에 강원도는 원칙론만을 내세웠다.

강릉 부시장 출신으로 지난 20일 "분산개최 등을 주장하는 것은 올림픽대회를 개최하지 말자는 것과 같다"는 발언으로 물의를 산 김지영 강원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장은 "시장님 말씀처럼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란 말만 수차례 반복했으며, 심지어 신동호 시설2과장은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행안부의 유권해석이 필요한 부분까지 반대논리에 동원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마치 '무슨 일이 있어도 재배치는 안돼'라는 답을 들고 어떻게든 관철시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늘 명쾌하게 재배치가 안되는 이유를 알려주면 수긍하고 수용할 의지가 있었다"고 언급한 원창묵 시장은 "며칠 대회를 치르자고 허공에 1천270억원을 날리면서도 왜 무조건 안된다고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끝까지 협의를 지켜 본 현원섭 범대위 위원장도 "유감스럽다.

강원도 입장만 확인하는 이런 자리였다면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국민 혈세가 날아가는데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울 뿐"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소득없이 협의를 마친 뒤 김지영 강원도 동계올림픽추진본부장은 범대위를 비롯한 원주시민들을 충분히 납득시킨 것 같느냐는 질문에 "쉽게 되겠느냐"면서 "다른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한편 범대위는 도지사 면담을 재차 요청하고, 도지사를 만난 뒤 향후 행보를 고민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