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올해 명예퇴직 하는 공무원들의 해외여행 비용으로 4억원을 편성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원들의 명예퇴직을 유도하기 위한 시책이라는 게 원주시의 설명이지만 시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원주시는 올해 명예퇴직 하는 공무원 50명에게 1인당 800만원씩 모두 4억원을 지원해 장기근속 모범공무원 선진지 견학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명예퇴직 공무원들이 부부동반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여행경비를 세금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정년퇴직을 앞두고 1년간 공로연수를 실시하는데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세금 절감효과가 크기 때문에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명예퇴직을 유도함으로써 세금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원주시는 명예퇴직 예정자 및 동반가족 1인을 대상으로 국내·외 연수를 실시할 수 있도록 지난 2013년 12월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조례를 개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에게 세금으로 공짜 해외여행을 시켜주는 것에 대한 시민 여론은 곱지 않았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는 상황에서 괴리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무실동에 사는 김모 씨는 "대기업에서도 정년을 맞는 임직원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봉급도 넉넉히 받는 공무원들이 시민 혈세로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간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봉산동 이모 씨는 "골목길을 넓혀달라고 수십차례 민원을 넣었는데도 예산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공무원들이 4억원이나 되는 큰 돈을 퇴직 공무원들의 해외여행에 쓴다는 건 대단히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시민 공복을 자처하는 공무원들이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이유로 공로연수 대신 명예퇴직을 선택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게다가 베이비붐 세대의 일괄 퇴직이 앞으로도 수년간 꾸준히 이어질 예정이어서 원주시는 매년 이같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공로연수를 선택하는 공무원들은 혜택에서 제외된다"면서 "순기능도 있다는 걸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