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한우, 하이록 한우, 한우령 한우의 브랜드를 통합하려는 강원도 방침에 지역 축산업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강원도는 지난 17일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강원한우 통합브랜드 추진 관련 협의회'를 개최했다. 3개 브랜드 한우 지자체와 농협 관계자가 모여 한우 브랜드 통합을 논의한 것. 테스크포스 팀을 꾸려 브랜드 통합절차를 논의했다.

도내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축산물에 대해 강원 마크를 붙여 수도권 주민들에게 강원도 청정제품을 홍보하고 판매를 촉진하자는 취지. 가장 먼저 축산분야에서 통합브랜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내년 도의회에서 강원마크 인증을 받으면 브랜드 통합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통합브랜드가 추진되면 당분간 강원치악산한우, 하이록 한우와 같은 지역 브랜드와 혼용해 사용하다가 수도권 시장에서 안정기를 맞으면 지역상표를 배제한 '강원한우'로 통합해 사용된다.

통합브랜드 추진에는 큰 틀에서 찬성을 했지만 지역 축산농가가 반대하면 언제든지 브랜드 통합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브랜드 통합은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찬성: 사육기반 협소 브랜드 통합으로 해결

원주에서는 찬반 논란이 한창 진행중이다. 브랜드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치악산한우가 소비량에 비해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다 한우 사육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는 점 ▷송아지값 하락으로 인한 축산농가 폐업우려 ▷고령화로 인한 사육기반 악화를 고려하면 브랜드 통합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치악산한우 브랜드에는 385농가가 참여해 1만500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원주시에 따르면 일일 한우소비량은 30두 정도. 하지만 실제 공급할 수 있는 양은 두 마리 정도여서 수요량 대비 절대적으로 공급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전국 한우 개체 수 대비 가격이 결정된다는 점에서 생산증대를 꾀할 수 없고, 지역 한우 농가가 한해 평균 100가구, 마리수로는 1천마리 정도 감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생산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지역 한우를 소비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하는데 통합브랜드가 최적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또한 통합브랜드를 추진하게 되면 부족한 한우 공급물량을 생산량이 풍부한 영동지역에서 공급받을 수 있어 도내 한우시장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내세우고 있다.
　
반대: 치악산한우 브랜드 수백억 투입, 통합브랜드 효과 불투명

하지만 원주시는 치악산한우브랜드육성사업을 통해 지역브랜드를 확보한 상태이다. 2007년부터 5년간 120억원을 투입해 혈통관리, 생산관리, 브랜드 홍보 등의 사업을 추진했고, 그 결과 소비자시민모임으로부터 3년 연속 우수브랜드에 등재됐다.

강원한우 통합브랜드를 추진하면 이미 투입된 자원들이 사장될 우려가 높다. 또한 강원도의 사업 내용이나 예산지원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많다. 아직 통합브랜드 구축이라는 슬로건만 제시했을 뿐 브랜드 육성에 대한 구체적인 사업 내용이나 예산 규모는 확정된 것이 없다.

수도권 수요를 지역축산업계로 끌어들인다는 취지는 좋지만 전국 브랜드인 횡성 한우 등이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원주시·치악산한우브랜드추진단, 관망

원주시와 치악산한우브랜드추진단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강원도가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통합브랜드 구축이 지역 축산업계의 생사여부를 가늠할 수도 있어 신중하자는 것.

통합브랜드 추진은 치악산한우브랜드추진단과 원주축협이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내년 3월 조합장 선거 이후 구체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