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목길에 빼곡이 들어찬 성매매 업소들.밤만 되면 붉은 불빛으로 남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학성동 구 법원·검찰 인근에서 음성적으로 운영 중인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희매촌은 지난 60여년 간 성매매가 암묵적으로 이뤄지면서 퇴폐지역라는 오명을 떠안았고 원주역 앞에 위치해 있어 원주 관문인 학성동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켜 주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사실 희매촌은 희망을 품고 시작한 마을이었다. 지난 1945년 해방 직후 지역 유지였던 고 이재춘 씨가 주도적으로 실향민들을 위해 주택을 건립하는 등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라는 의미에서 '희망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1950년 6.25 전쟁 직후에는 매화촌과 합쳐지면서 희매촌으로 명칭이 바뀌었으나 성매매 업소들이 속속 뿌리를 내리면서 밤만 되면 붉은 불빛들이 유혹하는 홍등가로 전락했다. 성매매로 얼룩진 희매촌, 현재의 상황을 집중 조명하고 이에 따른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강원권 최대 성매매 집결지 희매촌

원주 희매촌은 강원도에서 운영 중인 성매매 집결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이다. 희매촌의 경우 현재 20여개 업소에 30여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속초 10개 업소, 태백 4개 업소 등 강원도에는 3곳의 성매매 집결지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 된다.

기존 도내에 운영 중인 성매매 집결지는 춘천시와 동해시를 포함해 5개 지역에 분포돼 있었다. 그러나 춘천의 경우 춘천역 일대에 20여개 업소가 집결해 있던 '난초촌'이 지난해 폐쇄됐고, 이보다 앞서 1990년대부터 개나리촌(조양동)과 장미촌(소양동)이 폐업한 사례가 있다. 동해의 경우 발한동에 위치한 모 아파트에서 은밀하게 운영 중이던 성매매 집결지가 지난 2011년 폐쇄됐다.

▶쇠퇴하는 희매촌

2004년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희매촌은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성매매 집결지는 종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된 것이었고 이에 따른 반발도 거셌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단속망도 얇은 편이었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완전히 불법으로 낙인되면서 폐업하거나 종사자수가 줄어드는 업소들이 줄을 이었다. 10여년 전에는 30~40여개 업소에 많게는 10여명씩 종사하는 곳도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절반에 가까운 업소가 문을 닫았고 나머지도 1~2명씩 상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 성매매 특별법 이후 문을 닫는 업소들.

▶희매촌이 만든 문제점

수십년간 희매촌이 운영되면서 관련된 문제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종업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도 접수됐다.

강원도의 성매매 근절 활동 및 성매매 피해 여성에 대한 구제·상담 사업을 펼치고 있는 (사)강원여성인권지원공동체 춘천길잡이의 집에 따르면 이에 따른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져 왔다. 라태랑 춘천길잡이의 집 소장은 "업주가 지적장애인을 고용해 성을 매매하면서도 월급도 제대로 주지 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손님을 제대로 받지 못했을 경우 오래되거나 상한 음식을 주고 모욕감을 주는 등의 행태가 빚어졌다"며 "상담을 통해 종사자를 구제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또 일부 업소가 문을 닫은 자리에 춘천, 용산, 대전 등에서 일부 종사자들이 유입되면서 생계를 위협당한 업소들 간 고발사태도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희매촌이 위치함으로서 생긴 유사 업소들이 골칫거리다. 수십년간 지역주민 및 외지 방문객들이 희매촌을 찾게 되면서 이를 노리고 비슷한 유형의 업소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원주역 앞 원일로, 평원로 일대에서 희매촌과 유사하게 붉은등을 켜놓고 술집을 운영하는 일명 '방석집', 바로 옆에 자리 잡은 여관·여인숙 등에서 성매매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이 일대에 약 40여곳의 방석집이 운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유흥업소로 등록된 이 업소들은 술을 팔고 접객하는 행위는 허용되지만 성매매는 불법이다.

그러나 일부 업소들 중에서 술자리가 자연스레 성매매로 이어지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원주경찰서 관계자는 "이따금씩 이 방석집에서 성매매 사범들을 검거하고 있으며, 옷을 벗고 음주를 즐기는 등 문란한 행위들이 적발되기도 했다"며 "희매촌에서 파생된 업소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매매 특별법 제정, 그리고 악영향

10년 전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거에는 지자체에서 성병 검사, 위생검사 등 관리가 이뤄졌으나 법 제정 이후에는 지자체도 손을 놓게 됐다.

원주시 관계자는 "성매매 종사자들을 관리하고 성병 예방 등 보건사업을 실시하고 싶지만 법적 근거가 사라져 방치되고 있다"며 "법 개정을 통해 지자체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단속권을 가진 경찰 당국도 마찬가지로 곤란한 입장을 밝혔다. 희매촌의 경우 유흥업소나 일반 상점 등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고 가정집과 같은 환경에서 운영 중이다 보니 지도·단속이 제한된다. 유흥업소나 음식점 같은 경우는 위생점검과 성매매 단속이 용이하지만 희매촌은 제재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신고가 이뤄져야 단속이 가능하고 현장을 직접 확인해야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성매매 사실을 적발하는 것이 쉽지 않다.

▲ 업소 내에 접객을 위한 의자가 눈에 띈다.

▶신·변종 성매매 사회적 문제 대두

성매매 특별법 이후 파생된 신·변종 성매매 업소의 등장 또한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안마시술소, 휴게텔 등이 성매매 특별법이 만든 대표적인 폐해다. 원주역 앞 학성동 일대와 중앙동, 인동을 비롯해 원주 최대 환락가인 단계택지 등에 신·변종 업소들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휴식 또는 마사지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위장해놓고 음지에서 성매매가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원룸, 모텔 등에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기도 하는 등 주택가로 스며들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성매매 집결지에서 일하던 여성 종사자들 상당수가 일감이 줄어들다 보니 이러한 변종 성매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변종 성매매에 대한 강화된 지도·단속이 절실한 때이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 방안…동해와 춘천의 사례
"지자체와 치안 당국 적극 나서야"

지역 내에선 희매촌으로 인해 발생된 문제점을 해소하고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005년에는 학성동 달동네 재개발조합을 추진하는 등 희망이 보이는 듯 했으나 불과 몇 년 후 재정부담 등의 문제로 해산됐다.

희매촌 존폐 여부는 학성동은 물론 원주 최대 현안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종사자들과의 물리적 충돌, 재개발에 따른 사업비 배정 등 걸림돌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폐쇄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지만 지자체와 경찰에서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정치 리더들 또한 입을 다물고 있다.

동해시와 춘천시의 사례가 모범 답안이라고 생각한다. 양 지역 모두 원주처럼 성매매 집결지가 위치해 있었으나 지자체, 경찰, 민간단체가 기지를 발휘해 문을 닫게 됐다. 관련 사례를 소개한다.
　
동해시 발한동 묵호역 인근에 위치했던 동해 성매매 집결지는 2011년 폐쇄됐다. 이는 동해시와 동해경찰서가 만든 합작품이었다.

동해 성매매 집결지의 경우 5층짜리 아파트 1개동에 10여개 업소가 운영 중이었고 여성 종사자들은 1~3명씩 상주해 있었다. 1개동에 약 20가구 정도인데 절반 가량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어서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이에 동해시와 동해경찰서는 묘안을 짜냈다. 성매매 집결지를 24시간 단속함으로서 더 이상 성매매가 이뤄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경찰은 약 6개월간 아파트 진입구간에 컨테이너박스를 설치해놓고 불철주야 감시활동을 펼쳤다.

또 동해시는 아파트 출입문에 번호키를 설치해놓고 아파트 입주민 이외의 출입을 제한했다. 결과적으로 성매매를 하다 적발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남성들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생계가 막막해지자 폐업하게 된 것이다.

경찰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한 것 말고는 번호키를 설치하는 데 고작 100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등 저예산으로 큰 성과를 거둔 것이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동해시는 탈성매매 활동을 펼치고 있는 길잡이의 집과 연계하면서 종사자들이 또 다른 유혹에 빠질 것을 우려해 구제활동과 상담·교육을 실시해 효과를 봤다.

취업 알선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 가운데 여러명이 한식조리사 등 자격증을 취득하는 데 도움을 줬고, 일부는 결혼을 해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동해시청 관계자는 "경찰과 유기적인 관계를 통해 이뤄낸 성과물이었다"며 "1년여의 기간 동안 여성 종사자들이 성매매를 중단하도록 설득하면서 고된 일을 많이 겪었으나 마침내 목적을 달성해 무척 기뻤다"고 밝혔다.
　
춘천역 인근에 위치한 '난초촌'은 작년 8월말을 끝으로 폐업했다. 20여동의 성매매 업소들이 춘천시의 관문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상당한 골칫거리였다.

춘천시는 지난 2012년 11월말에 난초촌에 대한 정비계획을 수립했다. 2013년에는 도시계획 인가 절차를 마치고 종사자들의 생계비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하는 등 행정적인 요건을 완벽히 갖췄다.

춘천시는 시비 67억원을 편성해 작년 상반기부터 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성매매 업소 21동과 일반 가정집, 상가 등 29동에 대한 보상을 실시했고 성매매 종사자 60여명에게는 1인당 1천만원의 특별생계비를 지급했다. 길잡이의 집은 장기간 컨테이너 박스를 설치해두고 상담 활동을 펼쳤다.

이에 성매매 업소들은 작년 8월말을 끝으로 자진 폐업 의사를 밝혔다. 춘천시는 기존 건물을 철거한 뒤 공영주차장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업주들과 충돌이 없도록 평화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며 "지자체의 확고한 의지와 결단이 없었다면 이뤄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