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농업인의 날 발상지이다. 지난 2007년 타계한 원홍기 선생이 흙토(土)자가 3번 겹치는 11월 11일 11시를 농업인의 날로 정하고, 1964년 첫 행사를 치른 게 시초이다. 이후 원주의 농업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공식 기념일 지정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마침내 1996년 대통령령으로 법정기념일이 됐다.

2002년에는 단관근린공원에 농업인의 날 기념조형물을 건립했으며, 당시 제막식에는 국무총리였던 이한동 씨가 참석해 발상지의 위상을 치하했다. 2010년에는 농업인의 날 행사를 삼토문화제로 전환하며 전국단위 행사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발상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2012년까지는 정부에서 농업인의 날 행사비로 연간 2천만∼3천만원을 지원했으나 작년부터는 이마저도 끊겼다.

특히 작년은 원주시 농업인의 날 제정 50돌을 맞는 특별한 해였으나 정부 입장은 단호했고, 올해 역시 지원은 전무한 상태이다.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농업인의 날 행사를 여는 상황에서 원주시만 지원할 수는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원주시에서 여러 루트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정부 입장은 단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래서 원주시는 돌파구로 농업인 대축제를 기획했다. 삼토문화제로는 국비 지원 및 행사 격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규모를 키우기로 한 것이다. 행사 격상을 위해 원주시는 삼토문화제, 원주시 농특산물 소비자 만남의 날 행사, 치악산배축제를 통합해 개최하자고 농민단체에 제안했다.

삼토문화제가 열리는 11월 11일은 날씨가 춥고, 소비자 만남의 날 행사와 치악산배축제는 볼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통합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한편 시너지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토문화제 주관단체인 농촌지도자 원주시연합회와 치악산배축제를 주관하는 치악산배원주시협의회에서 이를 반대했다. 주관단체로서의 위상 저하 및 축제 통합에 따른 예산 삭감이 우려됐기 때문이었다.

농민단체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원주시도 제안하는 수준에서 머물렀을 뿐 적극적으로 밀어부치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같은 결과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안이 없는 게 문제이다. 농식품부는 원주시의 연례 반복적인 국비 지원 요구에 더이상 지원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정리했기 때문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만 한다.

원주쌀 토토미(土土米)는 농업인의 날 발상지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농업인의 날 발상지는 원주농업의 대외적인 브랜드 가치 향상에 매우 효과적인 소재이다.

활용가치가 높은 자원을 대외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농민단체 간 입장차이는 있겠지만 원주농업 발전이라는 거시적 차원에서 농업인대축제에 대해 농민단체에서는 재검토를 해주길 바란다. 아울러 원주시에서도 이 문제를 농민단체에 떠넘기듯 하지 말고 정책적 의지를 담아 적극적으로 농심에 다가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