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정부 산하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 무실동 등 신도시로 속속 이전하게 되면서 방치되는 청사에 대한 활용도가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물이 장기적으로 방치된다면 주변 상가와 주택가 등을 중심으로 슬럼화가 불가피하며, 정부 재정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2013년 학성동에 있던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과 춘천지방검찰청 원주지청이 연이어 무실동으로 이전했다. 뿐만 아니라 40여개에 달하는 법무사, 변호사 등 관련 사무실도 이전하면서 학성동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큰 타격을 입고 공동화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단계동 정부지방합동청사도 2017년부터는 빈 건물이 될 것으로 전망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상주 기관 중 북부지방산림청은 지난 2013년 7월 혁신도시로 가장 먼저 이전했으며, 현재 이곳에 남아있는 원주지방국토관리청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도 이전할 계획이다.

그러나 빈 청사에 대한 활용도를 제고하는 데는 걸림돌이 많다. 청사는 모두 국유재산이기 때문에 지자체나 여타의 기관들이 사용하려면 제한이 따른다.

현재 학성동 구 법원 건물은 대법원, 검찰은 법무부 재산이며, 단계동 정부지방합동청사의 경우 토지는 국토교통부 소유인데 건물은 안전행정부, 산림청, 국토교통부가 나눠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산하기관들이 입주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원주시로서는 국유재산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마땅한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기관들이 산하 기관들의 입주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또 다른 활용 방안을 강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문제가 커진다. 학성동 법원과 검찰 건물이 단적인 예다.

구 춘천지검 원주지청 건물엔 원주보호관찰소가 자리 잡았으나 주민들이 재이전을 촉구하는 등 반대 여론에 부딪혔으며, 구 춘천지법 원주지원 건물은 3년째 방치된 상태다.

학성동의 7월말 현재 인구는 6천52명으로 10년전과 비교하면 2천명이 감소했고, 지금도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특히 법원과 검찰이 이전한 뒤에는 유동인구가 뚝 끊기면서 폐업하는 상가가 줄을 잇고 있다.

다행히 법원 건물은 올해 연말까지 활용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관계자는 "구 법원 건물의 용도에 대해서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대법원 산하기관이 상주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다른 창구도 열어놓고 있으며, 올해 안에 결과물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 춘천지검 원주지청에 상주 중인 원주보호관찰소의 경우 주민 반대에 따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실상 재이전은 어려운 상황이다. 법무부 입장에선 보호관찰소가 이전하면서 리모델링 등 이전비용에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입했고, 건물 3층 공간을 모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재이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원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보호관찰소는 범죄자들을 집중 관리하고 범죄예방을 목적으로 운영 중인 만큼 오히려 치안을 담당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며 "족구장, 배드민턴장, 주차장을 개방하는 등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니 많은 이해와 협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 산하기관이 이전한 이후 비어있는 건물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것으로 평가받는 성공 모델은 구 원주지방환경청 건물이다.

원주지방환경청은 올해 2월 혁신도시로 이전했으나 지난 6월 남원에 위치해 있던 국립공원연구원이 입주했다. 혁신도시로 이전 예정인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연계돼 업무 효율성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경제계 한 인사는 "더이상 정부 산하기관들이 빠져나간 건물이 장기간 방치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된다"며 "정부기관들의 무책임한 행정을 비판해야 하며, 원주시는 수수방관하지 말고 정부를 설득해 새로운 활용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