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국물이 이보다 더 깊고 깔끔할 수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자꾸만 숟가락이 간다.

12가지의 한약재에서 우러난 쌉싸름한 맛에 단맛이 배어 있는 듯하고, 송송 썰어서 얹은 신선한 파 고명이 썩 잘 어울린다. 거기다 잘 삶은 닭고기 한 점을 입에 넣으면 부드러워 살살 녹는다. 한약재와 닭이 만나 시너지를 일으킨 탓인지 이른 무더위로 축 늘어졌던 몸에 에너지가 주입된 느낌이다.

가마솥에 엄나무, 대추, 당귀, 인삼, 마늘, 황기, 천궁, 구기자, 산수유, 음양곽, 호박씨와 같은 한약재를 넣고 10시간 이상 끓여 국물을 만들어 낸다는 '가마솥 엄나무 삼계탕(대표: 김애숙)'이 올해로 9년째를 맞았다.

김 대표는 "13년 정도 곰탕집을 운영해오다 지난 2006년부터 삼계탕으로 업종을 바꿨다"며 "삼계탕을 끓이기 시작한지 9년째가 되다보니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던 사람들이 한 둘 단골이 됐다"고 말했다.

목포가 고향인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음식 하는 것을 즐기다보니 어떤 음식이건 척척 만들어 낸다. 재료에 대한 응용력도 뛰어나 특별히 배우지 않았는데도 적절한 맛을 찾아내는데 일가견이 있다. 그래서 이곳에선 삼계탕을 소금에 찍어 먹지 않는다.

김 대표가 정갈하게 담근 깻잎지에 닭고기를 싸 먹다보면 그 맛을 잊지 못한다. 또 즉석에서 조물조물 무친 부추무침이나 고춧가루 빛깔이 고운 배추 겉절이, 적당히 맛이 든 깍두기 등 반찬 하나 하나에 김 대표의 손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김 대표는 "매실엑기스나 양파엑기스, 청양고추 엑기스 등 각종 엑기스를 담가 놓았다가 김치며 겉절이 등 단맛 양념이 필요한 모든 음식에 사용 한다"며 "설탕을 넣지 않고 엑기스를 사용하면 뒷맛이 깔끔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일일이 양념을 만들어 쓰려면 성가실 것 같지만 김 대표는 타고난 솜씨 때문인지 그 정도는 일로 여기지도 않는다.

단체예약 손님은 구수한 닭죽을 먹을 수 있다. 쑥, 버섯 등 제철 나물이나 재료를 넣고 끓인 닭죽은 아삭하게 씹히는 겉절이와 먹으면 그만이다. 일반 삼계탕 손님에게도 약주 한 잔씩 서비스하고 있다.

엄나무삼계탕 외에 전복삼계탕이나 능이삼계탕, 옻삼계탕을 먹을 수 있는데 비린내를 없애고 재료와 궁합이 맞는 국물을 내기위해 육수에도 서로 다른 재료를 넣는다.

그래서 24시간 끓여야 하는 육수도 있다. 전복삼계탕은 쫄깃하게 씹히는 맛과 함께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이 특징이고, 국물이 거무스름한 능이삼계탕이나 옻 삼계탕은 마니아층이 있을 정도로 건강식이다.

오전10시부터 오후11시까지 문을 열고 여름철엔 쉬는 날이 없다. 메뉴는 엄나무삼계탕(1만1천원), 전복삼계탕(1만5천원), 능이삼계탕(1만3천원), 옻삼계탕(1만3천원), 능이옻백숙(5만원), 엄나무백숙(5만원), 오리백숙(5만원), 도가니수육(3만원), 들깨수제비(6천원)가 있다. 위치는 단계택지 내 서울해장국 골목 가장 안쪽. ▷문의: 7482040(가마솥 엄나무 삼계탕)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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