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유투브 인스타그램

현장르뽀: 학성동 희망촌(집창촌)의 현주소

을씨년한 골목…희망은 없었다 심세현 기자l승인2014.02.1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6.25 전쟁이 끝난 직후 어느 독지가가 희망을 갖고 살아보자는 의미로 조성한 마을인 학성동 '희망촌'(집창촌의 옛이름). 지금은 희망이 아닌 절망을 안고 살아가는 곳이 됐다. 한때 직업여성이 400~500명에 달할 정도로 번성했던 윤락가였지만 2004년 9월 성매매 특별법 발효 이후 된서리를 맞아 지금은 비어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주변지역도 마찬가지다. 역전 시장골목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노숙자들과 취객들이 많아 사람들이 다니기를 꺼리는 곳이 됐다. 골목 초입에 위치한 슈퍼와 끝자락에 있는 약국을 제외하곤 역전 앞 골목상권은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낮에는 채소나 음식을 파는 할머니들이 있지만 할 일이 없어 문을 연다고 한다. 또한 법원과 검찰청이 이전하면서 변호사사무실도 자리를 옮겨 낮이나 밤이나 을씨년스러운 거리가 됐다. 하지만 아직도 밤이 되면 30여 남짓한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는 학성동 '집창촌'. 그 현장을 들여다 봤다.

   
▲ 학성동 역 앞에서 구 법원 사이에 있는 집창촌. 성매매 특별법 발효 이후 쇠락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도 밤이면 30여 집이 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다.

30여개 업소가 명맥이어가고 있지만…

오후6시 해가 지면서 어두워지면 양쪽 골목으로 빨간불이 하나둘씩 켜진다. 영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의 손길이 밖으로 보이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역전에서 중앙초등학교 방향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 옆으로, 또 그 안쪽으로 두 집 건너 한 집 정도가 영업을 하고 있었다. 길가에는 한 두집만 보이지만 골목안으로 들어가니 꽤 많은 집이 불을 켜놓고 있다. 연탄을 피워 매캐한 냄새가 곳곳에서 피어난다.

날씨가 춥다보니 실내에는 난방기와 담요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밤이 깊어지자 취객들과 노숙자들이 간간히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저기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보인다. 또 유리 안에서 짙은 화장을 고치는 여성들의 모습은 변해가는 지역사회의 모습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역전 골목 뒤쪽으로는 올라갈 수록 불을 밝힌 업소가 줄어 들었다. 곳곳에 빈집이 보였고, 홀로사는 아주머니들이 가끔 눈에 띄었다. 빈집 깨진 창문들 사이로 술병과 이부자리 등 노숙자들이 쉬고 간 흔적들이 보였다.

한 아주머니는 "가끔씩 취한 노숙자들이 지나갈 때면 무서워서 문을 걸어 잠근다"고 말했다. 그렇게 30여 남짓한 업소에 업소당 1~2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었다.

학성동 공동화와 함께 갈수록 쇠퇴해 가고 있는 집성촌. 도시 발전을 위해서는 사라져야할 곳이지만 그렇다고 강제로 이주시킬 수도 없어 방치되어 있는 이 곳에 대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주변지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과 희망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학일새마을금고 이사장

상권이 죽어서 상인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하다. 주민은 대부분 노인이고 인구는 계속해서 빠져나가고 있다. 집창촌 빈집은 단속이나 순찰이 이루어지지 않아 노숙인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고, 외부에서 들어온 포주들 사이에서 가끔씩 큰소리가 오갈 때도 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집창촌이 없어져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하지만 누가 나설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안을 가지고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주변에서부터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주변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시설 등이 들어오면서 환경개선을 통해 자연적으로 없어지게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 시에서 패션거리 같은 특성화 된 거리를 단계적으로 조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주민들 자력으로 재개발을 다시 추진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학성6동 통장

현재 역전 시장골목은 노숙자들의 소굴이 돼 버렸다. 한때 문막, 부론, 횡성 상인들이 시장을 형성해 골목안에 20~30집이 영업을 했었다. 하지만 집창촌이 침체되면서 시장도 문을 닫았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집들이 있어 재개발이 힘든 것으로 안다. 시에서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누구 하나 관심 가지고 나와보는 사람도 없다. 동네 주민들도 포기한 상태다. 자유시장이나 중앙시장처럼 리모델링이라도 이루어져 시장이 조금이라도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
 
이원세탁소 주인

학성동 지금 자리에서 30년 가까이 영업했지만 지금처럼 어려운 적이 없다. 최악의 상황이다. 법원, 검찰청이 옮기면서 공동화가 심각해졌다. 그나마 손님의 반이 법원이나 검찰청 손님들이었는데 지금은 매출이 터무니 없이 줄었다. 통일 아파트가 단구동으로 이전하면서 중앙초등학교 학생수도 줄고,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 나갔다. 주변 환경이 안좋아지니 당연히 사람들이 이동하는 것이다. 지금 빈집들이 많은데 세를 놓아도 나가지 않는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동네로 만들어 주길 바란다. 시에서 관심을 가지고 개발하지 않으면 자체적으로는 희망이 없다.
 
학성자율방범대 대원

차량으로 매일같이 순찰을 돌고 있어 범죄 예방 효과는 있지만 노숙자들이나 취객을 단속할 수는 없다. 우리를 우습게 볼 때 도 있다. 순찰을 돌다보면 빈집들이 비행청소년들의 집합장소나 노숙자, 일용직 근로자들의 집합장소가 돼 버린듯 해 씁쓸하다. 학성 5통의 경우 빈집이 반 정도나 될 정도로 심각하다. 외부에서 사람들을 유입시켜 변화를 조금씩 가져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관심이 급선무이다.
 
원주시보건소 관계자

성매매 특별법 시행 전에는 한달이면 400~500명 정도씩 성병 검사를 하고 보건증을 만들어 관리를 했었다. 1~2년후 까지도 이어졌지만 지금은 전혀 관리하지 않고 있다. 작년 질병관리본부와 연합해 당시 영업하고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시행하려 했지만 한터연합회쪽에서 거부했다. 현재는 개인정보가 노출될 우려로 본인들이 보건소에서 검사 받기를 꺼려한다. 개인병원에서 각자 알아서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핵, 임질, 매독, AIDS 등은 주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한데 집창촌은 관리가 안되다 보니 아무래도 전염 위험성이 큰 것이 사실이다. 현재는 업소등록도 안돼 있으니 관리대상에서 멀어졌다.
집성촌 포주

원주 사람이 주인인 집은 거의 없다. 춘천 집창촌이 폐쇄되면서 원주로 옮겨온 사람이 많고 다음으로 의정부, 용산 등지에서 장사하던 사람들인 것으로 안다. 80% 정도가 타지 사람들이고 최근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서로 성매매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다른 집에 손님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바로 신고를 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싸움이 난다. 예전에 장사가 잘 될 때는 권리금도 있었지만 지금은 권리금은 없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서인지 장사가 안된다. 중간에 빈집이 많고 관리가 안돼 노숙자들이나 취객들이 가끔씩 들어간다. 단속은 거의 없고 신고했을 때만 경찰이 나온다. 우리들은 차라리 신경 안 쓰는게 편하다.
 
집성촌 윤락여성

요즘 강제로 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자신의 의지로 돈 벌려고 나온다. 대부분 경기도나 경상도 등 타 지역에서 왔고 30대가 가장 많다. 40대도 있다. 단속이나 관리는 없지만 일이 터지면 경찰이나 방범대원들이 나온다.

요즘은 날씨가 춥다보니 손님이 없다. 성병예방은 보건소에 가지 않고 각자 알아서 병원에 다닌다. 나가서 할 일도 없고 취직하기도 힘들고 하니 계속 일하는 것이다. 손님이 계속 있기 때문에 성매매가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심세현 기자  shimse35@naver.com
<저작권자 © 원주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심세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서원대로 158 5층(단계동)  |   등록연월일 : 2012년 04월 09일  |  등록번호: 강원 아 00125  |  사업자등록번호: 224-81-11892
발행인 : 심형규  |  편집인 : 오원집  |  대표전화 : 033)744-7114  |  팩스 : 033)747-9914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원민
Copyright © 2023 원주투데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