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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다하면 투명한 물로 변해요"

'2013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선정도서 작가와의 만남 임춘희 기자l승인201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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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물풀」… 이영득 동화작가·김혜경 화가

올해 원주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선정도서인 '내가 좋아하는 물풀'을 쓴 동화작가 이영득(49) 씨와 삽화를 그린 화가 김혜경(54) 씨와의 만남의 시간이 마련됐다.

원주교육문화관(관장: 하재걸)은 지난 25일 오후2시 '작가와의 만남'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이영득·김혜경 작가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물풀'에 담긴 다양한 식물 이야기와 집필 과정 중 있었던 감동의 순간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물풀'은 물속이나 물가에 사는 다양한 종류의 풀 이야기를 이영득 작가의 글로 풀어냈다. 또 화가 김혜경 씨가 사실과 가까운 세밀화를 친근감 있는 색감으로 마무리해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가 좋아하는 물풀' 탄생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물풀'은 5년이라는 산고 끝에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왔다. 이영득 작가는 "식물이 좋아서 아이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기록하고 사진을 남기다 보니 축척해 놓은 자료는 많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책을 완성할 순 없었다"며 "좋아서 즐긴 일이었지만 책으로 만들려고 하니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고백했다. "집필을 결정하고 난 다음 들로 산으로 늪으로 돌아다니며 이전보다 더 많은 현장 체험을 하다 보니 계절이 변하고 해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혜경 화가는 "전시 위주로 작업을 해왔고 책을 작업한 경험은 많지 않았다"며 "처음엔 물풀이 익숙하지 않은 소재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또 "식물을 직접 채집해서 마당에다 환경을 만들어 놓고 기르면서 커가는 과정을 관찰했다"며 "논문집이나 외국사례 등을 공부하고 현장 체험을 하다 보니 그림을 완성하는데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책은 열 달을 견디면 낳을 수 있는 출산과 다르더라"며 "작필에 3년, 그림을 그려서 인쇄물이 나오기까지 5년이란 세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 이영득(49) 작가는 1964년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으며 경남 김해에 살고 있다. 동화책 「할머니 집에서」와, 그림책 「오리 할머니와 말하는 알」, 「강마을 아기너구리」, 자연책 「풀꽃 친구야 안녕?」,「주머니 속 나물 도감」,「주머니 속 풀꽃 도감」,「숲에서 놀다」 등과 같은 샹태집을 출간했다.
이영득 작가가 말하는 '물풀' 이야기

평소 풀꽃, 물풀과 같은 식물 관찰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어 '풀꽃지기'로 불리는 이영득 작가는 "이 책이 원주의 자랑인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정도서'로 결정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놀랐다"며 "시골에서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내면서 풀이나 꽃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이 지금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될 줄은 몰랐다"고 소박한 인사로 말문을 열었다.

이 작가는 15년 전까지 전업주부였다. 어린 시절 신기한 식물을 발견하고 부모님에게 질문을 하곤 했는데, 기대한 만큼의 설명을 듣지 못하게 되자 답답함을 느꼈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질문을 하지 않게 됐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아 기르면서 어느 날 자신의 아이가 자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질문을 해왔는데, 어린 시절 자신의 상황이 떠올랐다. 이때부터 이 작가는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 식물을 관찰하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식물 사랑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료로 쌓였고, 식물이나 자연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 동화를 쓰게 된 것이다.

이 작가는 "물풀이 논에서 벼와 함께 자라는 '피'와 같은 잡초인 줄만 알았다"며 "물풀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면서 이들의 생존 방식이나 자연의 섭리가 정말 소중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자라 풀은 뒤집으면 공기주머니가 자라의 등을 닮았는데 이 주머니가 있어 물에 잘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풀은 죽으면서 물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며 "나무가 산에서 죽으면 썩어서 흙이 되듯이 물풀은 생명을 다하면 물 위에서 투명한 물로 변하는 과정이 참 신비로웠다"고 말했다. 또 "꽃으로 피어있을 때 보다 생명을 다하고 지는 모습에 더 애틋함을 느꼈다"고 감동을 전했다.
 

   
▲ 김혜경(54) 화가는 경기도 연천에 살고 있다. 자연그림터 꽃나루 운영, 생태 세밀화 아카데미&갤러리 관장, 사)한국숲해설가협회 세밀화전문위원, 사)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 세밀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혜경 화가가 말하는 '물풀' 이야기

김혜경 화가는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오자 그림에 전염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교직을 내려놓았다. 숲을 그리는 동아리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언제나 그리고 싶을 때 그릴 수 있는 자연을 화폭에 담았다.

김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 마당에 연못을 만들고 물풀을 심을 정도로 물풀 그림에 열정을 쏟았다. 그 연못을 이번 책에 그림으로 그려 넣기도 했다. 김 작가는 "암꽃과 수꽃이 있는 나사말은 줄기로 높이를 조절하며 물위를 떠다니다가 암꽃을 만나 수정한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식물의 일생도 사람 못지않은 우여곡절과 에피소드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붉게 단풍이 드는 물풀도 있고, 임진각에서 차가운 겨울을 견뎌내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상록수와 같은 물풀을 봤다"고 말했다.
 
못 다한 이야기

공식 행사를 마치고 두 작가와 원주교육문화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동아리 회원, 그리고 관계자 몇 명이 원주교육문화관 문헌정보과에서 차를 한 잔 나눴다.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을 주관하고 있는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제현수 사무국장은 "학교를 돌며 릴레이를 펼치고 있는데 관심을 갖고 있는 교사는 이 책을 들고 학생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책에 나와 있는 물풀을 찾고 관찰하기도 했다"며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영득 작가는 "이 책이 이렇게 선정도서가 될 줄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며 "선정도서가 된 것 만으로도 감사한데 앞으로 중국으로 수출까지 하게 됐다"며 감사 표현을 했다.

김혜경 화가는 "이번에 독서 감상문 쓰기를 생략했다고 하는데, 감상문 대신 물풀 그리기 대회를 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작가를 먼저 만났더라면…

올해 한 도시 한 책 읽기 선정도서 선정은 수월하기 않았다. 지난 7월 최종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물풀'이 선정도서로 확정됐지만 예전 만큼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독서 릴레이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다 적극적인 릴레이 활동을 펼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으로 충분히 감동을 주지 못한 것은 인정해야 할 부분이지만, 선정과정에서 먼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면 이 책에 담긴 감동을 좀 더 크게 느꼈을 테고, 릴레이를 펼치면서 그 부분까지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임춘희 기자
chunhi2187@wonjutoday.co.kr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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