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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협력 기반…모두가 행복한 공동체

문화예술 새로운 패러다임 공유경제-②공유에서 찾은 키워드 공동체 김민호 기자l승인201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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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말고 공유하자.' 함께 쓰는 새로운 소비, '공유경제(sharing ecomony)'가 주목받고 있다. 물건이나 공간, 서비스를 빌리고 나눠쓰는 개념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일찍부터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 지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나 집, 물건과 같은 유형자산 뿐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지식 등 무형자산을 나누는 범위까지 확장되고 있다.

무엇보다 활용도가 낮은 물건이나 빈방, 자동차, 사무실, 지식과 재능, 경험과 취미를 공유하고 나눌수록 사회적·경제적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무엇을 소비하는냐'에서 '어떻게 소비하느냐'로 무게중심이 변화하고 있는 것도 공동체를 기반으로 '소유'가 아닌 '활용'의 새로운 소비문화의 확산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고무적인 것은 문화예술을 기반으로 공유경제에 접근하는 시도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지역공동체복원에 기여하는 문화예술 교육형 사회적경제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거나 방치된 공간을 재생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원주투데이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한 '공동기획취재-공유경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바라보다'를 통해 공유경제에 기인해 변화를 시도하는 국내 문화예술 현장과 우리보다 앞서 공유경제 모델을 만들고, 기존 문화재생공간을 일상생활공간으로 확대하고 있는 유럽의 사례들을 찾아봤다.

유형의 자산을 넘어 무형의 자산까지 공유의 범위를 확장해 문화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보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유럽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공동사무실 베타하우스(왼쪽 사진).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하고있는 문화·생활 공동체 우파파브릭(오른쪽).

우파파브릭, 폐허가 된 스튜디오 생태문화 공간으로 재생
베타하우스, 공간과 지식 공유하는 유럽 최대 공동사무실

베를린은 역사를 품은 문화도시로 변신을 꿈꾸는 중이다. 과거의 영광과 아픔을 상징하는 건축물들이 도시 풍경을 새롭게 디자인하며 곳곳에서 시선을 사로 잡는다.

흉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인 건물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예술적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각 공간들이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결합돼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 이면에는 공유와 협력이라는 철학에 기반한 '공동체'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문화·생활 공동체' 우파 파브릭(UFA Fabrik)

베를린 교외 울스타인 거리에 위치한 '우파 파브릭'(UFA Fabrik)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공간이다. 독일 영화 황금기인 1920년대 세계 최대를 자랑하던 영화 스튜디오였지만 1961년 베를린 장벽이 들어선 뒤 현상소는 동베를린 지역에, 촬영소는 서베를린 지역으로 나뉘게 되면서 기능을 상실해 유기된 공간이 됐다. 1978년 진보적 젊은이들이 나서 생태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1만8천㎡의 공간은 연간 400여 차례의 공연을 유치하는 등 문화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수십년간 폐허가 된 이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든 것은 서독 정부가 섬처럼 고립된 베를린의 청년들에게 징집을 면제하면서부터. 징집을 피하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베를린으로 모여 들었다. 그 중 몇몇 젊은 예술가들이 잡초만 무성하던 영화사 촬영장에 터를 잡았다. 1978년, 촬영장에 모인 그들이 공동체마을을 만드는 실험을 벌인 것이 지금의 우파 파브릭을 만든 시발점이다.

30여명의 개척자들은 문화, 예술, 경제, 사회 네 측면이 복합적으로 융화되는 공간을 꿈꿨다. 초창기에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우파 파브릭의 성장을 도모했다. 임대계약서로 담보대출을 받아 서커스단도 만들고, 카페를 운영해 조금씩 번 돈으로 이 공간을 가꿔왔다. 당시 참여자들 대부분이 무보수로 자발적으로 일했는데, 이 공간의 문화적 변신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과 기대감이 동력이 됐다.

그들의 노력은 30년 후 생태와 문화와 교육이 어우러진 이색 공간을 만들었다. 빗물을 받아 화장실에 사용하고, 건물 지붕에 흙을 덮어 풀이 자라도록 했다. 태양열을 이용해 난방을 가동하며 유기농 식재료로 빵을 만들어 판다.

국제문화센터, 실내 공연장, 야외공연장 등 3개의 문화예술공간에서는 연중무휴 공연과 축제가 열리고, 주민들은 문화강좌를 통해 요가도 배우고 동양무술도 익힌다. 한 켠엔 교과과정에 얽매이지 않는 초등과정의 대안학교가 운영된다. 게스트하우스는 저렴한 가격에 손님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생활밀착형 복합 문화공간인 셈이다. 이미 베를린의 문화적 아이콘이 된 우파 파브릭은 매년 2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돈 한푼 없이 이뤄낸 성과다.

관리책임자 베르너 비아르탈라(Werner Wiartalla) 씨는 "우파 파브릭은 모든 사람들을 위해 열려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어린이, 노인, 가족 등 지역주민을 위한 수 많은 프로그램이 천천히, 그리고 끊임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우리의 노력은 모두가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 베타하우스 1층 오픈 디자인 시티 입구. 좌측 벽면에는 베타하우스에서 운영하거나 추진중인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안내판이 게시돼 있다.

공간·지식공유 베타하우스(Betahaus)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에 자리한 '베타하우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동 사무실이다. 매일 250여명이 이 공간에서 일을 한다. 예술가와 디자이너, 건축가, 미디어 종사자, 개인 사업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회비를 내고 자유롭게 카페와 사무실, 회의실, 공방, 실험실 등 공간을 공유한다.

2009년 설립한 베를린 베타하우스의 가능성을 발판으로 현재 함부르크와 바르셀로나, 소피아에도 같은 형태의 베타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파리와 빈, 코펜하겐에는 협력 공동체를 두고 있다.

베타하우스의 2층과 3층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는 벽면과 책상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나눠 활용하기에 최적화 되어있다. 2층 사무실 한쪽 벽면에는 3D인쇄기 등 사무실 장비를 사용하기 위한 한 달간의 스케줄표가 붙어 있다.

유독 눈길을 끈 것은 사무실 한편에 놓인 전화 부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사무실을 공유하기에 통화를 하려는 사람은 다른 이용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부스 안에 들어가서 통화를 해야 한다. "사무실에서 소음을 측정해 큰 소음을 자주 내는 이용자가 있다면 경고를 준다"는 게 이 곳 관계자의 설명이다.

공간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팀당 월 250유로(한화 37만 원) 수준이다. 독일에서 회사를 설립하고 사무실을 열기 위해서는 사무실 임대비용과 집기 구입 등에 최소 5만유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나 매력적인 공간임에 틀림없다.

7개월 째 베타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레미(Remy Cagnol,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씨는 "시내에 사무실을 구하려면 굉장히 비싼데, 이곳은 매우 저렴하고 워크숍 등의 코스가 많아 정보를 얻고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며 베타하우스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고 베타하우스를 찾는 이유가 사무실 임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임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것도 큰 매력으로 작용한다. 베타하우스 1층 '오픈디자인시티(Open Design City)'는 워크숍 공간으로 전문 분야의 사람들이 각자의 기술과 지식을 공유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25개의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10명의 전문가가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다양한 워크숍을 운영해 보다 창의적인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베타하우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동료들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 곳 관계자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사무실 한편에 빼곡히 붙어있는 '작업을 도와줄 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한 사람을 찾는' 구인 메모를 통해서도 이 곳에서 활발한 지식공유가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기업들의 후원도 활발하다. 4개월 전부터는 'FESTTOOL'과 'MAKE A BOAT' 등의 후원을 받아 3D 프린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베타하우스에 장비 등을 지원하는 이유는 혁신적인 청년그룹이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제품의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베타하우스는 시민대학 형태의 교육과정도 운영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독일어 교육과 다양한 문화교육, 직업교육 등을 하고 있다. 변호사인 막스밀리언(Maximilian) 베타하우스 공동대표는 "독일의 젊은 세대들이 생각하는 혁신, 새로운 프로젝트를 펼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스폰서가 필요하다"며 "개인적으로는 베타하우스에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더 많이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 베티나 두하스 씨와 딸 요안나.
"학교 정규 과정에 소개될 만큼 신뢰"
주민 베티나 두하스 씨

우파파브릭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과 젊은이들을 위한 행사가 많아 지역주민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는다. 취재진이 방문했을 때는 마침 휴가철이라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았지만 평상시에는 자녀를 데리고 우파파브릭 내 소공원과 놀이터를 찾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

그 곳에서 만난 베티나 두하스(35·Bettina De Hoas) 씨는 "우파파브릭이 이 곳에 있어 지역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딸 요안나(5·Johanna)와 함께 나무그네를 타고 있던 그녀는 "무엇보다 아이들 교육에 좋은 효과를 미치는 프로그램들이 많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정규 학교 과정에서도 이곳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를 받을 만큼 인정받고 신뢰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그 중에서도 베티나 씨가 단연 손꼽은 프로그램은 목공소 프로그램. 나무를 이용해 목재 소품을 만드는 것부터, 어느 정도 기술을 습득하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생활용품까지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자신 뿐만 아니라 아이를 함께 키우는 주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소개한 그녀는 "목가공 프로그램은 자연물을 다루는 것으로, 어린이를 대상으로 목재 놀이기구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아이들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습니다.

 


김민호 기자  mhkim@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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