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의료기기 산업은 최근 10년간 눈부신 성장을 했다. 10년 전 14개 기업이 28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현재는 113개 기업이 4천28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으며, 고용인원도 176명에서 2천348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영향도 있겠지만 일부에서는 원주만의 고유한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고 진단한다. (재)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가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제2의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를 하는 시점에서 초대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 원장이자 원주의료기기 산업의 산파역할을 한 윤형로 교수를 지난달 27일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에서 만나 최근 상황을 진단했다.
　
원주의료기기 산업으로 인한 경제효과는.

이천에 하이닉스가 있다고 이천 시민들 소득이 늘어났다고 얘기할 순 없다. 의료기기 산업으로 인한 고용인력 대부분이 원주사람이다. 군사도시 이미지를 벗었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본다. 일부에선 사업비 대비 효과가 적다는 얘기를 하는데, 약 2천억원 정도 투자됐다. 그만한 자금으로 원주 만큼 도시 이미지가 바뀌고, 고용창출을 이룬 곳은 없다. 실리콘밸리가 자리 잡는데도, 수십 년이 걸렸다.
　
대다수 의료기기업체가 영세한 수준이어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의료기기 산업이 발전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비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의기투합이 잘 돼야 한다. 의료기기산업을 처음 시작할 때 10년간은 의기투합이 잘 됐다. 그런데 이후 의기투합이 안 되다 보니, 행정을 비롯해 곳곳에서 문제가 많았다. 비전이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비전을 공유하도록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나.

과거에는 연세대학교가 그 역할을 했다. 지역에 있는 대학교수들이 모였고, 관도 박수를 쳤다. 그러나 오랜기간 사업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타성에 빠져있다.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를 비롯해 산업단지공단, 강원테크노파크 등이 의기투합 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안되다 보니 기업들은 돈 주는 곳에 기웃대면서 경쟁력을 잃고 있고, 지금은 지원금으로 먹고 산다.

원주의료기기산업은 1억원 들여서 창업보육센터 리모델링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메디아나도 거기서 시작됐다. 메디아나는 원래는 휴렛팩커드라고, 세계적인 의료기기 회사의 국내 총대리점이었는데 그걸 포기하고 연대 학생들을 데리고 시작했다. 이후 1년 만에 태장동 원주의료기기산업기술단지가 건립됐다.

메디아나는 거기서 백억원까지 매출을 올렸다. 씨유메디칼도 그곳에서 창업해 코스닥 상장까지 했다. 당시 김기열 시장도 수시로 기업체에 들러 직원들을 격려하며 의기투합 했다. 산학연 간담회를 통해 매월 한 번씩 모였고, 테크노밸리 직원은 매니저로 활동했다. 그런 관계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가 이뤄졌고, 구심점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지금은 구심점이 사라지며 의기투합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앞으로의 전망은?

모든 사업의 성공은 하드웨어에 달려있는 게 아니고 소프트웨어에 달려있다. 소프트웨어가 훌륭하면 성공한다. 의료기기종합지원센터도 지난 2003년 윤상직 장관과 함께 구상했던 것이다. 당시 상설전시장이 필요하다는데 모두 공감했는데, 우리나라 의료기기업체는 대부분 영세하다. 해외 바이어가 오면 자신의 공장으로 자신있게 데려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해외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생산되는 의료기기를 볼 기회가 없었다. 의료기기 산업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역사박물관과 국산 의료기기 제품을 전시해 해외 바이어들을 초청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하드웨어만 신경쓰지,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고 있다. 전략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나 구상이 필요하다. 대구에서 만든 의료기기를 보려면 원주로 와야만 하고, 오송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기 중심이 원주가 되는 것이다.

상설전시장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중요한데, 인식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이런 식으로 1~2년 지나면 애물단지가 될 것 같은 우려도 든다. 원주가 살길은 1등을 해야 한다. 2~3등은 생존하지 못한다. 의료기기 산업은 1등을 하고 있지만 항상 1등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