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행과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5일제 근무와 학교 수업이 정착됨에 따라 가족중심, 체험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도시민의 농촌체험관광이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

농촌은 위기라고 하지만 어쩌면 또 새로운 기회의 땅일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농촌관광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개발하고 있는 농촌체험마을을 방문해 어떤 정책과 투자로 이끌어 가는지를 살펴보고, 국외에서는 농촌관광에 일찍 눈을 뜬 유럽을 방문해 도시와 농촌 간의 네트워크 구성과 도시민에 대한 농업교육, 도시민 관광객 유치를 위한 농촌관광개발 사례 등을 취재해 우리 지역 실정에 접목해 보도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1. 전통문화·농촌체험으로 도시민 유치…부여 기와마을
2. 소셜커머스로 체험객 유치…논산 포전마을
3. 자연과 호흡하는 농장체험…독일 라우터바흐 마을
4. 독일 굿아흐, 농촌관광 전략 '츠바이퇼러란트'
5. 지속가능한 프로젝트… 벨기에 웨퐁 마을
6. 프랑스 '비앙브뉘 알라페름므' 협회 그린투어리즘
7. 에필로그… 도·농 교류, 새로운 농촌관광전략 절실

▲ ◇평가제가 있는 농가민박과 마을과 마을을 잇는 트래킹 코스가 눈길을 끈다.

독일 최남단에 위치한 츠바이퇼러란트(Zweitalerland)는 전체 면적이 270㎢에 이르며, 블라이바흐, 지몬스 발트, 발트게이시 등 6개 지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곳 6개 지역의 인구는 지역마다 차이는 있으나, 1천800여 명에서부터 2만 여명에 이른다. '두 개'란 뜻의 츠바이퇼러란트는 6개 지역을 두 개의 계곡이 감싸고 있어서 붙혀진 이름이다. 남서쪽으로는 프랑스, 스위스, 독일 세 개의 나라가 접경해 있는 지역이다. 쭉쭉 뻗은 전나무로 우거져 검은 숲 처럼 보이는 '흑림'지역으로 유명하다.
　

▲ 농가에서 준비한 음식들.

츠 바이퇼러란트 관광공사와 마을 커뮤니티

츠바이퇼러란트 관광공사는 지난 2000년에 6개 지역주민이 주체가 돼 만든 회사로, 보통의 여행사나 관광안내소와는 차이가 있다.

각 마을 대표는 관광공사의 주요직책을 맡아 운영 전반에 힘을 쏟고 있다. 관광공사는 마을과 네트워크로 농촌체험관광을 통해 수익을 올리며, 지역 관광을 위한 일에 재투자를 해 지역민과 더불어 상생하는 것이 이들이 일이다.

이곳 관광공사의 주 수입원은 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숙소를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츠바이퇼러란트에는 연간 9만 여명이 연 40일 정도 숙박을 하며, 200여개의 숙박업소에서 한 농가당 평균 1천600여명의 손님을 받는다고 한다.

이와 같은 통계는 관광공사에 등록된 민박의 경우다. 더불어 숙박을 비롯해 각종 농촌체험프로그램, 휴양·레저 체험 등을 포함한 관광객은 연간 200만 명에 달한다고 하니 관광공사의 역할이 크다.

숙박 수수료에 의존한다고 해서 숙소 소개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규직원 2명, 계약직 6명 등 8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숙소 소개 분과, 관광광품 개발 분과, 홍보 분과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인건비를 제외한 순수익은 연간 1만2천 유로(한화 1천700여만원)로 비교적 적은편으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지역 홍보와 재투자를 하는 데 쓰인다.

관광공사는 정부의 지원이 아닌 주민들의 자체적인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라고 밝혀 놀랍게 했다. 이곳은 우리나라의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새농촌건설운동 등 큰 규모의 지원은 꿈도 못 꾼다. 개인 지원은 더더욱 없다. 홍보활동 활성화를 위한 홈페이지 개설 같은 지원조차도 없다. 이곳은 모두 주민 스스로가 운영하고 있다.

지금 독일에서는 '농촌관광 전쟁'이 치열하다. 독일 전역 약 8천여 개의 마을이 농촌관광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또한 독일 전 지역에 퍼져 있는 홍보를 위한 관광 기관만도 1만여 개에 달하기 때문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츠바이퇼러란트 관광공사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 전통 방식 방앗간 체험. 독일 농촌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박물관이었다.

자연에서 걷고 즐기고 먹고

6개 마을은 저마다의 테마를 가지고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중 중점을 두는 부분이 트레킹이라고 한다.

현재 독일은 전국적으로 트레킹열풍이 불고 있다. 인근 프라이부르크 시내에서도 트레킹용품과 등산용품 상점이 즐비했다. 트레킹은 하나의 트렌드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마을마다 트레킹 코스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큰 경쟁력이다.

이 지역에만 하더라도 880㎞에 달하는 트레킹 코스가 존재한다. 거의 모든 코스가 과거 산길이나 소로로 사용되던 곳을 트레킹 코스에 맞춰 정비한 수준이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흑림을 만끽할 수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이 트레킹 코스로 '등대 프로젝트'라는 프로그램을 따로 관리할 정도로 열의가 높다. 여러 코스 가운데 등대 프로젝트로 약 108㎞ 코스를 만들어 냈는데, 관광객이 최적의 환경에서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코스를 마련하고 '길을 밝혀준다'는 뜻의 프로젝트를 운영하게 된 것.

높이와 난이도에 따라 20~25㎞ 씩 5단계로 나뉜다. 험난한 코스의 경우 안전이 최우선 시 되기 때문에 이정표, 쉼터 등 편의와 안전을 책임질 시설·구조물을 갖추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트레킹을 즐기러 오는 관광객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숙박이나 농촌체험프로그램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트레킹 관광객만을 타겟으로 두는 것은 아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꾸미지 않은 자연과 더불어 일정 기준에 따라 평가제가 도입되는 농가민박, 지역 문화관광자원에 매료돼 찾아오는 일반 관광객 또한 트레킹 관광객 비율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를 통해 여행코스를 정하고 움직이는 것이 가장 좋다. 많은 데이터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패러글라이딩이나 자전거 등 레저체험도 할 수 있고, 지역 박물관 등 관광명소도 소개받을 수 있으며, 음식 잘하는 집, 농촌체험프로그램이 다양한 곳 등 관광객의 선호도에 따라 찾아갈 수 있다.
　
선진 농촌관광정책에 주목하다

독일에서는 지난 2002년부터 서비스산업에도 'Q마크'가 도입됐다.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관광서비스에도 품질을 인정해주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이로 인해 이 지역에선 각종 관광 서비스에 Q마크 획득지원을 위한 관광정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차별화 전략은 '환경보호를 위한 통합교통체계', '코너스 카드 서비스'. '렌트카 서비스', '대체 에너지 코스', '환경테마 프로그램' 등이 있다.

특히 환경보호를 위한 통합교통체계는 이 지역의 역점 사업 중의 하나다. 대형관광버스의 진입을 억제하고, 철도와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장하는 교통정책을 쓰고 있다. 철도의 경우 대도시는 국철 이용을, 작은 지역 간 연결은 프라이부르크 지역 운수연합과 버스를 연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주민 차량을 이용한 렌트카 시스템 또한 획기적이다. 주민 렌트카 시스템은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특별히 렌트카 회사에 가지 않고 현지에서 자동차를 시간 단위로 임대해서 사용하는 시스템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관광객을 데리러 갈 때,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차량을 필요로 할 경우에 민박 집 주인은 자신의 차량이나 이웃집 차량을 바로 연결해 준다. 연결시간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코너스 카드에 대한 만족도는 크다. 관광객이 숙박비와 함께 지불하는 '휴양세'로 카드를 만든 것인데, 츠바이퇼러란트의 대중교통이나 130여개에 이르는 각종 문화·관광시설에서 무료 또는 할인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진다.

 

인터뷰: 올리케 슈나이더(관광공사)
"마을 네트워크가 전략"

마을과 어떤 차원에서 협력을 해나가고 있는지.

초창기에는 6개의 지역이 함께 손을 잡고 시작하다보니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 마을이 다른 마을보다 홍보가 덜 되고 있다는 등, 각 마을의 우월감을 자랑하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따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 지역의 특성을 살려 협력관계를 이어가다보니 협력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져가면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나가고 있다.
　
한국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이 큰 편이다. 이곳은 어떤가.

관의 지원이라고 하는 것은 거의 전무하다. 다만 관광공사와 같은 기관들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관이 할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격이다. 우리 관광공사는 지역주민들의 의지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들 때문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농촌 고령화와 인력 부제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농촌 고령화, 공동화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서 문제가 되고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심각하지는 않다. 현장에서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이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관광에 있어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농촌관광이라는 분야에 있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옛날 같으면 필요에 따라 사람들이 찾아오는 구조였는데, 이제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저절로 손님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 지역은 내가 알려야하고 손님을 끌어들여야하는 구조이다. 여행 형태가 변화함으로써 그에 따른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농촌관광을 위한 전략은.

자연환경과 지역의 문화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이 속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지역주민과의 소통 속에서 모든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농촌관광을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다. 지역주민들과 긴밀한 관계 속에서 공동프로젝트를 만들어내고, 숨어있던 것을 계발하며, 국내외적 홍보활동과 지역 홍보활동을 다양하게 추진해 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