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동호인들이 마음 놓고 운동할 구장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학교 운동장, 근린공원 등을 빌려 쓰고 있지만 사용료 부담이 만만치 않고, 다른 행사가 있을 때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 종합운동장은 잔디 관리 차원에서 큰 대회 때만 일시 개방하며 지속적 사용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실질적으로 상시 사용가능한 구장이 전무한 실정이다.

축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동호인 수와 열기에 비해 축구 인프라는 매우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조봉준 원주시축구협·연합회 전무이사는 "우리 협·연합회 소속 동호인이 3천명, 비가입하거나 자체 활동하는 동호인들까지 약 1만명에 달한다"며 "원주가 도내에서 동호인 수가 가장 많지만 제한받지 않고 뛸 운동장이 단 한군데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원주시축구협·연합회엔 유소년부터 70대, 여성클럽까지 다양한 연령대 동호인이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40개 클럽이 있다. 각 클럽별, 연령대별로 자체 팀을 평균 3개 가지고 있기 때문에 100여 팀이 넘는다.

동호인들은 대회를 치를 때마다 곤욕을 치른다. 대회 기간에 맞춰 구장을 빌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무엇보다 사용료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상지대, 한라대, 연세대, 육민관고, 학성중, 단관근린공원 등 인조잔디구장을 빌려 쓰고 있는 상황인데 비싼 곳은 시간당 5만원 이상을 내야 하며, 일반적인 운동장도 하루 20만원 정도 사용료를 내고 있다. 원주시축구협·연합회는 1년 내내 이어지는 원주사랑슈퍼리그를 비롯해 시장기 대회, 연합회장기 대회, 협회장기 대회, 치악배 대회 등 많은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여러 구장을 빌려 써야 할 경우 하루 사용료만 100만~200만원을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게다가 구급차 배치에 30만원 정도 소요되고, 심판·운영진 식대 등이 더해진다. 원주시축구협·연합회는 대회를 치르며 쓰는 돈이 연간 1억원이 넘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동호인들은 횡성, 제천 등 타지역 구장을 이동하기도 하고, 심지어 도로공사, 연초제조창, 칠봉체육공원 등을 빌려 쓰기도 한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무실2지구 공원 내에 위치한 축구장은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준공돼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최근 원주시축구협·연합회와 원주시, LH공사가 조명에 대한 조도 측정을 한 결과 야간 경기를 치르기에 부족한 수치가 나왔으며, 기반시설도 부족한 상태이다. LH공사는 축구장을 포함해 공원 전체 공사를 마무리하고 원주시에 이관하도록 돼 있는데, 원주시는 기반시설이 미미하다고 판단해 기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인재 원주시축구협·연합회 심판위원은 "심판을 보면서 강원도내 여러 축구장을 둘러보았는데 원주는 동호인 수에 비해 환경이 매우 열악한 상황으로, 지난 7월 열린 치악산한우배 전국대회를 지켜보면서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며 "하루 속히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축구장이 조성돼야 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국대회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축구 동호인들의 꾸준한 활동을 통한 축구 역량 강화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는 우산동 하수처리장 증설공사를 하며, 지상에 축구장을 비롯한 각종 체육시설을 조성할 계획을 검토중이다. 성남시, 춘천시 등에서 이같이 축구장을 조성한 사례가 있다. 해당 부지는 4만3천여㎡에 달하며,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축구장 1면을 조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수처리장 증설공사는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체육시설 조성계획이 통과되면 2014년 경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