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원주로 귀농한 가구는 18세대, 귀촌한 가구는 68세대로 총 105명이 원주에 정착했으며, 이는 도내에서 영월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현재 200여명의 귀농·귀촌인구가 원주에 정착해 있다.

귀촌을 결심하는 이유는 은퇴 후 안락한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시골의 푸근한 인심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향후 10년간 그 인구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작년 한 해 동안 귀농·귀촌 인구는 1만503가구에 2만3천415명이며, 이는 전년도와 비교해 158% 증가한 수치다.

도농복합도시인 원주시도 귀농·귀촌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원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귀농을 위한 농지 구입 및 하우스시설 확충을 비롯해 축사신축이나 개보수 등에 최대 2억원 이내에서 3% 금리로 융자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200만원 한도 내에서 이사비용을 지원한다.

또한 3년 전부터 농업인대학에 정규과정으로 귀농·귀촌 반을 편성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작년부터는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농가에서 1박2일 동안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정착률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막연한 기대감으로 귀농·귀촌을 선택했다간 후회하기 십상이다. 또한 농촌의 생리나 특성을 모른 상태에서 귀농·귀촌을 결심했다간 마을에서 외톨이로 지내는 경우도 많다.

▷문의:737-4157(농업기술센터 지도과)

강인식 원주시치악산토종꿀 협의회장

▲ 강인식 회장

강인식(59) 씨는 원주에서 유일한 토종꿀 단체 회장이다. 토종꿀 창업 농가에게 자문을 해주는 한편 회원 농가들을 일일이 방문해 토종꿀로 성공하도록 세세하게 지도하고 있다.

그래서 원주에서 토종꿀을 하는 사람이면 강 회장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그는 원주사람이 아니다.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아산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냈다.

군대에서 원주로 전출명령을 받아 원주와 인연을 맺게 됐지만 군에 있을 때에는 부대와 집밖에 모르는 열혈 군인이어서 농사경험이라곤 전무했다.

제대할 때가 되자 자식들 뒷바라지, 노후걱정 때문에 귀농을 선택했다. 전역한 2002년 관설동 섭재마을에 터를 잡았다.

당시 귀농자금은 퇴직금 8천만원이 전부. 밭 한 필지를 샀고, 폐가를 구입해 집으로 개조했다. 고추, 고사리, 파, 토종벌을 기르는 소농이었고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그에게 농사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4년 동안 밭에서 살다시피 했어도 현상 유지는커녕 적자를 보기 일쑤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토종꿀 사업에 전력하기로 결심하고, 동네 후배에게 토종꿀 한 통을 얻어 2002년에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토종꿀은 봄부터 가을까지 꿀로 축적된 벌집을 서리가 내리는 10월 중순 손으로 뭉개 꿀을 짜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안 가는 것이 없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꿀을 채취할 수 없다.

강 회장도 처음 토종꿀 농사를 시작할 때는 실패를 맛봤다.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5년 동안 빛을 보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밭농사 실패경험을 토대로 토종꿀 농사는 처음부터 모든 과정을 노트에 필기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분봉은 언제 하는지, 벌 새끼는 언제 나오는지 년·월·일·시·분까지 모든 것을 기록하고 기술을 쌓았다.

지난 5년간 실패한 경험이 오히려 큰 자산이 되어 2006년 30군, 2007년 50군으로 늘린데 이어 2010년 100군 규모의 토종꿀 농사를 하게 됐다. 강 회장은 토종꿀 농사로 한해 2천50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토종꿀 농사가 대부분 부업인 점을 감안하면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그가 성공할 수 있던 비결에는 관심과 끈질긴 인내심도 있었지만 토종꿀 농가를 규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것도 큰 힘이 됐다.

지난 2007년 원주시 치악산토종꿀협의회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농가들을 찾아다니며 필요성을 설명하며 규합한 결과 원주시 각종 행사에 토종꿀을 내놓으며 홍보와 판매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알려진 덕분에 치악산토종꿀 수요자들이 전국에 있다.

강 회장은 "판로가 전혀 없어 얼굴에 철판을 깔고 홍보할 수밖에 없었지요. 토종꿀에 관심 있는 사람, 토종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전화번호를 기록하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분류돼 주로 재력 있는 분들이 찾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귀농을 결심하는 후배 귀농인들에게 강 회장은 목표와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표를 세우고 철저히 준비를 한 다음 결실을 볼 때까지 끈질기게 참고 기다리라는 것. 귀농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명확한 목표부터 세우라고 조언했다.

▲ 안효진 대표

안효진 대규모사과농장 대표

흥업면 대안2리에서 9천900㎡ 규모로 사과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안효진(68) 씨는 귀농 8년차다. 2010년부터 사과농사에 뛰어들어 내년이면 연소득 6천만원을 바라보는 유망한 사업가이기도 하다.

중견기업 부장급 연봉이 6천만~7천만원임을 감안하면 사과농사를 시작한지 3년만에 대박을 터트린 셈. 하지만 그에게도 쓰디쓴 실패의 과정이 있었다.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은 군 제대 후 노후걱정 때문이었다. 한 평생 군에서만 생활했던 그에게 남은 평생을 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전역 직전 흥업면 대안리에 9천900㎡의 땅을 구입할 수 있었고 제대 후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다. 복숭아 농사를 선택한 동기는 단순했다. 지금도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6시 내고향'에 복숭아로 성공한 농가가 나오자 그것에 매료돼 복숭아 농사를 시작했다.

안 씨는 "텔레비전에서 복숭아 생산하는 것을 보니까 별로 힘이 안 들 것 같고, 수익도 좋을 것 같아서 무작정 복숭아 농가를 찾아갔어요. 주인이 병충해도 안 걸리고, 복숭아가 쉽게 무르지도 않는다고 해서 이거다 싶었지요"라고 말했다.

복숭아 종자와 묘목을 가져와 밭에다 심었다. 남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으로 이어지길 기대했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복숭아가 무르고 병충해가 생겨 생산에 차질이 많았기 때문이다. 무서운 기세로 내리쬐는 뙤약볕도 안 씨를 지치게 했다. 결국 3년 만에 복숭아 농사를 접었다. 수 천만원의 사업비가 결실 없이 소진됐지만 안 씨는 포기하지 않고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 철저한 농사를 계획하게 된다.

안 씨는 "복숭아 농사를 실패하면서 궁리한 끝에 결국 내구성이 좋고 봄에 준비할 수 있는 사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라고 사과농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안 씨는 전국 팔도의 사과 농장을 견학했다. 울산, 밀양, 충주, 청주, 농촌진흥청 등 사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방문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런 노력 끝에 경북 경산에서 튼실하고 먹음직스런 사과품종을 발견하게 됐다.

주인의 허락을 얻어 묘목 한 그루를 가져와 원주시농업기술센터 담당자와 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과 농장 대표들에게 검증을 받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원주시가 주최하는 농업인대학에 참여해 지식을 습득했다. 지난 날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2년여를 준비했다.

준비과정도 그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지만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이웃 농가들의 도움이었다. 안 씨 사과농장 주변에 사과농사를 하고 있는 최홍규 씨와 한필호 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농사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함께 배운다. 특히 한필호 씨는 공무원 출신으로 안 씨가 원주시로부터 받고 있는 귀농 지원에 결정적인 멘토 역할을 해주었다.

안 씨는 "농업인대학에서 전문가의 이론 교육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노하우를 공유하며 배워가는 것 자체가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산교육입니다. 이웃 농가와 서로 의지하고 우애도 깊어져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또한 후배 귀농인들에게 "시골이라고 해서 무조건 인심좋고 풋풋한 것은 아닙니다. 성공적인 귀농의 첫걸음은 먼저 다가가 정을 나누고 인맥을 넓히는 것입니다"라고 조언했다.

▲ 정영애 대표

정영애 토담된장 대표

신림면 신림리에서 토담된장을 운영하는 정영애 씨는 지난 2003년 귀촌했다. 서울에서 개인사업과 꽃꽂이 강사를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다가 남편의 건강이 악화되자 귀촌을 결심했다.

처음 귀촌한 곳은 경남.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해 남편 건강을 되찾고, 화훼사업을 하기 위해 경남 시골을 찾았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그 후 된장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기 위해 전국을 누볐고 장고 끝에 원주를 선택하게 됐다.

정 대표는 "TV에서 보던 시골풍경과 실제는 매우 달라요. 어떻게 보면 도시 인심이 더 후한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 귀촌인들이 시골에 정착하면 막걸리라도 대접해 드리고 후한 인심으로 다가가는데 오히려 그런 것이 시골 분들한테는 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어 주민들과 담을 쌓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경남에서의 실패 원인은 시골 정서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골 사람들의 생활방식이나 문화, 경제 수단, 주민들과의 어울림 등을 이해하지 않고는 실패한다는 것. 정 대표는 고등어 한 손도 이웃과 나누며 퍼주는 것을 시골 생활이라고 생각했지만, 밭에서 생산되는 조그만 것 하나도 소득과 연계되기 때문에 아끼고 아끼는 것이 시골 정서라는 것.

그런 부분 때문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2002년 태풍 루사가 한반도에 상륙하면서 정 대표가 하던 화훼사업은 쑥대밭이 됐다. 정 대표는 "태풍을 정통으로 맞았지요. 하던 사업이 망하고 먹고 살 생각을 하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가족과 함께 전국을 돌아다녔는데 원주는 기후에 대한 피해가 없고, 장 사업을 하는데 교통이 편리하고, 특히 신림은 맑고 깨끗한 환경이라 자리를 잡았지요"라고 말했다.

원주로 올 때 수중에 있던 돈은 1천700만원이 전부. 하지만 지난 귀촌의 실패경험은 약이 됐다. 어렸을 때 사찰에서 장 만드는 법을 익힌 터라 된장 사업을 가족 생계수단으로 결정했고 그에 따른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했다. 장을 만드는 철학도 있었다.

2006년 농촌진흥청이 주관한 제3회 전통생활기술공모전 선물용 농산가공품 분야에서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친환경 먹거리에 대한 그녀의 철학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대상 수상 후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체험 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고, 연간 전국에서 1천명 이상의 체험객이 몰리고 있다.

이에 따라 한 해에 수 천만원의 매출이 발생하고 있으며, 현재는 귀농·귀촌 경험을 전달하는 선각자 역할을 수행한다. 정 대표는 후배 귀촌인들에게 "하고 있는 일이 힘들다고 섣부르게 때려치우고 시골 가자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마세요. 시골에 갈 생각이라면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어디에 자리를 잡을 것인지 명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살 시골에 대해 아는 것도 중요하고, 처음 시작할 때는 도시 언저리에 직장을 잡고 출퇴근하며 적응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성공한 귀촌 사례보다 실패한 사례를 찾아보고 어떤 점을 대비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도 현명한 귀촌 준비의 한 방법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최다니엘 기자  nice4sh@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