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원주시가 대표음식 메뉴개발 연구용역 보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2월 시민공모를 통해 선정한 대표음식 5가지(치악산한우, 큰송이버섯, 뽕잎, 원주기밥, 두부)를 소재로 12가지 음식을 개발해 시식회를 가진 것이다. 연구용역은 한국 외식메뉴 개발연구소에서 맡았다. 원주시는 이번 시식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한 후 내부 검토를 거쳐 대표음식을 선정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대표음식은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만 주민들의 자긍심 제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대표음식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의외로 높다. 시민들은 외지에 가거나 외지에서 손님이 왔을 때 "원주는 뭐가 유명해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딱히 내세울 게 없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춘천막국수와 닭갈비는 외지 사람들이 먼저 알고 얘기하는 정도다. 막국수와 닭갈비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원주시는 10여년 전부터 대표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렸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3년에는 원주가 뿌리인 고구마를 소재로 고구마 냉면을 개발했지만 실패했고, 2004년에는 추어탕을 원주향토전통음식으로 지정해 행정지원을 하고 있지만 대중화하지는 못한 상태다. 이에 지난해부터 새로운 대표음식을 찾기 위해 시민공모를 실시했고 이번엔 시식회를 가졌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을 인위적으로 개발해 대중화시키고 이를 지역의 문화상품화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치단체가 대표음식을 개발해 성공한 사례가 없는 것도 부담이다. 이렇다보니 대표음식 개발은 원주시 입장에서 보면 '뜨거운 감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10년 동안 세번째 도전이다. 고구마냉면처럼 시작도 못해보고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진행과정을 보면 걱정된다. 시식회 참석자가 시의원과 공무원, 일부 사회단체장 정도였기 때문이다. 고구마 냉면을 대표음식으로 선정할 당시에도 그랬다. 대표음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음식업 종사자들이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음식을 선정해도 이들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때문에 음식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시식회를 열어 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야 한다. 고구마냉면도 이들이 외면했기 때문에 진척시키지 못한 것이다.

또한 대표음식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선정보다 중요한 것이 사후관리다. 선정된 음식을 스토리텔링을 통해 원주와 접목시키는 작업, 대중 홍보, 음식점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등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관심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향토음식으로 이름을 떨치는 음식들 대부분은 맛보다도 지역문화와 접목돼 하나의 관광상품화 되어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