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동부프로미 사령탑 강동희 감독은 그동안 팀 성적에 비해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그리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2년간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지만 앞서 3차례의 챔피언 등극을 추억하는 팬들에게는 아쉽기만 했다. 특히 치악산 호랑이라 불린 전임 전창진 감독의 그늘은 컸다. 지난해 원주동부가 정규리그에서 역대최소 실점 신기록을 수립했을 때는 '전 감독이 만들어 놓은 수비전술 덕'이라거나 연승을 달릴 때도 '김주성이라는 걸출한 스타덕을 본다'는 이야기가 뒤따랐다.

강 감독으로서는 억울할만 했지만 전통의 명문팀을 이끌게 된 초보 감독, 미천한 경력의 지도자가 거쳐야 할 성장통쯤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올해는 그런 이야기들이 쑥 들어갔다. 동부는 지난 8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SK와 가진 경기에서 승리하며 24경기 만에 20승(4패) 고지를 밟았다.

1997년 프로농구 출범 이후 역대 최단 기간 20승이다. 이 기록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동부는 2007~2008시즌 25경기만에 20승을 올리고 그해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1999~2000시즌 SK와 2000~2001시즌 삼성도 같은 기록을 세우며 우승까지 기세를 이어나갔다. 올해 동부의 우승이 쉽게 점쳐지는 부분이다.

올 시즌 강 감독은 번뜩이는 용병술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가 하면, 팀의 강점인 수비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켰다. 지난시즌과 확연하게 다른 플레이를 펼치는 박지현·윤호영 등의 능력을 최대화시킨 것도 그다. 지난시즌과 비교해 특별한 전력보강이 없는 동부가 올해 리그 정상을 질주하고 있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