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첫째 조원희, 조성택 씨, 부인 진경숙 씨 둘째 세희, 넷째 환희, 셋째 민희.

"한번 완주할 때마다 아이들이  성숙해지고 자부심도 느낍니다.
 아이들과 대화가 많아져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되죠"

"목적지를 정하고 도보여행을 완주하고 나면 그 아이는 극한을 넘나드는 경험을 스스로 체득했기 때문에 많이 성숙해집니다. 한번 완주를 해 내고 나면 아이들 스스로 자부심이 커지고 제 자신도 아이들과 대화가 많아져 서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중앙동에서 백두산약국을 운영하는 조성택(45) 씨는 모두 4명의 아들을 두고 있는데 첫째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에 원주에서 춘천까지 도보여행을 시작으로 매년 여름휴가마다 아이들과 함께 도보로 전국을 일주해 오고 있다.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 첫째는 벌써 도보여행만 7번째. 첫해 춘천을 다녀오는 것을 시작으로 강릉과 속초까지 매년 코스를 달리해 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조 씨가 도보여행을 시작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는 약국을 운영하면서 부터였다.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약국에서 일하지만 중요한 결정을 못내리고 우왕좌왕하는 직원을 여러명 보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많은걸 배우고 사회에 나왔지만 마마보이 비슷한 직원들을 보면서 사람이 극한을 경험해 보고 이겨보는 기회를 마련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도보여행을 생각했습니다."

한때 몸무게가 108kg에 이를 정도로 비만한 몸매였던 조 씨는 부모와 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등지면서 운동의 중요성을 절감했고 걷기운동과 마라톤을 병행해 왔다. 하지만 주말에 주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자주 참여하면서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자 마라톤은 포기한 상태다.

매년 여름방학마다 걷기 시작하다 보니 이제는 강원도내 길은 모두 섭렵했다. 올해는 4명의 아이들 가운데 막내까지 합류하면서 5부자가 모두 여름 도보여행을 함께 하게 된다. 막내는 그동안 형들의 도보여행 이야기를 들어, 이번 여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한다.

조 씨는 도보여행에서 가장 위험한 구간을 터널로 꼽았다. 터널내부는 일반 도로보다 어둡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커서 겁을 내는 경우가 많은데 터널에 들어가기 전에 모여 기도를 한뒤 마음을 다잡고 서로를 다독이며 통과를 한다. "하루에 많이 걸을때는 40km 이상 걷습니다. 아이들이다 보니 많이 지치는데 저녁에는 PC방이라든지 찜질방을 보내줘서 스트레스를 풀게 해주곤 합니다."

조 씨의 도보여행이 아이들의 극기 훈련에 도움이 된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주변 지인들도 많이 동참하고 있다. 올해는 조성택씨 가족 이외에도 7명이 동참했다. "도보여행을 하다 보면 의외로 저희와 비슷한 팀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매년 한팀 이상씩을 만나왔는데요.

서울에서 속초까지 자전거 여행을 하는 커플도 만나봤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도보여행을 떠난 가족도 만나봤습니다. 같이 여행하는 팀을 만나면 정보도 공유하고 먹을거리를 나누기도 하는데 한번 여행을 마치고 나면 끈끈한 유대감은 물론 자부심도 엄청 큽니다."

올해는 1일부터 6일까지 걸을 예정으로 처음 강원도 땅을 벗어나 대구까지 완주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내년에는 대구에서 부산, 후년에는 전라도까지 넘어갈 생각을 갖고 있다.

"앞으로 국내 코스를 모두 섭렵하고 나면 국외로 눈을 돌릴 생각입니다. 가깝게는 중국을 염두해 두고 있는데요. 북경에서 홍콩까지 자전거 여행이 있다는데 3개월 코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한달씩 나눠 3년간 가볼까하는데 아이들만 동의한다면 흔쾌히 나설 계획입니다."

조 씨에게 꿈이 있다면 자녀들이 성장해 결혼을 하게 되면 손자 손녀들도 걷기에 동참해 3대가 함께 걷는 것이다.

"아이들이 도보여행을 하고 겉으로는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보이지만 아이들이 혼자 할 수 밖에 없다고 수긍하면 성인과 똑같은 괴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매년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자 긍지입니다. 이런 경험을 제 아이들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그 다음 세대까지 전해졌으면 합니다."

가족은 북원여고 총동문회장으로 활동하며 정문약국을 운영하는 진경숙(45) 씨와 4남. 

이혜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