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농업기술센터는 양돈농가의 과밀사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출하 적정체중인 110㎏이 넘는 비육돈의 살처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제역 발생으로 경계지역에 대한 가축이동제한 조치가 장기화되면서 수매가 미뤄지자 양돈농가에서 살처분을 요청하고 있다고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전했다.

설을 앞두고 소는 지난 25일부터 31일까지 매일 20두씩 모두 120두를 도축하기로 하면서 다소나마 숨통이 틔였다. 소는 1차 백신 최종 접종일이 지난 8일이었기 때문에 최종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함에 따라 도축이 가능했다. 소는 2월 7일부터 10일까지 2차 백신접종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돼지는 백신 최종접종이 지난 17일이어서 수매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추가로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수매 일정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게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12월 23일 문막읍 취병리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이후 돼지의 경우에는 한 달 넘게 출하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양돈농가에서는 사료값 부담으로 인한 경영압박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과체중 돼지가 급속히 증가하고, 사육밀도가 높아지는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게다가 과밀사육에 따른 구제역의 2차 발생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설 명절을 겨냥해 출하할 예정이었으나 수매가 실시되지 않아 농가들은 경영압박으로 인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출하 적정체중인 110㎏을 넘기게 되면 오히려 값이 떨어지기 때문에 농가에서 살처분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동제한기간이 30일을 넘어도 수매가 개시되지 않은 지역에 한해 살처분 및 보상금 지급이 가능하다는 지침을 통보했다. 살처분 대상은 이동제한 해제 예정일에 6개월령 이상이 되면서 예상체중이 110㎏ 이상인 비육돈이다. 가축방역관이 과체중 및 과밀사육으로 질병발생 및 전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살처분이 가능하다. 관내 양돈농가는 60여호이며, 모두 6만5천5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구제역 전파경로 역학조사 결과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구제역 확산원인 및 지역별 전파경로에 관한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원주는 사료차량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으로 추정됐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역학조사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경북 안동에서 최초 발생해 경기 북부를 거쳐 강원도에 전파됐다.

경기 북부지역의 구제역 발생농가와 동일한 사료를 사용한 사료차량에 의해 화천지역으로 전파된 것으로 역학조사 결과 추정된 것. 또한 도내 여러 시군으로 구제역이 전파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횡성에 있는 공장에서 제조된 사료의 배송차량에 의한 전파로 추정됐다.

특히 원주, 횡성, 홍천지역 양돈농장들은 상호 위탁농장을 운영하고 있어 서로 질병이 전파됐을 가능성이 높다. 원주의 양돈농장에서 사용한 사료와 동일한 사료를 사용했던 양양의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됨으로서 사료차량에 의한 전파로 추정할 수 있다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설명했다.

원주에 전파된 구제역 바이러스는 같은 생활권인 여주·이천 등 경기 남부지역으로 전파됐으며, 경기 남부의 구제역은 여주·이천과 가까운 충주 등 충청권으로 옮겨졌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