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마감과 더불어 망년회, 송년회로 지인들과의 모임이 잦아지면서 피할 수 없이 맞이하게 되는 것이 술이다. 그런데 술 소비량이 지금보다 비교 할 수 없이 적었던 예전임에도 옛사람들의 술에 대한 경계(警戒)는 지극히 깊었던 것 같다.

주정꾼을 가리켜 '후(?)'라고 한 것은 그 흉덕(凶德-흉악한 행실)을 경계함이고, '주(舟)'를 술그릇으로 받치는 쟁반으로 풀이한 것은 배가 없어질 듯 술에 빠질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잔 배(盃)는 풀이하면 불명(不皿-가득 채우지 말라)이라 하였으며, 술잔 치(?)는 위(危-위태하다)자와 비슷하고, 창(戈) 두 개가 그릇(皿) 위에 올려지면 '술잔(盞)'이 되지만 창 둘이 서로 다툴 수 있음을 경계한 것이다.

술 유(酉)부에 졸(卒-죽다)을 취하면 '취할 취(醉)'가 되어 왠지 섬뜩하지만, 생(生-살다)을 취하면 술 깰 '성(醒)'자가 된다.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것이 옛 사람보다 더하면서, 옛 사람들이 경계(警戒)로 남긴 뜻에는 깜깜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올 연말에는 술을 보면 옛 사람들이 글자 지은 뜻을 생각하고, 다시 옛 사람들이 만든 '술그릇의 이름'들을 돌아 볼 일이다.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