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전통축제 '시제(時祭)' 가 있는 날은 먹을것이 드물던 시절 종이에 한 봉지 싸오시는 '봉개'속의 떡이 우리 형제들에게 귀한 간식이었던 기억이 있다. 동네에서 꽤나 잘 살고 예전에 높은 벼슬했던 집안의 종중산에서 이맘 때 쯤(음력 10월 1일 전후) 열리는 시제를 온 동네 사람들이 구경하던 풍경이 떠오른다.

문헌에서는 기제사와 달리 시제는 정제(正祭)라고 불렀고, 제사 중 가장 으뜸이며 표상이었다. 또 일종의 축제와 같은 것으로서 제사를 마친 후에 친지와 이웃을 초청해 술과 음식을 대접하는 잔치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농경사회가 산업화 시대에 밀려나면서 이 아름답던 전통 축제까지 함께 외면당하고 있다. 예전처럼 주구경꾼도 마을사람도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웃 분들이 아침 일찍부터 주변에 모여 점심식사까지 대접을 받고 갔었다"고 한다. 이제는 "시제가 끝나면 음식을 동네 경로당과 어르신이 계시는 집에 일일이 찾아 전해드린다"고 한다.

추수가 끝나고 햇곡식으로 떡과 반찬을 푸짐하게 만들어 친지들과 이웃이 함께 모여 한 해의 고달픔과 풍년을 기원하던 아름답던 옛 풍습은 농업의 쇠퇴와 함께 점점 보기 어렵다.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살림형편이 나아짐에 따라 시제는 마을 축제에서 집안행사에 그친다.

상업성 축제가 넘쳐나는 요즘 이런 전통축제를 아끼고 계승하는 모습이 아쉽다. 진정한 전통은 살려 나가야 한다. 그래서 정신적인 에너지와 미래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시제가 우리에게 전하는 전통과 문화를 잘 가꾸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