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에다 쌀값이 폭락하면서 농심(農心)이 시퍼렇게 멍들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원주의 쌀 생산량은 1만8천170톤으로, 전년도 생산량(2만1천103톤)과 비교해 13.9% 감소했다. 10a당 수량도 지난해 505㎏에서 443㎏으로 줄었다. 벼 이삭이 패는 시기에 잦은 비로 쭉정이가 생겼고, 낟알이 영그는 시기에도 비오는 날이 많아 충실하게 영글지 못했으며, 특히 원주는 태풍 곤파스로 인한 도복 피해가 컸다.

이에 따라 문막·원주·소초농협과 호저농산은 조곡 1만3천600여톤을 수매하는데 그쳤다. 작년에는 1만6천600톤을 수매했었다. 문막농협은 7천700여톤을 매입할 계획이었으나 6천200여톤에 머물렀고, 3천200톤을 매입하려던 원주농협도 2천500여톤에 그쳤다. 호저농산 역시 900톤 부족한 4천200톤, 소초농협도 1천톤을 계획했으나 700여톤을 수매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게다가 벼 품질이 떨어져 수매가가 하락했다. 추청벼 특등의 경우 조곡 한 포대(40㎏)에 문막농협은 작년대비 3천원 떨어진 5만400원, 원주농협은 2천원 하락한 5만2천원에 매입했다.

한국농업경영인 원주시연합회 신기영 회장은 "흉년에다 쌀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농민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신기영 회장은 "경상남·북도에서는 쌀값 보전을 위해 광역자치단체에서 지원대책을 마련했다"면서 "원주시가 지원하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강원도가 지원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경상남·북도는 1㏊당 지원되는 논농업직불금 70만원에 도비 20만원을 보탠 90만원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는 수매량 감소에 따라 물량 조절에 나서기로 했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내년 햅쌀이 나오기 전까지 기존 거래처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수매했던 원주쌀 토토미는 지난달 말로 전량 판매했다. 지난 8월까지만 하더라도 전년도와 비교해 재고물량이 더 많이 남았었다. 이에 원주시농업기술센터는 전 공무원을 동원해 토토미 소비촉진운동을 전개했다. 공무원들이 관내 6천여개 식당을 모두 방문해 토토미 사용여부를 확인하고, 토토미를 쓸 것을 요청한 것. 이같은 노력으로 약 500개 식당에서 신규로 토토미를 주문하면서 재고를 모두 털 수 있었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