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센터 법인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

"상을 준다고 할 때가 가장 당혹스럽다"며 말문을 연 원주시자원봉사센터 김대호(74) 센터장. 지난 7일부터 3일간 열린 제5회 사회복지전국대회에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유공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영 민망하다고 말한다.

"내가 한 일을 내가 너무 잘 아는데 그렇게 상을 받을 만한 일을 하지 않았다"며 "정말 현장에서 부딪혀가며 사회봉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상이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2008년 원주시자원봉사센터가 전국 최우수센터로 선정되면서 심사평가기준에 맞춰 실적위주로 센터가 운영되는 일이 없도록 늘 실무진에 주문하고 있다.

30년간 대학교수, 8년 동안 원주전문대 학장으로 교육현장에서 보낸 세월이 만만치 않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본인이 어려운 시절에 받았던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은 생각을 늘 마음속에 갖고 있다가 정년퇴임을 하면서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사회복지협의회 회장에 이어 지난 2002년부터 자원봉사센터를 맡아 무보수로 활동하면서 원주시 자원봉사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지속적으로 자원봉사 배가운동을 추진해 자원봉사자 등록자가 지난 2009년 9월 3만 명을 돌파했고 지도자 자원봉사활동, 청소년 자원봉사캠프 등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일했다. 그 성과로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자원봉사 프로그램 평가에서 '청소년과 함께 하는 깨끗하고 푸른 원주 만들기'가 전국 333개 프로그램 중 우수 프로그램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 4월부터는 1천 가족 참여를 목표로 가족봉사운동을 시작해 현재 780여 가족이 참여하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김 센터장은 "가족봉사활동이 시작돼 개인적으로도 기분이 좋다"며 "기성세대에게 변화를 요구하면 잘 먹히지 않지만 어린아이들은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순수함이 있어 어린시절부터 봉사활동에 참여해 그것이 몸에 배도록 해 준다면 더 좋은 교육은 없다"고 가족자원봉사를 적극 권했다.

실제로 김 센터장 아들은 본인의 어린 아들 이름으로 후원금 통장을 만들어 놓고 꾸준히 후원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는 일부러 교육하지 않아도 사회봉사를 자연스런 생활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이렇게 후원과 봉사를 함께하는 자원봉사 가족이 늘어날수록 자원봉사가 제대로 꽃피우게 될 것이라는 것이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또 "학교에서 하는, 시간 때우기 식의 형식적인 자원봉사는 오히려 자원봉사에 대한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자원봉사센터 법인화를 앞으로 꼭 이뤄야 할 과제라면서 "설립자인 시장 명의로 돼 있다 보니 후원회를 만들거나 후원금을 받을 수도 없는데다 공무원들 손에 좌지우지 되는 것은 독자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활동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했다. 또 "기초단체장이 바뀔 때 마다 센터 존폐여부를 걱정해야하는 현실은 직원들이 마음 놓고 사업을 펼치거나 일에 전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는 공간과 시설 확보이다. 평소 업무를 볼 때는 상관없지만 태안기름유출사고와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타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오면 감당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고 한다. 김 센터장은 무엇보다 자원봉사를 창의적 프로그램으로 이끌어 가는 도시를 만들어 타 지역에서 본받아 갈 수 있을 정도의 수준으로 올려놓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염색하지 않은 자연인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 있는 백발의 김 센터장은 "퇴직 후 무료한 노후를 보내지 않고 일을 하면서 활기를 찾을 수 있어 큰 복을 받은 것"이라며 "힘든 일도 있지만 그것은 잠시고 일하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와 함께 비중을 갖고 진행하는 일 중 하나는 운곡학회가 도약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 그 일환으로, 할수만 있다면 내년쯤 중국과 일본 등 한자 문화권 국가를 대상으로 국제학술대회를 열었으면 한다. 그래서 원주 문화와 얼을 후손들이 제대로 이어받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하나 김 센터장의 간절한 바람은 긴 세월동안 분쟁을 하면서 지역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상지대가 빠른 시일안에 정상화 돼 학생들이 면학 분위기를 되찾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상지대와 관련된 사람들 뿐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한 시간 가량 대화를 나누며 원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삶에 대한 감사가 마음에 가득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