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창공 '짜릿한 자유' 만끽

유유히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하는 상상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그렇게 상상만 하다가 깨어나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나래를 펴고 창공을 날며 짜릿한 자유를 피부로 맛보는 사람들이 있다. '솔개패러글라이딩클럽(회장: 최계숙)' 회원 30여 명은 활공장 하나 갖춰져 있지 않은 원주에서 20년을 넘게 비상하고 있다.

패러글라이딩 마니아들의 모임인 '솔개'는 작년 10월 20주년을 맞이했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동호회다보니 실력도 대부분 수준급이다. 최근 합류한 몇몇 회원만 제외하고 모두 자격증을 취득해 하늘을 날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체계적인 가르침으로 지도해 준다. 활공장이 없어 비행을 할 때마다 단양, 평창, 영월, 제천 등 활공장이 갖춰진 도시로  떠나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그 지역 사람들이 오히려 비행방법을 배우기 위해 솔개 동호회 문을 두드리는 실정.

제천 청풍호벚꽃축제나 영월동강축제와 같은 지역 축제가 열리면 패러글라이딩 대회를 열어 축제장을 찾은 축제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럴 때 초청되면 멋지게 하늘을 난 대가로 큰 박수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주에서 비행을 하려면 20㎏정도의 장비를 매고 1시간40분을 치악산으로 올라가야 한다. 물론 국립공원인 치악산에 활공장이 있을 리 없지만 원주의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그 어느 도시와 견줄 수 없다고 이들은 한목소리로 얘기한다.

비행기는 아니지만 어쨌든 하늘을 나는 기구를 다뤄야 하는 레저스포츠이기 때문에 충분한 교육과 연습을 통해 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 모든 과정을 굳이 외부에서 교관을 초빙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여성이지만 전국 어떤 대회에 참석하더라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베테랑 선수다.

비행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그날의 날씨다. 또 안전사고에 대비해 장비도 점검해야 하고 장소도 물색해야 한다. 이렇게 비행의 전반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진두지휘하는 사람은 바로 권영도(47) 팀장이다. 권 팀장은 "지금까지 큰 사고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방심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점검만 철저히 하면 안전하게 비행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신홍균(46) 씨는 초보자가 혼자서도 능숙하게 비행을 마칠 수 있을 때까지 수준에 맞는 단계적 비행훈련을 시키는 비행교관이다. 신 교관은 "아무래도 위험 요소가 있기 때문에 충분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처녀비행을 하게 되면 무전기를 통해 일일이 장비 다루는 방법을 안내하고 무사히 착지할 수 있을 때까지 긴장을 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날씨가 좋지 않은 주말이나 겨울에는 주로 로아노크광장에서 지상 훈련을 한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등산, 헬스, 수영 등 자신에게 맞는 운동으로 평소 몸관리도 해야 한다. 어쩌면 자기관리에 철저한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들은 부지런하다. 그럼에도 가정에도 소홀할 수 없다. 가정을 외면하면서 하는 일은 그 어떤 취미라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원칙아래 될 수 있으면 가족을 동반한다. 2인이 함께 탈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 가족도 함께 하늘을 날고 착지 지점이 소풍장소이다. 대부분 공기 좋고 물 맑은 곳이 비행 장소이다 보니 가족도 즐겁기는 마찬가지.

이들이 모여 비행 얘기를 하면 3박4일도 부족하다. 하늘에서 만나는 그들만의 세계를 하늘을 날지 않은 사람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우리 지역에 활공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며 "전국대회를 열 수 있을 정도의 활공장을 갖춘 단양이나 춘천이 부럽다"고 말했다.  임춘희 기자

	▲ 원주 솔개패러글라이딩 클럽 회원들과 비행 모습.
▲지상훈련하는 모습

 ◇회원명단: 김영호, 최계숙, 김태윤, 김기현, 오도엽, 김창기, 이교일, 김종남, 권영도, 신홍균, 유영구, 박재선, 황홍규, 이상혁, 최정호, 이승호, 박준표, 전인흥, 박병석, 이덕호, 곽노경, 손미자, 최종대, 현상도, 유성원, 김정진, 이상훈, 이미경, 최준철, 윤소영, 장숙희, 임강희, 유현덕, 고영선, 최노영, 이영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