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여고·삼양식품 급식소 등에서 지역농협간 맞붙어
시청 구내식당 상(上)품 납품가, 최고 1만원 차이 발생

A농협은 원주여고 급식소에 납품하던 원주쌀토토미 가격을 지난달 1천원 인하했다. 20㎏ 1포당 3만8천원에 납품하다 3만7천원으로 낮춘 것. B농협이 원주여고에 3만6천원을 제안하자 어쩔 수 없이 A농협도 납품가를 내리게 됐다. 작년 1년간 원주여고에 1천465포를 납품한 A농협은 납품가 인하에 따라 연간 146만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하게 됐다.

A농협에서 포당 3만9천원씩 연간 1천포 가량을 납품하던 삼양식품 원주·문막공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경우가 발생했다. B농협이 삼양식품 측에 3만6천원을 제안하면서 A농협도 3천원 낮춘 3만6천원에 납품하게 돼 연간 300만원의 손해를 보게 됐다.

A농협 한 관계자는 "이외에도 숱한 거래처에서 이같은 문제가 벌어져 하는 수 없이 납품가를 낮추고 있다"면서 "뻔히 아는 처지다보니 드러내놓고 말할 입장도 못된다"고 하소연했다.

C농협은 시중에서 5만원에 판매되는 토토미 상(上)품을 3만9천원에 납품하겠다는 제안서를 내기도 했다. 원주시가 시청 구내식당에서 사용할 토토미를 지역농협을 대상으로 공모한 결과 이같은 제안서를 낸 것. 반면 A농협은 4만9천원을 제시하며 1만원의 차이가 났다. 워낙 차이가 크자 원주시는 시중가대로 지불하기로 하고 지역농협 별로 2개월씩 돌아가면서 납품받기로 했다.
　
최대 피해자는 농민

쌀 재고가 우려되자 지역농협 간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면 반가운 일이지만 농민들은 토토미가 저가미로 오해받을 소지가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한국농업경영인 원주시연합회 신기영 회장은 "농협이 이익창출을 위해 가격경쟁을 하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최대 피해자는 농민"이라며 "수매가 하락은 물론 토토미의 브랜드 가치도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납품가가 떨어지면 적자가 발생하고, 이는 곧 올 가을 수매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신 회장은 "원주시민들이 토토미만 먹는다면 오히려 물량이 부족해 이같은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면서 "도농복합도시답게 농촌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쌀전업농 원주시연합회 김인식 회장은 "쌀 재고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면서 "시장님 초도순시 때 이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토토미의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미질에 관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지역농협, 농민, 원주시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해 토토미 가격이나 기준에 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문막농협·호저농산, 미곡처리장 통합 동의

지난해 원주시는 원주쌀토토미 명품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토토미 가격 일원화를 추진했다. 지역농협 하나로마트나 하나로클럽에서 판매하는 토토미 가격이 왜 모두 다르냐는 소비자들의 민원 때문이었다. 그러나 담합 논란에 휩싸이며 결국 일원화를 포기하고 말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원주시농업기술센터 한 관계자는 "국가기관의 결정이라 받아들였지만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면서 "지역농협 및 농민들과 상의해 내린 결정이어서 법을 위반한 건 아니라는 소신을 지금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근본적 해결은 도정공장을 통합해 출고가를 일원화 하는 것"이라며 "문막농협 미곡종합처리장과 호저농산은 각각 면담한 결과 큰 틀에서의 통합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관내에는 이외에 원주농협 양곡처리장까지 3개의 도정공장이 있다. 그러나 원주농협 양곡처리장의 경우 12억원을 들여 설치한 지 1년 밖에 지나지 않아 통합얘기를 꺼내기가 곤란한 상황이다.

원주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도정공장을 통합해 연합사업단 형태로 운영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토토미의 품질 균일화는 도정공장 통합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지역별 RPC 통합을 권장하고 있다. 농협RPC(문막농협 미곡종합처리장)와 비RPC(원주농협 양곡처리장)가 통합할 경우 농협RPC는 5억원, 비RPC는 1억원을 5년간 무이자로 융자받을 수 있다. 농협RPC와 개인RPC(호저농산)를 통합하면 개소당 10억원을 융자한다.

 이밖에도 건조·저장시설 지원사업으로 9억원, 고품질쌀 브랜드 육성사업으로 개소당 22억원, 고품질쌀 최적경영체 육성사업으로 개소당 3억원을 지원하며 통합을 장려하고 있다.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