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식 이정희 코치 부부.

  "말보다는 마음으로 많이 힘을 줘요."
  같은 길을 걷는 부부는 서로를 좀 더 알고 보듬어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전국최강 원주역도. 그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 중 어느 것 하나 딱 집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역도인들은 치악중부터 원주고와 원주여고, 시청 실업팀까지 이어지는 완벽한 계열화를 첫 손에 꼽는다.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선수들의 그림자가 돼 땀 흘리고 있는 지도자들이야말로 원주역도의 '보이지 않는 힘'이라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원주고와 원주여고 역도부를 지도하고 있는 박근식(33)·이정희(28) 코치는 원주역도를 위해 부부가 함께 인생을 건 경우다. 이들부부가 지도하고 있는 원주고와 원주여고 역도부는 지난달 열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합작하며 강원도역도가 종목 17회 우승과 7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2001년 치악중 코치와 원주시청 선수로 만나 사랑을 키워온 두 사람이 바벨대신 사랑을 들어올린 것은 지난 2005년. 결혼 후에도 야구장 스탠드 밑 역도장 좁은 공간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려 온 이들은 지난 2006년 아내 이 코치가 10년간의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원주여중 코치로 변신하면서 부부 지도자 1호가 됐다. 역도계에도 부부의 연을 맺은 이들은 더러 있지만 부부 지도자가 탄생한 것은 당시 이들 부부가 처음이다.   

　학성중과 문막실고, 단국대에서 바벨을 잡은 박 코치는 대학을 졸업한 지난 2001년 귀향, 선수시절 못다 이룬 꿈을 제자들을 통해 완성하고 있다. 고향 후배들에게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지도를 하고 싶어 단국대교육대학원에 진학, 2005년에는 체육교육학 석사학위도 취득했다.

　선수시절 성적으로만 따지면 이 코치가 남편 박 코치보다 화려하다. 이 코치는 북원여중과 원주공고를 거쳐 원주시청과 경북개발공사에서 활약하며 2001년과 2004년 전국춘계여자역도대회와 전국실업역도선수권대회 등을 석권한 인물이다. 2006년 어깨부상 후유증으로 아쉽게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지만 10년 가까이 54㎏급 국내 정상을 지켰다.

　신경 쓸 것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직업이지만 부부가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겐 큰 힘이 된다. "말보다는 마음으로 많이 힘을 줘요." 같은 길을 걷는 부부는 서로를 좀 더 알고 보듬어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한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속속들이 모든 것을 알다보니 남들 다 챙긴다는 비자금은 엄두도 못내고, 대회출전과 전지훈련 등으로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 아직 어린 아들 시환이의 양육도 걱정거리다. 아이를 정 맡길 곳이 없을 땐 대회장까지 동행하는 일도 많다. 이제 겨우 3살이지만 역도장에서 바벨을 가지고 놀길 즐겨,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10년 후 한국역도계의 기둥이 될 것"이라며 부러워 한단다.

　서로를 "선수들이 믿고 편히 의지할 수 있는 지도자"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책임감이 강한 지도자"라고 인정하는 이들 부부는 훈련장에서는 든든한 동료이자 최고의 조력자면서 가정에서는 양성평등을 실천하는 잉꼬부부다.

　"전 밥만 해요. 빨래며 청소는 시환 아빠가 도맡다시피 하죠. 점수로 치면 100점이에요. 친정에서도 박 서방이라면 최고지요." 아내의 칭찬에 단박 화답이 뒤따른다. "집사람은 소문난 효녀에요. 이 사람을 선택한 것도 그런 점에 반했기 때문입니다." 너무한다 싶은지 하도 붙어다녀 싸우는 일도 많다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 부부의 얼굴이 행복으로 가득하다. 부부는 닮는다고 했던가? 아무리 힘들어도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넉넉한 마음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이들부부는 닮아도 많이 닮았다.

　"하고싶은 일도 이루고 싶은 일도 많지만 당장은 현재에 충실하면서 훌륭한 재목들을 잘 길러내고 싶다"는 이들은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보다 아이들 내면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

　기술을 전수하는 것보다 선수들의 어려움을 파악하고 함께 고민하고 맘 편히 운동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들 부부의 지도철학이야 말로 원주역도의 오늘을 있게한 자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