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시의회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각종 불합리한 조례를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책형성 기능을 하는 조례가 예산확보를 통해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요구된다. 사진은 특별위원회가 각 실과소별로 정비대상 조례를 분류해 놓은 모습

'특별한 상황' 위한 '특별조례' 다양하게 분화

지난 9월 제133회 임시회에는 기존의 조례안과는 다소 성격을 달리하는 조례안이 상정된 바 있다. 이준희·김동희 의원이 발의한 '원주시 저소득 농업인 및 상공인 특별지원 조례안'. 조례안의 핵심은 저소득 농업인·상공인이 사용하는 원자재의 월 단위 가격 변동률이 20% 이상 연속해 2개월 이상 지속하면 원주시가 14일 이내에 저소득 농·상공인에 대한 행정·재정적인 지원을 위해 특별지원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적용되는 조례가 아니라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 적용하는 조례이다.

특별법은 특정의 사람·사물·행위 또는 지역에 국한해 적용되는 법을 말하며 일반법보다 우선한다. 특별조례 역시 같은 맥락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소득 농업인·상공인 특별지원 조례안도 특정한 계층에만 적용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특별한 상황발생'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특별'이라는 것에 '특별한 상황과 특정 계층'의 내용을 동시에 담은 것이다. 특히 이 조례는 상황이 발생하면 특정한 계층과 관련한 여타의 조례를 개정해 추가로 지원할 수 있게끔 하고 있어 일반 조례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저소득 농업인과 상공인의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논란에 휩싸여 계류되기는 했지만 원주시의회 조례 입법사에서 처음 등장한 의미있는 조례안이다.

'특별한 상황'이거나 '특별한 상황을 예측'하거나

'특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원주 혁신 및 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 역시 특별조례의 성격을 띄고 있다. 특별한 상황에 놓인 특정지역 주민에게 기존 법 또는 조례가 담고있는 지원 범위와 규모에 지원 내용을 추가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장만복 의원이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원주시 원도심 활성화 사업 지원 조례안'도 이와 같은 성격을 띄고 있다. 공동화 현상이 심각해 개발을 촉진할 필요가 있는 지역을 '원도심 권역'으로 정해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두 조례와 저소득 농업인·상공인 특별지원 조례안은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와 원도심 활성화 지원조례가 '특별상황에 놓인 특정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조례라면 저소득 농업인·상공인 특별지원 조례는 '특별상황 발생을 예측해, 이 상황이 도래하면 그 상황에 처한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한 상황이 발생해야만 주민은 권리가 생기고 시나 의회는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다.

홍성군은 지난 4월 24일 '홍성군 도청 이전지역 이주 저소득 주민 전세자금 지원 특별조례'를 공포했는데, 이 또한 '특정상황에 놓인 특정지역 주민'을 지원하는, 혁신·기업도시 편입지역 주민지원 조례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절차 간소화나 특례를 위한 특별조례

경상남도는 지난 7월 재정조기 집행 종합평가에서 전국 16개 광역단치 가운데 최우수를 차지했다. 인건비와 기본경비 등을 제외한 올해 총예산 5조2천억여원 중에서 3조1천200억여원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목표를 세웠는데 126%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요인은 조례 덕분. 경남도는 올해 1월 '경상남도 경제난 극복을 위한 재정 조기집행 특별조례'를 제정·시행했다. 재정조기집행을 위해 각종 절차 간소화에 필요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공무원의 적극적인 업무추진에 필요한 사항 등을 담았다. 계약심사 제외사업, 계약심사 절차 간소화, 공사의 분할계약, 수의계약 확대, 계약심의위원회 심의 생략, 긴급입찰 공고 등의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 조례는 원주시·홍성군에서 제정하거나 추진하는 특별조례의 성격과는 달리 행정목적 달성을 위해 기존 법이나 조례에서 담고 있는 절차나 규정 등에 우선하는 '특별한 절차와 규정'을 담은 것이다.

이처럼 특별조례는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례 실효성 확보, 조례를 통해 해결

전기성(71) 한양대학교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는 '원주시민 서로돕기 천사운동 지원조례'를 모범조례로 평가하면서 "시의 재정지출이 필요없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전화, 휴대전화, 카드사용료에 매월 1,004원을 추가해 부담하거나 은행구좌에 구좌당 1,004원을 입금하는 방법으로 시행이 용이하다"며 우수조례의 평가 기준 중 하나인 '시행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송재봉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주민발의, 의원발의 조례의 경우 긍정적 취지에도 대부분 이행 강제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자율적 규제와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례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례가 정책형성 기능을 하고 정책은 예산확보를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강조되는 현실에도 이처럼 '조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인 예산확보 방안'은 크게 고민이 되지 않고 있는 게 전국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지방재정법 제36조 제1항에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 및 조례가 정하는 범위 안에서 합리적인 기준에 의해 그 경비를 산정해 예산에 계상해야 한다"고 돼 있다. 조례가 예산편성의 중요한 기준임을 밝힌 것인데, 중요한 것은 법령과 조례를 동등한 자격으로 본 것이고 조례가 예산편성의 최우선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법령과 조례를 근거로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것은 재량권을 최대한 축소하고 주민 의견수렴을 통해 정해진 시스템을 근거로 예산을 편성·집행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며 "집행기관에서 예산을 편성할때 조례에서 요구하는 예산을 반드시 반영해야 하며, 예산편성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해 각 항목 예산편성 근거가 조례인지, 법령인지, 재량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례를 흔드는 것은 지방자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용편익분석에 근거한 신중한 조례제정과 집행기관의 정책 결정, 이에 따른 예산편성 등 전체적인 시스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김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