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막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지역농협별로 미곡처리장을 운영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통합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미곡처리장 규모화와 경영개선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고, 브랜드 단일화 및 원주시에서도 생산 및 지도사업이 일원화 됨으로써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는 고품질 쌀을 생산하는 산지쌀 유통의 핵심체로서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

문막농협과 호저농산 미곡처리장과 원주농협 양곡처리장에서 각각 양곡을 도정해 원주쌀 토토미로 판매하면서 같은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경쟁이 치열해 쌀값이 하락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일부 농협은 포장지 색상을 달리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최근들어 전국적으로 지역농협들이 RPC를 통합 운영함으로서 양곡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경쟁관계에 있는 원주에서도 RPC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타지역의 지역농협이 자율적으로 RPC를 통합키로 한 것은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치열한 경쟁에 대응하고 규모화를 통한 경영효율성 제고, 광역화된 공동브랜드쌀 생산으로 소비자 욕구충족, 고품질쌀의 안정적 공급체계 확보 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을 인식하고 있는 원주시가 농협 조합장회의에 참석해 RPC 통합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원주지역 쌀 수급 현황

작년 한해동안 원주의 RPC와 DSC에서 매입한 쌀은 모두 1만7천548톤이며 지난달말 기준 1만2천780톤을 판매, 4천768톤(27.2%)이 재고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농협별로는 문막농협이 6천818톤 중 1천992톤이 재고로 남아있으며, 원주농협은 3천390톤을 매입, 1천605톤이 재고이다. 호저농산과 소초농협은 각각 908톤, 191톤이 남아있어 각각 8월말, 9월말 원료곡을 소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2009년산 벼 수매 이전에 재고량을 소진해야 한다는 것. 재고량 증가는 원주 뿐만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발생하며 남부지방은 저가정책을 내세워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RPC(미곡종합처리장) 필요성

	▲ 원주농협 양곡처리장.

 

RPC는 원료반입, 선별 및 계량, 품질검사, 건조, 저장, 도정 및 제품출하, 부산물 처리 등의 작업을 공동으로 처리하는 시설로 크게 반입, 건조, 저장, 가공, 집진 설비로 나뉜다. RPC는 지난 1991년부터 정부가 농어촌 구조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 정부의 지원을 받아 짓다 보니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문제가 대두되면서 2002년부터 신규설치가 제한되고 기존 RPC에 대해 건조, 저장 등의 시설 확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부정책이 전환됐다.

1994년 문막농협 RPC가 설치됐고 다른 지역 농가가 문막까지 벼를 옮기는데 한계가 있어 벼건조저장시설(DSC: Drying Storage Center)을 소초면과 호저면에 설치했다. 2001년에는 호저농산 RPC가 설치됐다. 이후 호저면에 있던 DSC는 원주농협이 작년 양곡처리장을 설치하면서 직접 도정이 가능해졌다.

무엇보다 RPC별로 홍보와 판매, 유통이 진행되면서 비용 중복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중복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게 중요한 만큼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통합이 필요할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RPC통합의 기대 효과

	▲ 호저농산 미곡종합처리장

 

RPC가 통합되면 책임경영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 통합 RPC는 독립법인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통합 RPC에 대한 지원도 강화된다. 정부는 오는 2013년까지 전국 농협 RPC를 100개소까지 통합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지원방침을 세웠다.

1개 RPC와 비 RPC조합이 통합하여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농협 RPC에는 경영평가 등급별 지원액에다 우대지원 5억원 및 최대 4개 비 RPC조합에 각각 1억원을 5년간 무이자로 지원한다. 2개 이상 RPC와 비 RPC 조합이 통합하여 법인을 전환 또는 소유권등기이전 시 농협 RPC에는 경영평가 등급별 지원액에다 통합수를 곱한 금액 및 개소당 10억원의 우대지원자금이 지원되고 비 RPC조합도 최대 8개까지 개소당 1억원의 자금이 지원된다.

특히 쌀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건조 저장시설 지원사업비 9억원을 비롯해 고품질쌀 브랜드 육성사업으로 개소당 22억원, 고품질쌀 최적경영체 육성사업으로 개소당 3억원이 지원되고 통합에 따른 우대지원 경과 후에도 경영평가 등급별 지원액에다 통합 개소수를 곱한 금액이 지원된다. 통합 RPC로 인해 지원되는 금액은 최대 25억원이다.

또 통합에 따른 대규모 물량 확보를 통해 거래확대를 꾀할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를 상대로 교섭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가격 경쟁력 또한 높일 수 있다.

더구나 산재된 인원을 통합해 축소하고 공정 가동률을 높여 인건비와 운영비 등 경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쌀 가격 인하효과로 이어져 시장에서의 구매력을 높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리고 통합적 관리를 통해 보관, 가공 등의 편차를 줄일 수 있어 미질에 대해서도 균일한 품질을 보증할 수 있게 된다.

▷RPC 통합 운영해 보니

RPC 통합에 성공한 조합들은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남 보성군의 경우 통합된 이후 올해 5월말 현재 쌀 판매액이 72억1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억4천700만원이 늘었다. 함평군도 지난해 5월말 현재 64억6천800만원에 비해 14억3천800만원이 증가한 79억600만원 어치의 쌀을 판매했고, 장성군은 34억7천200만원의 판매고를 올려 전년 동기대비 8억7천300만원어치의 쌀을 더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 김제 광활농협과 진봉농협 RPC(미곡종합처리장)를 통합해 출범한 김제쌀조합공동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250억원규모이다. 통합 첫해 판매매출 보다 50%, 통합 이전 2개 농협의 쌀 판매 총 매출액보다는 두배 가까운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김제쌀조합공동법인이 한해 농민들에게 수매해 처리하는 물량은 1만8천톤 규모로 지평선 쌀, 야심작 등 통합 브랜드 쌀을 판매하고 있다.

또한 정읍지역 3개농협이 RPC를 통합한 신태인농협도 시설 규모화와 연합마케팅 전개로 유명무실했던 쌀 판매가 150억원 규모로 신장됐다.
　
▷RPC 통합 각 조합 발 벗고 나서야

통합 RPC에 대한 정보는 각 농협별로 공유하고 있어 이에대한 공감대는 형성된 상태이다. 그러나 RPC 통합을 위해서는 각 조합의 의결과정을 거쳐야 한다.

원주시는 RPC 통합에 대한 필요성을 지역농협에게 알렸지만 지역농협은 눈치만 살피고 있는 분위기이다. 특히 각 농협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적정가 구입 요구를 외면할 수 없고 수익성 악화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또 RPC 통합 후 출범하게 될 공동법인의 주도권 문제, 통합에 따른 직원수 감축 및 대체사업 발굴, 출자금 비율 등 조합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해결하는데 견해차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역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원주시 관계자는 "RPC 통합 논의는 사실상 문막농협과 원주농협의 입장이 중요하다"며 "RPC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 진통을 겪을 사안이 많기 때문에 통합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기영 기자 kylee@wonjutoday.co.kr

 

이기영 기자  kylee@wonjutoday.co.kr